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당국이 또다시 학생과 학부모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이미 우리 대학의 평균 등록금은 연 835만 원으로 전체 대학 평균보다 31.4%나 높은데, 학교 당국은 올해 또 법정 한도인 3.19% 인상을 예고했다. 지난해 내국인 등록금을 법정 최대치인 5.49% 인상한 데 이어 2년 연속등록금을 올리겠다는 것이다. 유학생에게는 더 큰 부담을 지우려 한다. 유학생 등록금은 지난해 10% 오른 데 이어 올해 인상률은 무려 11%에 이른다. 2년 만에 등록금이 22.1%나 오르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책임 떠넘기기
학교 당국은 물가 상승에 따라 “교육 투자”를 유지하려면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기만에 불과하다.
2025년 기준, 고려대의 적립금은 4,361억 원이고, 2024년 한 해에만 적립금이 약 342억 원이나 늘었다(대학재정알리미). 적립금 규모와 자산 증식 수준 모두 전국 사립대 중 최고 수준이다. 4,000억 원의 돈뭉치를 쌓아두고도 재정 한계를 핑계로 등록금을 인상한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다. 고려대의 자금 수입은 2023년 결산 기준 6,401억에서 2025년 결산 기준 7,956억으로 무려 1,500억 이상이 급증했는데, 당국은 이를 교육에 환원하기는커녕 학생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려 한다.
정작 대학 운영을 책임져야 할 학교 법인전입금 비율은 고작 2.2%에 그쳤다.(대학교육연구소) 비슷한 규모의 사립대인 연세대(5.8%)에 견줘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반면에 등록금이 운영 수익의 43.6%를 차지하고 있다. 법인이 마땅히 부담해야 할 운영의 책임을 학생들에게 전가하고 있는 셈이다.
유학생에 대한 차별적 등록금 인상
유학생들에게 내국인 학생보다 몇 배나 높은 11%의 인상률을 적용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다. 심지어 내국인 학생 등록금이 동결된 동안에도 유학생 등록금은 계속해서 인상됐다. 유학생들에게 법적 인상률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유학생들이 자신의 권리를 방어하기 좀 더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학교 당국은 유학생들을 그저 ‘수익 창출의 도구’로 여기고 있는 것 아닌가?
여전히 나아지지 않은 교육 환경
이미 한 차례 등록금이 대폭 인상됐지만, 과연 교육 여건이 나아졌는지도 의문이다. 당장 2025년도 학생 1인당 교육비는 고작 전해 대비 2.6% 증가했다. 등록금 인상률에 크게 밑도는 수치다. 수업 개설 확대, 자치 공간 확충 등 그간 학생들이 꾸준히 제기한 문제들에서도 개선된 점을 찾기 어렵다. 재단이 배를 불리는 동안 학내 노동자들의 처우도 나아지지 않았다. 학교 당국이 등록금 인상 명분으로 내세우는 “교육 투자”가 허울뿐인 핑계로 들리는 까닭이다.
학교 당국은 92%의 반대에 응답하라
고려대 총학생회 등록금특별위원회의 설문조사 결과, 등록금 인상에 반대가 압도적이었다(인하 47.6%, 동결 44.1%). 인상에 찬성하는 학생은 단 8.3%뿐이다. 많은 학생들이 고물가와 고금리 속에서 학자금 대출에 의존하며 졸업과 동시에 채무를 지고 가고, 등록금과 생활비 벌충을 위해 아르바이트 등에 나서며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학교 당국은 학생들의 정당한 요구를 무시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학교 당국은 압도적인 인상 반대 여론에 부딪히자, ‘무조건적인 반대는 아니다’라는 식의 아전인수격 해석으로 인상을 강행했다. 학생들의 고통은 뒷전인 채 수익 확보에 열을 올리면서 과연 교육기관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는가?
교육은 상품이 아니며, 대학은 이윤만 쫓는 기업이 돼서는 안 된다. 대학 재단의 곳간을 풀고 정부 지원을 확충해 등록금을 인하하고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대학 당국의 등록금 인상 시도를 좌시하지 말자. 학교 당국은 학생들의 정당한 외침에 귀 막지 말고, 등록금 인상안 당장 철회하라! 유학생에 대한 차별적 등록금 인상을 중단하라! 교육 환경 개선에 나서라!
2026년 1월 15일
노동자연대 고려대모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