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이 되신 김용균 님께 깊은 애도의 마음을 표합니다. 저는 노동자연대 학생그룹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외대 중국어과 학생 박혜신입니다.
이틀 전, 제가 속해 있는 학교 익명 게시판 한 글이 올라왔습니다.
“사촌 오빠가 새벽에 태안화력발전소 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런 어이없고 안타까운 사고가 더는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시험 기간인 것은 알지만, 한 번만 뉴스를 봐주세요.”
한국외대 재학생인 고인의 사촌 동생의 글에 공감과 추모의 글이 달리고 있습니다. 청년·학생들의 애통한 심정을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우리 세대를 비극적으로 일컫는 말이 참 많습니다. 이미 올해 초 한 이마트 청년 노동자가 무빙워크를 점검하다가 기계에 끼어 숨졌습니다. 2016년 5월 스크린 도어를 홀로 수리하던 김 군이 사망했습니다. 2014년 4월 규제완화 덕분에 위험천만하게 개조된 데다가 제주해군 기지를 짓기 위한 철강을 싣고 가던 세월호가 침몰해 304명의 목숨이 스러져 갔습니다. 그리고 훨씬 더 많은 참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이처럼 안전·생명보다 이윤을 중시한 규제완화, 노동유연화를 박근혜 정부의 바톤을 이어받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규제프리존, 제주 영리 병원도 대표적 사례입니다.
그런데 민주당은 어제, 김용균 님의 사망이 “사회의 경종을 울리는 사안”이라며 “비용절감과 효율화를 추구한다는 미명 하에 … 외주화하여 …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일이 더 이상 반복돼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완전 유체이탈 화법 아닙니까? ‘노동존중’, ‘촛불’ 대통령이라고 말할 땐 언제고, 임기 직후부터 지금까지 공공부문 비정규직·외주화를 유지 강화해 온 것이 문재인 정부입니다. 필수 공공재인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와 같은 공공부문에서 안전·생명보다 돈을 더 중시해 외주화가 버젓이 유지돼 온 것입니다.
이미 발전소들의 외주화는 2009년 이후 본격화됐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부터 정비분야에 신규 민간업체 참여를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외주화 유지·확대, 직접고용 정규직화가 충돌하기 때문에 외주화 정책 즉각 폐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이 정책을 폐기하지 않고, 게다가 발전 비정규직 정규직화도 외면하고 있습니다.
그뿐입니까! 문재인 정부는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요구가 “과하다”고 까지 말합니다. 심지어 보수 언론들도 나서서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무임승차’ 하는 것이고, 청년들 일자리를 빼앗는 몰상식한 짓이고 말합니다.
웃기는 소리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겠다고 했지만, 정규직 전환에서 배제되는 노동자들이 훨씬 많습니다. 청년 실업도 사상 최대치입니다. 정부는 발 벗고 나서, 양질의 공공부문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할 책임이 있습니다.
고인은 마지막까지도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나야 한다고 했습니다. 유족들도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와 해결하라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정권이 바뀐 지 1년 반이 넘은 지금,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또다시 “죽는 동료들의 모습”을 보게 된 것, 우리의 친구인 청년 노동자가 또 사망한 것은, 바로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회피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책임입니다.
죽음의 외주화를 끝내고, 돈보다 생명과 안전을 중시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외주화 중단하라! 직접고용 정규직화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