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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주의로 세상보기 기후 재앙과 핵 문제 청년학생 기고글

영화 〈돈 룩 업〉
위기 해결 못(안) 하는 지배자들을 날카롭게 풍자하다

이재혁

※이 영화평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왜 영화 〈돈 룩 업〉의 감독은 도입부에 ‘실화를 바탕으로 함’ 자막을 넣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영화 내용과 현실이 소름 끼칠 정도로 비슷하다. 특히 전지구적 재난 상황에서 지배자들이 보여 주는 무능과 탐욕을 통렬하게 풍자한다.

〈돈 룩 업〉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과학자들이 거대한 혜성이 지구로 날아오고 있음을 알게 된다. 정부에 혜성의 궤도를 틀 대책을 촉구하지만 처음에는 무시당한다. 중간선거를 위한 표심 잡기에 도움 될 것이라고 판단되자 그제서야 계획을 마련한다. 그런데 그 계획은 정부와 유착한 거대 기업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상한 방향으로 수정된다. 지배자들은 언론을 동원해 거짓말을 늘어놓고, 경찰력을 동원해 양심 있는 사람들의 입을 막는다. 혜성이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지구에 가까이 접근하자, 하늘을 “올려다보지 말라(Don’t look up)”는 선전을 한다. 결말은 영화를 보고 직접 확인하기를 추천한다.

데자뷰

영화를 보는 내내 기시감을 느낄 수 있다. 영화 속 혜성은 전지구적 “멸종”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현실 속 기후 위기를 떠올리게 한다. ‘제이니 올린’ 대통령(메릴 스트립 분)은 재앙을 경고하는 과학자들을 무시하고 추잡한 언행을 보여 주는데, 기후협약에서 탈퇴하고 임기 내내 역겨운 차별적 언사들을 배설한 트럼프를 모델로 한 듯하다(자신만큼 역겨운 자식(자녀)를 비서관에 앉혀 둔 것도 비슷하다). 신기술을 이용해 혜성에서 막대한 이윤을 얻으려 하는 대자본가 ‘피터 이셔웰’(마크 라이언스 분)을 보면 기후 위기조차 돈벌이 기회로 삼으려는 빌 게이츠나 일론 머스크 등이 떠오른다. 무엇보다 재난 상황에서 인류를 더 큰 위험으로 몰아넣는 지배자들의 행태들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오늘날 우리도 재난 속에 살고 있다. 기후 위기와 팬데믹 하에서 재난이 일상이 돼 버렸다. 하지만 지배자들은 재난을 해결하지 못하고 쩔쩔매고 있다. 해결할 의지가 있기는 한 것인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지난해 기후 위기를 막을 “마지막 기회”라던 유엔 기후협약 당사국 총회(COP26)는 지난 스물 다섯 차례의 총회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잔치로 끝났다. 변이 바이러스가 백신을 한참 추월하고 있는 마당에 선진국 정부들은 위드 코로나를 시행해 불 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

해결할 능력과 수단이 없는 것도 아니다.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은 현재 기술력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백신을 개발할 기술력과 대량 공급할 생산력도 갖춰져 있다. 그런데 왜 해결 못(안) 하는 걸까? 바로 이윤 때문이다.

이윤 체제

영화에서 정부는 미사일 요격으로 혜성의 궤도를 틀 수 있었다. 그런데 혜성에 휴대폰과 컴퓨터에 쓰이는 희귀 광물이 대량으로 묻혀 있다는 게 밝혀지자 정부는 혜성을 막아내지 않기로 한다. 정부와 유착한 대기업이 그 광물을 캐내 이윤을 얻으려 하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다. 기후 위기를 막으려면 화석연료 사용을 점차 중단해야 한다. 그러나 기업들은 화석연료를 계속 태워 이윤을 얻고 싶어 한다. 자본주의에서는 기업 경쟁력과 국가 경쟁력이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정부도 화석연료를 포기하지 않는다.(COP26에는 각국 정부 대표들 뿐만 아니라 화석연료 기업 대표단이 503명이나 참가했다. COP26이 말잔치로 끝난 이유다.)

팬데믹을 완전히 끝내려면 생계 지원을 전제로 한 강력한 거리두기와 신속한 백신 개발·공급이 필요하다. 그런데 거리두기는 자본주의의 정상적 가동을 방해해 기업의 이윤 추구에 해가 된다. 빠른 백신 공급을 위해서는 백신 기술이 널리 공유되고 백신 생산에 투자해야 하는데, 그 또한 제약회사 등 기업들에게 손해다.

자본주의에서는 거의 모든 것이 상품이 된다. 영화에서 대기업 회장이 혜성을 돈벼락으로 여기는 설정은 과장이 아니다. 현실에서도 기업들은 재난 상황조차 이윤 창출 수단으로 이용한다. 화석연료를 어마어마하게 태우면서 그린워싱에 여념이 없는 기업들, 백신 기술을 독점한 채 떼돈을 버는 제약회사들이 떠오른다.

자본가들이 그토록 탐욕스러운 것은 개인 성품 때문이 아니다. 경쟁 때문이다. 자본가들에게 최악의 재앙은 기후 위기도 팬데믹도 혜성 충돌도 아닌 이윤 경쟁에서 밀려나는 것이다. 이윤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한다. 사람이 일하다 죽든, 밀림을 마구 개발해 신종 바이러스가 퍼지든, 지구가 뜨거워져 기후 재앙이 닥치든 말이다.

한편, 국가들도 서로 경쟁한다. 앞서 말했듯 국가 경쟁력과 기업 경쟁력은 서로 연결돼 있다. 그래서 국가들은 자국 기업들이 이윤 경쟁에서 이기길 바란다. 기업들도 자신들이 속한 국가가 지정학적 · 군사적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길 바란다. 결국 국가 간 협력은 불가능하고 기껏해야 일시적이다. 자본주의에서 기후 위기와 팬데믹 같은 세계적 위기를 국가들이 협력해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한 이유다.

이윤이 우선인 자본주의 체제의 지배자들은 재난을 해결 못(안) 한다. 나오미 클라인의 책 제목처럼 ‘자본주의는 재난을 먹고 괴물이 될’ 수밖에 없고, 그 자체로 항구적 재난이 된다.

책임

〈돈 룩 업〉은 현실을 굉장히 잘 담아 냈지만, 중요한 부분에서 현실과 다르다. 영화 속 재난은 혜성 충돌이다. 혜성은 지구 바깥에서 온 것이다. 즉, 혜성이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것은 지배자들의 책임이 아니다.

오늘날 기후 위기와 팬데믹 등은 우리가 사는 세계의 외부에서 온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 체제 지배자들의 이윤에 대한 집착이 지구를 뜨겁게 만들고, 밀림 속에 있던 신종 바이러스를 인간에게 전파했다. 지배자들 사이의 이윤 축적 경쟁이 문제의 해결을 가로막고 있다. 즉, 기후 위기와 팬데믹은 자본주의 지배자들의 책임이다.

한편, 기후 위기와 팬데믹 등 전지구적 재난에 책임 있는 정치 지배자들 중에는 트럼프나 조지 W 부시 같은 공화당 정치인들만 있지 않다. 바이든과 오바마 같은 민주당 정치인들도 기업들의 광기어린 이윤 추구를 뒷받침해 왔고, 온갖 재난과 전쟁에 직접적 책임이 있으며, 공권력을 이용해 체제에 맞선 저항을 억압해 왔다. 민주당 정치인들도 자본주의가 낳은 재난에 책임이 있다.

반면 평범한 사람들은 재난들에 책임이 없다. 지배자들이 온갖 재난을 만들어 내며 막대한 이윤을 얻는 동안 불평등은 점점 심해졌다. 즉, 평범한 사람들은 자본주의가 낳은 재난의 피해자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단지 체제의 피해자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대중은 재난을 낳는 체제에 맞서 싸울 수 있다. COP26 기간에 회담장이 있던 글래스고와 영국 등지에서 수십만 명의 시위대가 기후 위기를 해결하지 않는 지배자들을 규탄했다.

체제 변화

COP26 규탄 시위에서는 ‘기후변화가 아니라 체제 변화’ 같은 급진적 구호가 예전보다 더 많이 터져 나왔다. ‘기후변화가 아니라 체제 변화’는 단지 구호가 아니라 실제로 필요한 일이다. 이윤 체제에서는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이 거듭 드러나고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진정한 ‘체제 변화’가 무엇이고 어떻게 이뤄낼 수 있냐는 점이다.

체제 변화는 집권 정당의 변화에 그쳐선 안 된다. 의회나 정부 같은 자본주의 국가 기구는 이윤 경쟁과 군사력 경쟁에서 자유롭지 않다. 자본주의 국가는 중립적이기는커녕 지배자들 편이다.

진정한 체제 변화를 이뤄낼 힘은 광범한 대중의 투쟁에서 나온다. 특히 노동계급의 잠재력이 발휘돼야 한다.

노동계급은 체제의 혈액인 이윤을 생산한다. 노동계급은 일손을 놓기만 해도 체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 광범한 노동계급의 강력한 투쟁은 체제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

따라서 체제 변화를 이뤄내려면 노동계급 대중의 다양한 운동과 투쟁이 서로 연결되면서 성장해야 한다. 그리고 여러 투쟁을 서로 연결시키고 연대를 확대하려는 사람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돈 룩 업〉은 체제 변화를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이 체제가 어떤 체제인지 아주 잘 표현해 냈다. 온갖 재난과 비극을 낳는 체제에 비판적인 사람들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함께 보고 토론하기에도 좋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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