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2일,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이선호 씨가 평택항 컨테이너 하역장의 개방형 컨테이너(FRC) 바닥에서 나무 합판 잔해를 정리하던 중에 무게 300킬로그램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숨졌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그를 ‘삶의 희망’이라 불렀습니다. 이선호 씨의 명복을 빌며, 깊은 상실감에 빠졌을 그의 가족과 지인들에게도 애도와 연대의 뜻을 보냅니다.
이선호 씨는 평택항에서 주식회사 동방의 하청업체에서 일해 왔습니다. 사측은 비용 절감을 위해 업무를 통폐합 했고, 노동자들은 하지도 않던 일들까지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이선호 씨도 원래 하던 일(동식물 검역)외 일을 해야 했습니다.
사망 당일 이선호 씨는 심지어 어떠한 안전장비와 교육 없이 현장에 투입됐습니다.
그러나 참변의 책임이 있는 원청은 나 몰라라 하고 있습니다. 사측이 지시한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형식적으로 원청과 하청이 구분돼 있다 할지라도 현장의 업무가 원청의 지시 없이 진행될 리 만무합니다. 사측의 태도는 산재 책임을 회피하려는 전형적인 수법입니다.
이윤이 우선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의 비용 절감 논리가 노동자들을 위험과 죽음에 내몰고 있습니다. 지난해에 전체 산재(사고와 질병)는 2019년보다 되레 늘어 2062명이었습니다. 2022년까지 산재 사망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던 문재인 정부의 약속도 지켜지지 않은 것입니다.
그러나 기업주들은 참사의 원인을 감추기에 급급하고 오히려 정부와 여야의 후퇴로 누더기가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더 개악하라고 정부에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중대재해 대상을 줄이고, 경영자의 책임과 의무를 감면하고, 경영자가 빠져나갈 수 있도록 구멍을 만들고, 처벌도 더 약화시키자는 것입니다.
고인의 사망을 목격한 아버지는 같은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하청 노동자입니다. 고인의 아버지는 “나는 쓸쓸히 죽어간 내 아들을 위해 내 남은 삶을 길거리에서 죽을 각오로 싸울 것을 결심했다”고 하십니다.
이선호 씨의 산재사망에 진상이 규명되고, 책임자가 처벌돼야 합니다. 더는 억울하고 비극적 죽음이 반복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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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책임 있는 사과와 철저한 진싱규명,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이선호 군 친구의 청원
고 김용균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 2주기: 오늘도 6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스러진다-약속 안 지키는 문재인 정부, 이윤이 우선인 비정한 자본주의
(사진 고이선호군산재사망사고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