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이 정년퇴직으로 생긴 자연 감소분을 채우지 않거나 알바로 대체하고(연세대와 고려대)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노동자들을 해고한 것(홍익대)에 맞서, 대학 비정규직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청와대의 최저임금 TF 인사들이 대학을 방문해 노동자들을 만났다. 1월 11일에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고려대를, 15일에는 반장식 청와대 일자리 수석 등이 연세대를 방문했다.
청와대 인사들이 청소·경비 노동자들을 방문한 이유는 무엇보다 이 투쟁의 정치적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약속했다. 하지만 그 약속이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투쟁 중인 노동자들은 똑똑히 보여 주고 있다. 게다가 대학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투쟁은 학생들의 지지와 연대로 이어져, 학생들의 행동을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 문재인 정부에게 이런 상황은 정치적 부담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서경지부 연세대분회 이경자 분회장은 이렇게 성토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라는 말에, 머지않아 우리의 조건도 좋아지겠다는 기대를 가졌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지금 연세대는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이번 만남에서 정부 인사들은 노동자들의 실태를 듣고 그럴듯한 제스처를 취하긴 했지만 어떠한 실질적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고용 안정을 위해 학교 측이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장하성의 발언은 노동자들을 위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달리 보면 당장 정부가 나서진 않겠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생색내기 수준의 언론 플레이에 머문 것이다.
문재인 정부 하에서 개혁적인 포장지와는 달리 알맹이가 없는 일들은 반복되고 있다. ‘무늬만 정규직화’에 그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대책, 이면합의를 폭로했지만 결국 한일 위안부 합의 파기는 거부한 것 등 이런 사례는 계속 늘고 있다. 적폐를 청산하고 촛불의 개혁열망을 떠안겠다면서도, 기업주들의 이윤을 침해하지 않고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겠다는 모순적인 방향성 때문이다.
최저임금 문제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올해 최저임금이 “역대 최대치 인상”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상여금, 식비 등을 포함시키는 일이 추진되며 결국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하는 데 길을 열어 주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개별 사용자들의 꼼수와 공격도 난무하고 있다. 사실 청소·경비 노동자들에 대한 대학들의 공격도 그 연장선 위에서 벌어진 일이다.
문재인 정부 하에서 진정한 노동조건 개선을 이루려면 아래로부터 투쟁이 강화돼야 한다.
고려대 청소·경비 노동자들은 알바 투입 저지를 위해 새벽 피켓팅을 하고 있고, 홍익대 노동자들은 본관 사무처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연세대 노동자들도 본관 농성을 시작했다.
오는 2~3월이면 노동자들의 임금을 정하는 집단 교섭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대학들은 이번 노동조건 공격을 관철해 집단 교섭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 할 것이다. 따라서 올해 임단협에서 노동자들이 더 나은 조건을 쟁취할 수 있도록 연대를 이어가야 한다.
“최저임금 1만 원”,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약속했던 문재인 정부는 대학 비정규직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처지가 실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놔야 한다.
이를 위해 투쟁은 문재인 정부를 향한 움직임을 강화해야 한다. 청소·경비 노동자와 학생 등 연대 단체들이 함께 청와대를 향해 집회·행진 등을 벌이며 제대로 된 대책을 요구하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