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과 기후 위기, 경제 위기로 인해 더욱 극심해진 불평등,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온갖 차별, 지구 곳곳에서 끊이지 않는 전쟁 등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지금의 시스템에 의문을 갖게 됐습니다. 그중에는 자본주의의 대안을 고민하면서 사회주의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주의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흔히 부딪히게 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사회주의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건 옛 소련의 역사가 보여 주지 않나요?”, “혁명은 부패하고 타락할 수밖에 없지 않나요?”, “소련이 붕괴하면서 사회주의 실험은 실패로 끝난 것 아닌가요?” 등의 물음들이죠. 특히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한국에서 사회주의를 이야기 하는 사람들은 “사회주의가 그렇게 좋으면 북한으로 가라”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
분명 옛 소련(이나 중국, 북한) 같은 사회는 대안 사회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사회주의는 대안이 될 수 없는 것일까요? 그 전에 이런 질문을 던져 보면 좋겠습니다. “소련은 과연 사회주의였을까요?”
고전적 마르크스주의의 관점은 소련이 사회주의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한 형태인 국가자본주의였다고 설명합니다. 옛 소련에 대한 분석은 자본주의를 넘어서려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전진할지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입니다. 소련 붕괴 30년을 맞아 소련의 역사를 돌아보며 소련 체제의 성격을 밝히고 사회주의의 진정한 의미를 짚어 보는 읽을거리들을 소개합니다.
① 1917년 러시아 혁명과 혁명의 패배
저명한 역사학자인 에릭 홉스봄은 러시아 혁명이 끼친 영향력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짧은 20세기의 역사는 러시아혁명과 그것의 직접적, 간접적 결과 없이는 이해할 수 없다.” (《극단의 시대: 20세기의 역사(상)》)
1917년 러시아 노동자, 농민, 병사들은 황제 차르 시대를 무너뜨렸고 역사상 가장 끔찍했던 전쟁 중 하나인 제1차세계대전을 끝장냈습니다. 이들은 소비에트라는 거대한 조직을 만들고 사회를 직접 운영해 나갔습니다. 혁명 러시아는 차별적 관습들도 없앴습니다. 이혼의 자유와 여성 보통 선거권이 인정되는 등 당시 선진국에서도 없었던 조처들은 물론이고, 여성의 요구에 따른 낙태 합법화, 동성애 인정 등 오늘날에도 급진적 조처라고 할 만한 조처들이 이뤄졌습니다.
부자, 정치 엘리트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운영하는 사회를 꿈꾸시나요? 이윤이 아니라 사람들의 필요를 위해 운영되는 사회를 원하시나요? 자본주의가 아닌 새로운 사회에 대한 희망, 보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1917년 러시아 혁명에 주목해 보세요!
? 《붉게 타오른 1917: 만화로 보는 러시아 혁명》(책갈피)
→ 이 만화책만큼 러시아 혁명을 재미있게 소개한 책이 있을까요? 1917년 혁명에 참가한 가상의 인물 병사 표트르와 여성 노동자 나탈리야를 중심으로, 1917년 2번의 혁명을 거친 러시아를 보여 줍니다. 부담 없이 러시아 혁명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만화책, 러시아 혁명사 입문자라면 안 보는 게 손해!
? 소책자 《노동자들을 위한 1917 러시아 혁명사》(노동자연대)
→ 이 책은 러시아 혁명의 과정과 우여곡절을 간략하지만 깊이 있게 설명하며, 러시아 혁명을 둘러싼 숱한 혼란과 왜곡을 다루고 있습니다. 러시아 혁명의 과정과 성과, 레닌의 사상과 실천을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는 책, 강추합니다!
→ 러시아 혁명은 인류에게 엄청난 ‘희망’을 안겨줬습니다. 하지만 이 ‘희망’을 짓밟으려는 자들도 있었습니다. 혁명으로 권력을 빼앗긴 러시아의 지배자들은 독일, 영국 등의 지배자들과 손잡고 내전을 일으켰습니다. 내전 기간 동안, 러시아 혁명 참가자들은 많은 좌절을 겪게 됩니다.
러시아 혁명이 지금 우리에게 던져줄 수 있는 희망과 교훈은 무엇일까요? 좀 더 진중하게 러시아 혁명에 대해 접근해 보고 싶다면, 《러시아 혁명: 희망과 좌절》(책갈피)를 추천합니다!
②스탈린의 반혁명과 소련 사회의 성격
1917년 러시아 혁명은 인류 역사상 가장 해방적인 사회의 단초를 보여 줬습니다. 그런데 1928년 스탈린의 반혁명 이래 러시아에서는, 혁명의 성과를 찾아볼 수조차 없었습니다.
노동자, 농민들은 엄청나게 착취당하고, 여성들은 성차별, 육아와 일이라는 삼중의 굴레에 시달리고, 동성애자들은 처벌받았습니다. 불의에 저항하면 “미국의 스파이”로 몰려 죽거나 추방당해야 했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러시아 혁명이 고립되고서 스탈린이 대표하는 관료집단의 반혁명이 득세했습니다. 스탈린은 내전과 국제혁명의 패배 속에 러시아 혁명이 쇠락하자 1917년 혁명이 이룬 이상들을 파괴했습니다.
‘사회주의’라는 이름만 남고, 독재자가 지배하는 국가자본주의 사회가 된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서방 자본주의 국가들에 견줘 소련을 못한 사회로 보거나, 반대로 더 진보한 사회였다며 옹호하기도 합니다.
소련 사회의 진정한 성격이 무엇이었는지를 쉽고 명쾌하게 설명하는 글들을 추천합니다. 스탈린주의 러시아의 모습을 담은 영화와 드라마도 소개합니다. 좀 더 깊이 있게 탐구하고 싶다면 도전해 볼 만한 책들도 있습니다. 이 책들은 소련은 개별 기업가들이 아닌 국가 관료들이 자본축적을 이끄는 자본주의 체제, 즉 ‘관료적 국가자본주의’였다는 점을 여러 자료와 근거들로 탁월하게 입증합니다.
? 소련 블록 사회의 성격: 국가자본주의론의 관점 / 현실의 검증을 이기지 못한 ‘관료적으로 퇴보한 노동자 국가’ 이론
※ 심화 탐구를 위한 책 추천
? 서평, 《소련은 과연 사회주의였는가?》: 소련은 사회주의가 아니라 자본주의였다
? [신간 서평] 마이크 헤인스, 《다시 보는 러시아 현대사》: 소련 사회의 진정한 구조와 동학을 보여 주다
③오늘날의 러시아와 동유럽
소련 국가자본주의는 한때 가파른 경제 성장을 이뤄 내기도 했지만, 세계경제 위기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소련 지배자들은 위기에 대응해 보려고 이런저런 변화를 추진했지만 소용 없었습니다. 1989년에는 광원 노동자들이 파업 투쟁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1991년에 소련 체제가 붕괴했습니다. 러시아 혁명 직후 내전이 벌어지자 수많은 노동자들이 혁명을 방어하려고 스스로 목숨을 걸고 싸웠습니다. 반면에 소련이 붕괴할 때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흔히 소련 붕괴를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의 전환이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옛 지배계급 상당수는 소련 붕괴 이후에도 러시아와 동구권을 지배했습니다. 소련 해체는 사회의 근본적 성격이 변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국가자본주의에서 시장 자본주의로의 ‘게걸음’은 오늘날 푸틴의 장기집권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 1989년 베를린 장벽과 동유럽 붕괴를 다룬 영화 3편
? 푸틴의 장기집권 개헌은: 러시아의 심화하는 경제•정치 불안정을 보여 준다
? 나발니 석방 촉구 시위: 러시아에서 왜 시위가 분출했나?
※2000년대 푸틴 하 러시아의 상황을 알고 싶다면 《다시 보는 러시아 현대사》의 마지막 부분 ‘2021년 한국어판에 부쳐: 푸틴 치하의 러시아’가 도움이 될 것입니다.
④사회주의란 무엇일까?
소련은 사회주의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한 형태인 국가자본주의 체제였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사회주의란 무엇일까요?
사회주의의 진정한 의미는 국유화나 일당 독재가 아니라, 노동계급의 자력해방입니다. 노동계급이 혁명을 일으켜 노동자 국가를 세워 자본주의 국가를 무너뜨리고, 사회를 다수의 필요에 따라 민주적으로 조직하는 것이 사회주의의 진정한 의미입니다.
소련 붕괴는 사회주의의 패배를 뜻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스탈린과 소련공산당이 왜곡한 사회주의의 진정한 의미를 되살려 낼 계기로 볼 수 있습니다. 사회주의는 여전히 고장난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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