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양 연세대 학생,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회원
한글날을 앞둔 10월 8일, 전국에 있는 대학 한국어 강사(민주노총 대학노조 소속)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대학 당국과 정부에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한국어 강사들은 대학의 부설 언어교육기관에서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한다. 많은 대학들이 돈벌이를 위해 앞다퉈 한국어 교육기관을 세웠지만, 정작 그곳에서 일하는 한국어 강사들의 처우는 뒷전이다.
현재 한국어 강사들은 고등교육법의 ‘교원’이나 강사법의 ‘강사’로 분류되지 않는다. 대학 당국들은 한국어 강사의 법적 지위가 모호하다는 점을 이용해, 저임금을 강요하거나 4대보험 적용에서 제외하는 등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해 왔다.
이 때문에 한국어 강사들은 자신들의 분명한 법적 지위를 요구한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가한 한국어 강사들은 자신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생생하게 폭로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대학 당국과 정부를 비판했다.
최혜영 강원대 조합원은 한국어 강사들을 불안정한 처지로 내모는 학교 당국을 규탄했다.
“모든 강원대 한국어 강사가 2년 이상 근로한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임에도 매학기 재채용에 응하며 극심한 고용 불안을 겪어야 했고, 노예계약서나 다름없는 계약서에 서명을 종용받았습니다.
“대학 당국은 한국어 강사들에게 적은 시수의 강의를 주고, 수많은 강의 외 업무를 시키며 주당 15시간 미만의 초단기 근로자로 남아 있으라고 합니다. 대학들은 이렇게 필요에 따라 한국어 강사를 쓰고 버립니다.”
심지어 강원대 당국은 2018년과 2019년에 재채용을 명목으로 한국어 강사들을 수차례 해고했다. 해고된 강사들은 복직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고 1·2심 모두 승소했다. 그런데도 강원대 당국은 대법원에 항고하며 소송을 질질 끌고 있다.
이창용 서울대 조합원도 한국어 강사들의 불안정한 지위 문제를 지적했다.
“최근 교육부 자료를 보면, 주당 강의시간을 14시간 이하로 운영하는 어학당이 전체 172개 어학당 가운데 65퍼센트, 전체의 3분의 2에 해당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한국어 강사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최수근 연세대 한국어학당 지부장은 한국어 강사들의 등골을 빼먹는 연세대 당국을 비판했다. 최근 연세대 한국어 강사들은 저임금과 공짜 노동을 강요해 온 연세대 당국에 맞서 투쟁을 벌였다.(관련 기사: ‘저임금, 공짜 노동 강요에 맞서는 연세대 한국어학당 강사들’)
“연세대 당국은 한국어학당을 통해서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습니다.
“외국인 학생들의 등록금은 국내 최고 수준인데, 한국어 강사들의 임금은 그에 못 미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도대체 그 막대한 수익은 어디로 갔습니까?”
대학 당국들은 과거 외국인 유학생이 늘면서 한국어학당이 막대한 수익을 거둘 때도 한국어 강사들의 처우 개선에 한 푼도 투자하지 않았다. 최근 코로나로 외국인 유학생이 감소하자, 강의시수를 줄여 강사들의 임금을 삭감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정부는 매년 한글날만 되면 ‘한글 사랑’ 운운하지만,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 강사의 법적 지위와 열악한 노동조건은 나 몰라라 한다. 이 때문에 한글날을 앞두고 전국에 있는 한국어 강사들이 모여 “한국어교원 문제 이제 정부가 나서라!” 하고 요구한 것이다.
대학 한국어 강사들의 정당한 요구를 지지하며, 이들의 요구대로 처우가 개선되길 바란다.
※이 글은 <노동자 연대> 신문에도 실렸습니다. https://ws.or.kr/article/26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