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턴 직원을 향한 폭언과 갑질, 부동산 투기를 통한 축재 의혹 등 국민의힘발 이혜훈 폭로가 계속되고 있다. 딱 기성 정치인다운 추문들이다.
그런데 자기 당에 있을 때는 그런 추문을 덮어 주고 공천을 주고 당 요직에 앉혔던 국힘이 이제 그것을 폭로하는 것은 실제로 “누워서 침 뱉기”가 아닐 수 없다.
이혜훈은 윤석열의 친위 군사 쿠데타 미수 후에도 쿠데타를 옹호하고 윤석열 탄핵 반대 삭발 투쟁을 주도하며 극우성을 드러냈다. 그런 이혜훈을 장관에 앉히려는 “대통령의 의지”(대통령 비서실장 강훈식)가 그의 든든한 빽이 되고 있다.
여권 다수는 이재명의 이혜훈 발탁이 극우를 혼란에 빠트리고 고립시킬 묘수라고 (역겹게도) 찬양하고 있다.
반면 국힘은 장동혁 지도부를 중심으로 똘똘 뭉치며 이혜훈과 그를 감싸는 여권에 파상 공세를 펴고 있다. 자기 당 의원이었던 배신자의 오물을 민주당에게 던져 대며 가소롭게도 반부패 언사를 통해 반사이익을 얻으려 한다.
그런데도 민주당 지도부는 기가 막히게도 당 내에 이혜훈에 대한 함구령을 내렸다.
그래서 이혜훈 지명을 계기로 개혁 염원층의 실망과 환멸이 커지고 있다.
사실 지난 8개월간 여권의 내란 청산은 지지부진하기 짝이 없었다. 쿠데타 1년이 지나도록 윤석열, 김용현 등 극소수가 구속된 것 말고는 쿠데타 세력 중 거의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그럼에도 개혁 염원층 대다수는 답답해하면서도 여권이 결국은 내란 청산을 수행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기대 속에서 기다려 왔다.
그런데 이재명은 내란 잔당을 장관 후보자로 발탁해 개혁 염원층의 뒤통수를 쳤다.
이혜훈 지명은 철저한 내란 청산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대통령이 내란 잔당을 장관에 앉히려는 마당에, 2차 내란 특검이든 헌법존중TF든 내란 처벌을 제대로 할 리 만무하다. 〈동아일보〉는 ‘이재명 정부에서 내란 청산은 끝났다’며 이혜훈 지명을 반겼다.
이혜훈 발탁은 향후 이재명 정부의 장기적 위기로 이어질 분수령이 될지도 모른다. ‘내란 청산’을 하겠다며 집권한 정부가 ‘내란 청산’을 철저히 수행하지 않는다면, 그 정부를 지지할 동기는 점차 사그라들 것이다.
친기업
이혜훈을 지명한 것은 단지 정치공학적 책략만은 아니다. 이재명 정부의 친기업 기조와 부합하는 인사이기도 하다.
이재명 정부는 처음부터 기업인, 미국, 보수와 타협하고 그들의 신뢰받는 파트너가 되기를 추구했다.
지난 한미 무역
이혜훈 장관 지명은 보수와 기업주들의 자신감을 더한층 강화할 것이다. 이혜훈은 전두환 정권 내무부 장관을 지낸 시아버지 김태호의 후원과 이회창의 발탁으로 정계에 들어와 줄곧 기업과 부자들, 그리고 개신교 우파를 대변하는 정치 활동을 해 왔다.
한경협(옛 전경련) 기관지 격인 〈한국경제〉는 이혜훈에게 “재정 파수꾼 역할 기대한다,” “경제에서만큼은 협치의 바람이 불기를 기대한다”며 환영 의사를 표했다.
재정 확장을 통한 복지를 강조했던 이재명이 긴축론자를 예산 담당 장관에 지명한 것이니 정면 모순이고 또한 배신적 타협이지, 불가피한 타협이 아니다.
민주당은 노골적 친자본주의 정당으로 지난 30년 중 15년 넘게 집권하며 명실상부 지배계급에도 기반이 있는 정당으로 발돋움했다.(사회운동 지도자들 다수의 지지를 받기 때문에 여전히 국힘에 비해 지배계급의 제2 선호(차선책) 정당이지만 말이다.)
그래서 민주당도 한국 자본주의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 정치적 안정을 신줏단지로 여긴다. 역대 민주당 정부들은 책임 있는 집행위원회로 인정받고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보수파, 심지어 군부 독재 잔당들과도 손잡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김대중은 대중 투쟁의 힘에 의해 사형 선고를 받은 전두환·노태우를 사면했다. 애초에 당선을 위해 유신 잔당 김종필과 손잡은 것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기도 했다.
노무현은 박근혜의 한나라당에 연정을 제안했(다가 거절당했)다.
문재인은 대중 투쟁이 감옥에 보낸 박근혜와 이재용을 사면해 줬고, 학살자 노태우가 사망하자 국가장을 치러 줬다.
이재명 정부도 이전 민주당 정부들과 다르지 않게 행동하고 있다. 국정 안정을 흔들 국가기관 내 군사 쿠데타 조력자들에 대한 전면적인 숙정은 한사코 피한다. ‘국익’(한국 자본주의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누구와도 손잡을 준비가 돼 있다고 공언한다. 실용주의를 들먹이지만, 무원칙을 포장하는 미명일 뿐이다.
이재명 정부는 쿠데타 세력을 일소하지 않을 것이다. 좌파는 이재명 정부의 배신적 타협을 분명하게 비판하고, 노동계급 대중이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투쟁에 나서도록 설득하고 조직해야 한다.
출처: 이혜훈 장관 지명 논란: 이재명은 “내란 청산”에 진지하지 않다(<노동자 연대>568호, 2026-0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