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거리는 항쟁의 열기로 뜨겁습니다”

로스앤젤레스(LA) 사람들은 트럼프의 인종차별적 공격과 혹독한 국가 탄압에 맞서 7일째 투쟁하고 있으며,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항쟁의 도시 LA에서 토머스 포스터가 전한다.

LA 시위대는 미국 국가의 무력에 맞서 싸우고 있다 ⓒ출처 Alex Brittenham

로스앤젤레스(LA) 도심이 저항으로 살아 숨쉬고 있다. 6월 12일 목요일 오후가 되자, 수백 명씩 흩어져 움직이던 시위 대열이 점점 불어 수천 명 규모에 이르렀다.

사람들은 행진하다 멈춰 도로를 봉쇄하고, 다시 행진하다 시정부·연방정부 건물 앞에 멈춰 경찰에 욕설을 퍼붓고, 다시 행진을 이어간다.

어머니가 멕시코 출신 이민자인 에이미는 본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희는 무작정 도심으로 왔어요. 근방에서 시위가 벌어질 걸 알았거든요. 시위대를 만날 때까지 계속 걸었습니다.

“우리는 저임금에, 잘 먹지도 못하고, 남들만큼 혜택도 못 누리며 이 나라를 일궈냈어요. 이민자들이 미국을 세웠고 지금도 일구고 있어요. 우리는 그저 우리 권리를 원하는 겁니다.”

“ICE(이민세관단속국) 엿먹어라” 하는 그래피티부터 트럼프 규탄 포스터까지 LA 도심의 모든 거리에 저항이 아로새겨져 있다.

목요일은 시위가 시작된 지 7일째 되는 날이었다. 사람들은 하나의 대열로 모이는 것이 아니라 제각기 여러 무리를 지어 행진했다. 무정형의 대중이 이곳에서 저곳으로 쉬지 않고 행진했다.

ICE가 6월 6일 금요일에 “군대식” 이민자 단속 작전을 감행한 이후 트럼프에 대한 분노가 거리에서 분출했다.

‘이민자의 온전한 권리를 위한 연합’의 간사 후안 호세 구티에레스는 기자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시위 참가자 압도 다수는 이민자 부모를 둔 미국 시민권자입니다.

“그들은 괴롭힘, 인종차별, 엘리트주의적 정책들에 신물이 나 있어요. 그래서 거리로 나온 겁니다.”

한 시위 참가자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ICE 요원들은 히스패닉(중남미계)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동네에 무턱대고 쳐들어와서 사람들을 쥐 잡듯 잡아요.

“피부색만 보고 사람들을 끌고 가는 거에요.”

그는 시위가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시위에 나오면 자신을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으니까요.”

시위는 젊고 분노에 차 있다. 그리고 이전까지는 정치에 관심 두지 않던 사람들도 시위에 나서고 있다.

목요일에 생애 처음으로 시위에 참가한 캘리포니아대학교 LA 캠퍼스(UCLA) 학생 알레는 “경찰이야말로 납치범”이라고 못박았다. “경찰은 이리저리 어슬렁거리며 이민자를 납치하고 다니는 자들일 따름입니다.

“경찰이야말로 폭력을 조장하고는 우리를 적으로 몰아세우고 있습니다.”

고속도로 봉쇄 시위에 참가한 학생 알래저는 기자와 대화를 나누면서 자신은 생애 처음으로 시위에 나왔다고 했다. “‘나와 상관 없으니 끼어들지 않겠어’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다음 차례는 그 사람 동네일 거에요.

“그때 그의 곁에 설 사람이 남아 있겠어요? 아무도 없겠죠.

“저는 정치를 잘 몰라요. 하지만 지금 서로를 위해 일어서지 않는다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어요.

“ICE가 영주권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다는 것은 이게 인종차별 문제라는 증거입니다.”

지나는 차들에게서는 적의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외려 지지의 의미에서 울리는 경적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린다. 거리를 지나는 많은 차들이 [이민자들에 대한 연대의 의미에서] 멕시코 깃발을 달고 있었다.

노스할리우드에서 온 에린은 LA 시청 앞에서 기자와 대화를 나눴다. “거리로 나와야 해요. 나와서 시위해야 해요. 맞서 싸우는 게 올바른 일입니다.”

에린의 곁에 있던 다른 시위 참가자도 이렇게 거들었다. “저항이 필요하다는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트럼프에 굴복해서는 안 돼요. 절대 물러설 수 없습니다.”

경찰이 최루탄을 쏘아 대열을 강제 해산시키는 통에 이들과의 대화는 끝이 났다.

시위는 LA 도심 중 시청과 연방정부 건물이 있는 구역에서 특히 집중적으로 벌어진다.

그 구역에서는 경찰이 행진 대열을 가로막고 시위대와 대치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경찰은 대열이 멈춰서면 대열을 공격했다가 물러나기를 거듭하고 있다.

민주당 시정부는 항쟁을 진압하려고 경찰을 투입했다 ⓒ출처 Alex Brittenham

저항은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벌어지고 있다. 첫째 형태는 LA 도심 시위다.

둘째 형태는 ICE 요원들의 이민자 공격에 즉각 대항하는 것이다. 셋째 형태는 ICE 요원들이 머무는 호텔을 찾아내 그들을 몰아내는 것이다.

이민자 권리 방어 운동가 빅토르 페르난데스는 기자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도를 더해 가는 트럼프의 권위주의 통치에 저항하는 것은 결국 민중의 몫입니다.

“시위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활력을 느낍니다. 하지만 ICE의 공격이 벌어지는 지역에는 두려움이 팽배해 있습니다. 도시 전체에 근심과 걱정이 가득해요.”

빅토르는 ICE의 공격이 대개 LA의 몇몇 특정 구역에서만 벌어진다고, ICE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ICE 병력이 강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 많은 사람을 모두 추방하지는 못해요.”

시위대의 분노는 트럼프에게만 향하는 것이 아니다. 거리 항쟁을 진압하려 하는 민주당 정치인들에도 분노하고 있다.

에이미는 민주당이 “해야 할 바를 다하지 않아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그들에게서 더 많은 것을 받아내야 합니다. 그래서 거리에 나오는 겁니다. 우리는 평등을 쟁취할 때까지 계속 거리에서 시위할 겁니다.

“트럼프 정부를, 우리 사회를 파괴하는 억만장자들의 시스템을 산산조각내야 합니다.”

6월 11일 수요일, 민주당 소속 캘리포니아주 주지사 개빈 뉴섬은 LA에 오후 8시 통금령을 내렸다.

페르난데스는 이렇게 설명했다. “통금이라는 명분이 없었어도 경찰은 시위대를 공격했겠죠. 그러나 통금령은 경찰에 합법적 진압 권한을 부여해 줍니다.

“트럼프도 권위주의적으로 굴려고 하고 있지만, 민주당 역시 시위 진압 능력을 보여주려 애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폭력은 [민주당 시장이 통제하는] LA 시경이 휘두릅니다. 시경은 사람들을 공격하고 폭력을 조장합니다.”

LA 거리의 연대와 투지 ⓒ출처 Alex Brittenham

조직된 시위와 자생적 시위 사이에 역동적인 동역학이 작용하고 있다.

시위 첫째날 밤, ICE가 사람들을 가둬 놓은 구금 시설 일부를 수많은 사람들이 포위했다. 이 포위 행동은 두 개의 단체가 각각 조직한 행진의 산물이었다.

“그중 한 행진은 ‘인도적 이민자 권리 협회’라는 NGO가, 다른 행진은 ‘지역사회 정당방위 연합’이 조직했습니다.

“두 단체 모두 긴급 대응 네트워크, 즉 저항을 조직하는 방대한 인적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어요.

“그런데 이것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스스로 조직을 하게끔 영감을 줬어요. 이제 사람들은 자기 나름으로 활동을 벌이고, 그날 이래로 수많은 동원이 자생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LA에는 100만 명 가까운 미등록 이주민이 살고,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노동계급이 대규모로 존재한다.

‘이민자의 온전한 권리를 위한 연합’의 회원 마리오는 트럼프가 헝가리 극우 지도자 오르반 빅토르의 수법을 따라하고 있다고 기자에게 설명했다. “언론, 대학, 교육기관, 심지어 의원들까지 탄압하는 것입니다.”

마리오는 트럼프가 유색인종 사람들을 희생양 삼는 “독재자가 되고 있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한때 유대인들이 당했던 일을 이제는 이민자들이 당하고 있는 겁니다.”

행진 대열이 연방법원 건물 앞에 멈춰서자 한 젊은 여성이 메가폰을 잡았다. “우리는 지금 짐승처럼 우리에 갇혀 있는 아버지·어머니·아이들을 위해 행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 부모님은 이민자입니다. 경찰이 우리 공동체에 저지른 짓을 절대 잊지 맙시다.”

롱비치시립대학교 학생이라고 밝힌 어느 여성은 이번 주 초부터 계속 시위에 참가하고 있다며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는 시민권을 획득한 이민자 집안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저는 저희 가족을 위해 여기 나와 있어요. 저는 히스패닉 동네에서 자랐고, 동네 사람들을 위해 거리에 섰습니다.”

세차장에서 일하는 페르난도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 히스패닉 사람들은 공정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미국 사회에는 자유가 있다고들 말합니다.

“하지만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지지한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습니다. 우리가 단결을 유지하는 한 변화를 이뤄낼 수 있습니다.”

통금 시각을 15분 앞둔 오후 7시 45분이 되자 엄청나게 많은 경찰차가 현장에 도착했다. 규모가 줄기 시작했지만 아직 현장에 있던 시위대를 토끼몰이 하려는 것이었다.

시위 참가자들은 현장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다음 날이 밝으면 그들은 거리로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6월 14일 토요일에는 미국 전역에서 시위가 벌어질 예정이다.

트럼프는 주방위군과 해병대를 투입해 항쟁을 분쇄하려 애쓰고 있다. 그리고 트럼프는 6월 14일 토요일에 미국 수도 워싱턴 DC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벌이려 한다.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거리 시위대를 위협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거리에는 결연한 투지가 도도히 흐르고 있다. “트럼프는 우리를 갈라치고 고립시키려 합니다. 하지만 단결한 우리에게는 힘이 있습니다.

“민중의 힘이 권력자의 힘보다 강합니다. 변화는 바로 이렇게 이뤄지는 겁니다.” 에이미가 기자에게 한 말이다.

스스로를 사회복지사라고 밝힌 한 시위 참가자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피부색 때문에 목숨을 잃을까 두려움에 떨어야 하는 세상에 살고 싶지 않습니다. 경찰은 두려움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저들을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잖아요.” 그녀는 무장한 경찰들이 서 있는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단결하고 연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승리할 수 있어요.”

출처: Thomas Foster, ‘LA revolt: ‘Revolt runs through streets of downtown LA’: eyewitness report’ (2025.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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