지난 5월 19일부터 나흘간 진행된 2015 세계교육포럼에서 염재호 총장은 “대학들이 글로벌 경쟁에 나서기 위해 등록금 규제 등에서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고려대학교 단 한 곳만이 아니라 한국 대학 전체를 겨냥한 발언이다.
올해 교육부는 대학등록금 인상 상한선을 2.4%로 제한한 바 있다. 그나마 이런 규제라도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대학들은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찔끔 인하했다. 이화여대는 등록금을 상한선에 맞춰 2.4%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가 높은 등록금에 고통 받는 학생들의 분노에 놀라 급히 등록금 동결로 입장을 바꾸기도 했다. 고려대 당국도 등록금을 동결했다.
그런데 염재호 총장의 말처럼 등록금 규제를 완화하자는 것은 교육부의 등록금 인상 제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하는 뜻이기도 하다.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공부해야 하는 학생들의 심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2014년만 해도 고려대학교에서 비싼 등록금 때문에 학자금대출을 이용한 학생비율이 9.3%였다. 등록금에 생활비까지 대출한 학생은 11.7%에 달했다.(대학알리미) 거의 고대생 10명 당 1명이 학자금대출을 받지 않으면 대학을 다닐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고려대뿐만 아니라 한국 대학의 많은 학생들이 높은 등록금에 고통 받고 있다. 2015 세계교육포럼에서 한 참가자가 말했던 것처럼 대부분 한국 대학의 부모들은 “빚을 내서” 자녀를 대학에 보낸다.
많은 학생들이 높은 등록금에 고통 받고 있는데, 염재호 총장이 말하는 글로벌 대학은, 고려대는 등록금을 인하할 수 없는가?
등록금을 대폭 인하하라
지난 2월에 있었던 2015학년도 고려대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학교 측 위원들은 학교가 돈이 없다며 등록금을 인하할 수 없다고 주장했던 바 있다. 하지만 고려대 당국은 인하할 돈이 있다.
학생 측 위원들이 2014년도 본 예산안과 결산안을 조사한 결과, 예산안에서 수입은 축소하고 지출은 뻥튀기 해 발생한 차액 360억 원 가량을 발견했다. 360억 원이면 재학생 1인 당 약 132만 원을 인하할 수 있는 돈이다(2014년 고려대학교 재학생 27,193명 기준). 2014년도 예결산안의 차액은 2015년 예산안으로 이월되며 재단적립금으로 누적된다. 고려대 당국이 보유하고 있는 재단적립금은 이미 약 3천억 원(2013년 기준)을 넘었다. 학교 당국은 재단적립금의 목적, 사용처 등을 투명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학교가 고려대 학생들을 위해 쓰고 있는 돈은 2014년도 본 예산안을 기준으로 봤을 때 지출의 30%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학교 수입의 54% 이상을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올해 많은 대학들이 등록금을 동결한 데는 말로만 ‘반값등록금’을 만들겠다던 박근혜 정부의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대학 총장들에게 동결 또는 인하를 요청한 바 있지만 진정한 반값등록금을 만들겠다면 등록금 대폭 인하를 강제해야 옳았다. 그나마도 박근혜 정부는 정부가 책임지기로 했던 국가장학금 예산을 모두 채우지도 않았다.
대학은 학생을 상대로 돈벌이하는 곳이 아니다. 대학은 지성과 학문의 전당이어야 한다. 하지만 재단은 2012년 재단적립금을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면서 약 150억 원 가량을 손실을 내고, 2013년 사학연금을 교비로 충당하는 만행을 저지른 바 있다. 고려대를 기업처럼 운영하려는 것이다.
학교는 결코 가난하지 않다. 목적이 공개되어 있지 않은 재단적립금을 학생들을 위해 쓴다면 등록금 인하는 가능하다.
염재호 총장은 등록금 규제 자유화 발언을 철회해야 한다.
2015. 06. 01.
노동자연대 고려대모임
(국어교육 3 연은정 / 010-7113-3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