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혁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회원
‘알고리즘의 노예’
인스타그램 릴스나 유튜브 숏츠 같은 짧은 영상을 보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소셜 미디어 기업들은 사용자들을 플랫폼에 최대한 오래 붙잡아 둘 방법을 골몰한다. 그래서 사용자의 개인 정보나 관심사를 수집해 알고리즘에 반영하거나, 사용자에게 더욱 자극적인 콘텐츠를 추천하기도 한다.
《혼란유발자들》
이윤에 혈안이 되다
이 책에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브라질에서 극우 정치인 보우소나루가 성장할 때 이런 일이 있었다.
페이스북에서 일했던 데이터 과학자 소피 장은 이렇게 증언했다.
소피 장은 페이스북이
소셜 미디어 기업의 안팎에서 자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제기돼 왔지만, 기업 수뇌부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포기하려 하지 않았다.
페이스북에서 해외의 허위 선거 정보에 대응하는 업무를 맡았던 프랜시스 하우건은 이렇게 증언했다.
또 저자는 포용성과 표현의 자유를 표방하는 소셜 미디어 기업의 수뇌부가 얼마나 폐쇄적이고 비민주적으로 회사를 운영하는지 보여 준다.
예컨대 페이스북
저자는 IT 기술로 세상을 구하겠다고 으스대는 실리콘밸리 기업주들이 실제로는 세상을 망치고 있다고 꼬집는다.
과장
이 책에는 유용하고 참고할 만한 폭로가 많이 담겨 있지만, 중요한 정치적 약점도 있다.
저자는 소셜 미디어가 극우의 성장에서 일정한 구실을 했다고 설명하는 것을 넘어, 아예 소셜 미디어가 정치 양극화와 극우 성장의 핵심 요인인 것처럼 설명한다.
물론 오늘날 극우가 선전
그러나 극우 성장의 결정적 요인을 소셜 미디어로 설명하면 극우가 부상하게 된 진정한 원인을 보지 못하게 하고 극우에 맞설 대안을 모색하는 데서도 길을 잃는다.
오늘날 극우가 부상하게 된 핵심적 원인은 신자유주의를 이끌어 온 주류 정치
또한, 극우는 기존 자본주의 질서에서 자라난다. 저자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성장했다고 지적하는 보우소나루만 해도 브라질 지배계급의 투사 구실을 하며 성장했다. 트럼프가 지키려는 것도 결국 미국 자본주의의 이익이다.
사실, 소셜 미디어가 세상을 좌우한다는 주장은 처음이 아니다. 2011년 아랍 혁명이 벌어졌을 때는 정반대로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아랍 혁명을 일으켰다는
그러나 아랍 혁명은 아랍 정권들의 억압, 불평등과 빈곤,
소셜 미디어가 기존의 다른 매체들에 비해 양극화를 자극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은 많은 경험적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이다. 문제는 이런 양극화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점이다. 이점에서 저자가 소셜 미디어가 낳는 양극화 효과를 지나치게 과장하며 균형을 잃은 것은 아쉽다.
사실 저자는 정치적 양극화 자체에 강한 반감을 보인다. 그래서 프랑스의 노란조끼 운동 같은 개혁 염원 대중 운동이나 멜랑숑 같은 급진 좌파에도 거부감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주민
나아가 저자는
하지만 소셜 미디어 기업들의 규제와 검열을 지지할 수는 없다. 소셜 미디어 기업들은
설사 소셜 미디어 기업이 극우 인사의 SNS를 규제했다고 해도 극우의 입을 막는 데 별 효과가 없을 것이다. 트럼프 같은 자의 SNS 계정이 정지당했을 때 통쾌해하는 사람들의 정서는 십분 공감하지만 억만장자인 트럼프는 SNS 계정이 정지당해도 얼마든지 다른 수단으로 자기 주장을 매우 효과적으로 펼칠 수 있다.
그래서 결국 소셜 미디어 기업들의 규제로 타격 입는 것은 좌파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메타의 팔레스타인 지지 게시물 검열은 악명 높다.
나만 하더라도 얼마 전 팔레스타인인 여성 투사 레일라 칼레드를 소개하는 게시물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가 강제 삭제 조처를 당했다.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와 윤석열 퇴진 촛불 집회의 사진을 올려 온 사진작가의 계정이 별 다른 설명 없이 통째로 삭제된 일도 있었다.
저자가 폭로했듯 메타는 전 세계 곳곳에서 수천 명의 검수원을 간접 고용해 사용자들의 게시물을 검열하고 있다.
소셜 미디어 기업들이 게시물 검수를 예리하고 철저하게 하면 할수록 차별과 억압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당할 일도 많아질 것이다.
저자는 극우의 성장 등 오늘날 세계적 혼란을 멈추려면 소셜 미디어의
그러나 단지 소셜 미디어의 알고리즘을 멈추는 것으로 극우를 막을 수는 없다.
무솔리니와 히틀러가 집권할 때는 소셜 미디어가 존재하지도 않았다.
이탈리아 혁명가 안토니오 그람시는 이렇게 말했다.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와 주류 정치의 실패 속에서 진정한 대안이 성장하지 못한 틈을 타 극우의 성장 같은
극우와 극우의 성장을 낳은 자본주의에 맞서는 아래로부터의 저항과 혁명적 대안을 건설해야 극우를 막을 수 있다.
이 외에도 이 책에는 마르크스주의자로서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그럼에도 소셜 미디어 기업들이 벌이는 악행을 생생하게 알고 싶다면 읽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