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경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회원, 연세대 학생
4월 8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는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앞에서 집단교섭 승리 집중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연세대 청소·경비 노동자를 비롯해 근처 학교인 이화여대, 홍대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연세대 학생 등 200여 명이 참가해 학교 당국에게 인력 충원과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연세대 당국은 코로나로 학교 재정에 적자가 발생했다며 정년 퇴직자인 청소 노동자 8명과 경비 노동자 16명, 총 24명의 빈 자리를 채우지 않겠다고 한다. 이는 남아 있는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높이고 학생들의 교육 환경 악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학교 측은 올해 최저임금 인상분(130원)만큼도 임금을 올려주기 어렵다며 동결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연세대는 적립금만 6370억 원(2020년 기준)이나 쌓아 두고 있고, 등록금 수준이 1년 기준 평균 915만 원으로 전국 1, 2위를 다투는 돈 많은 학교다. 심지어 지난해 개교 이래 처음 받은 교육부 종합감사에서 일부 보직 교수들이 골프장이나 유흥업소에서 법인카드로 돈을 흥청망청 쓴 것이 발각돼 학생과 노동자들의 공분을 샀다.
그러면서 적자 타령으로 그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는 것이다.
그간 연세대 당국은 청소 노동자 퇴직자 자리를 절반만 충원하고, 경비 노동자 퇴직자 자리는 충원 없이 무인화를 도입하는 방안을 밀어붙여 왔다. 이로 인해 노동강도가 매우 높아졌다.
전반적으로 인력은 오히려 부족한 상황인 것이다.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조건 악화는 학생들의 교육 환경 악화와도 연결돼 있다. 다른 대학들의 사례만 봐도, 24시간 상주하는 경비 노동자들이 줄어들면 사고 등에 대처하기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그간 청소·경비 노동자들은 투쟁의 성과로 임금이 조금씩 올랐지만, 근속을 인정받지 못해 10~20년을 일해도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받는 수준이다. 최저 생활비에도 못 미치는 낮은 임금은 노동자들의 삶을 위협한다.
적립금 6370억 원
이처럼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처지 악화는 대학의 다른 구성원들의 환경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연세대 당국은 학생과 노동자들을 이간질한다.
서울지부 연세대분회 이경자 분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학교는 6370억 원이나 되는 적립금을 학생들을 위해서만 쓸 수 있다고 합니다. 학생들의 위생과 안전을 책임지는 청소, 경비, 주차, 시설 노동자들도 최선을 다해서 일하고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습니까! 코로나19로 우리는 모든 문고리도 다 소독하고 있습니다.”
학교 당국의 이런 이간질은 얄팍하다. 지금 학교 당국은 학생들의 교육에도 제대로 투자하고 있지 않다.
여러 학생들이 집회에 참가해 노동자들의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보낸 건 학교 당국에 대한 좋은 반박이다. 집회에 오지 못한 학생들도 지지메시지를 여럿 보내, 학생들의 지지가 두터운 것을 보여 줬다.
연세대 당국에게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노동자와 학생이 재정의 우선순위가 아닌 게 문제다. 학교의 이윤 논리와 비용 절감 논리에 맞서 싸워야 한다.
퇴직자 인력 전원 충원과 임금 인상 둘 다 노동자들의 삶과 노동조건을 지키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임금과 인력 사이에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는 논리를 받아들이면 학교 당국의 비용절감 시도에 맞서기 어렵다.
학교 당국은 하나를 양보하면 다른 것도 양보하라며 압박하기 십상이다.
인력 충원과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