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사람들이 대선 결과에 안도와 기쁨을 표하고 있다. 극우 후보 김문수가 낙선했다. 김문수의 패배는 우파 일반에 타격일 것이다. 막판에 본색을 숨겼지만 쿠데타를 사실상 옹호한 김문수가 이겼다면, 윤석열 못지 않게 권위주의적으로 통치하려 할 것이다. 민주주의 염원 대중에게는 지옥 같은 상황일 것이다. 1960~1980년대 군부독재의 경험은 극우의 잔인함이 일단 시작되면 거의 끝이 없음을 보여 줬다.
따라서 민주주의 염원 대중이 대선 결과에 환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힘의 재집권을 저지한 원동력은 계엄 후 지난 반년 동안 지속된 운동이다. 그러나 사실 윤석열 탄핵 운동의 규모는 박근혜 탄핵 운동에 비해 작았고, 심지어 극우의 동원 규모(특히 3월 1일)에도 못 미칠 때가 여러 번 있었다. 박근혜 탄핵 운동 때는 탄핵 찬성 집회가 반대 집회보다 평균 8배 컸다. 이번엔 민주주의 염원 대중이 극우 세력을 압도하지 못한 상황에서 위로부터 헌법재판소가 윤석열을 파면했다.
대선도 이런 힘의 균형을 반영했다. 쿠데타 직후 국힘이 존망의 위기에 처했다는 섣부른 관측들이 유행했지만, 김문수는 41퍼센트 득표했다. 또 다른 극우 후보 이준석의 득표까지 합치면 49퍼센트를 넘는다. 반면,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의 득표율은 1퍼센트가 안 됐다.
대선 기간에 좌파의 투쟁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진보당은 대중 투쟁은커녕 이재명 선본에 참여했다. 이재명 후보는 “내란 종식”을 주장하면서도 온건 보수 세력의 환심을 사기 위해 우클릭을 하는 등 중도·보수 행보를 했다.
국힘은 지배계급의 제1 선호 정당이다. 그런 국힘이 윤석열 탄핵 정국에서 급속하게 극우화했다. 김문수는 국힘 대선 후보 예비 경선에서 네 번 모두 이겼다. 국힘 당원 과반이 김문수를 확고하게 지지했다는 뜻이다.
본 선거에서는 전광훈·손현보·전한길·황교안 등 온갖 종류의 극우가 김문수에게 붙었다.
김문수의 득표율 41퍼센트는 윤석열 탄핵 반대 평균 여론 30퍼센트보다 10퍼센트가량 더 높은 것이다. “선거의 시간”은 극우를 약화시키지 못했다.
리박스쿨
김문수는 공식 정치의 극우와 거리 극우를 가시적으로 매개하는 핵심 인물이다. 물론 이전부터 두 부류의 극우는 서로 연결돼 있었다. 리박스쿨의 댓글조작·늘봄학교 의혹 사태는 이들의 커넥션을 잘 보여 준다. 리박스쿨은 윤석열 정부와 국힘과 전광훈의 영향력이 상호 작용하는 극우 단체다.
김문수가 41퍼센트를 득표하고 국힘이 여전히 제1야당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그들이 거리 극우를 앞으로도 잘 비호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거리 극우는 거리 운동을 통해 대중적 기반을 구축하는 한편, 지배계급·국가기구의 일부와 연계를 맺어 제도적 정당성을 확보하려 한다.
따라서 대선 결과로 극우의 위협(공식 정치에서든 거리에서든)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쿠데타 세력 일소라는 면에서 보자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윤석열은 공공연히 선동을 하고, 쿠데타 가담자들의 극히 소수만 재판받고 있을 뿐 그 전모조차 드러나지 않았다. 검찰·국정원·경찰 등 핵심 억압적 국가 기관들이 쿠데타를 축소·은폐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문수는 선거 공간을 이용해 윤석열의 군사 쿠데타를 경쟁 후보간 정쟁의 쟁점으로 축소시켰다. 김문수는 민주적 권리를 파괴하고 적어도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갈 계획을 세운 군사 쿠데타 기도를 이재명의 장남 도박 문제나 유시민의 여성 노동자 학벌 차별 발언과 피장파장 쟁점인 양 몰아갔다.
따라서 좌파는 선거 기간에 극우 후보 김문수에게 단 한 표도 줄 수 없다고 설득하며 대중 동원을 했어야 했다. 아쉽게도 진보당은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하면 내란을 종식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모든 힘을 선거에 쏟아부었다.
불안정하고 취약해지고 있는 의회 민주주의의 구조물을 떠받치는 전략(“민주 헌정 수호”)을 고수한 것이다. 의회 민주주의의 취약성은 윤석열이 군사 쿠데타를 기도하게 한 요인이었다.
따라서 이번 대선 결과를 두고 자기만족에 빠져서는 안 된다. 그것은 극우의 위협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며 극우 대응 전략의 전환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승리’를 말하는 사람들은 이번 선거로 인해 극우의 위협이 오히려 강화될 것임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자본주의는 장기적·구조적 위기를 겪고 있고, 극우는 위기에 대한 분노를 좌파(심지어 민주당을 포함해)에 대한 증오로 돌리려고 애쓰고 있다.
본질적으로 자본주의의 이익을 지키는 민주당은 머잖아 대중의 환멸을 살 것이고, 그로 인한 위기는 극우에게 기회를 다시 제공할 것이다.
명심해야 할 점은 지배계급에게도 새로운 차악이 있다는 사실이다. 지배계급에게는 좌파가 진정한 적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극우는 차악이다. 그래서 자유주의자들은 결국 극우와 거래하려 할 것이다. 따라서 좌파는 민주 헌정 수호라는 미명하에 민주당과 전략적 동맹(이재명 정부에 대한 “연대와 협력”)을 맺어서는 안 된다.
좌파는 극우 반대 공동 행동을 건설해야 한다. 그 대전제는 강령적 통일(개혁 입법 추진 계획)이 아니라 실제 전투를 함께하는 것이다.
출처: 극우가 선거에서 패배했다고 해서 자기만족에 빠져서는 안 된다(〈노동자 연대〉 549호, 2025-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