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기업적 대학 구조조정의 일환인 “미래대학” 설립에 맞서 고려대 학생들이 1차 승리했다. 12월 6일 오후 학생들의 거센 항의로 “미래대학” 설립안을 통과시키려던 교무위원회가 무산됐다.
이날 학교 당국은 “미래대학”안을 ‘날치기’ 통과시키려 했다. “미래대학”은 한 대학 내에서 특권적인 ‘일류 학부’를 만들려는 시도이고, 기업의 이윤 논리에 대학 교육을 더 종속시킬 것으로, 박근혜의 교육 정책과 관련이 있다.(관련 기사: 188호, ‘학교 당국은 본관 농성 학생들 협박 말고 “미래대학”·학사제도 개악 전면 철회하라’)
지난 11월 28일 고려대 학생들은 학생총회를 성사시켜 “미래대학 설립 전면 철회”를 결정하고, 2주 넘게 본관 점거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학교 당국은 이런 학생들의 의견은 무시하고, 교무위회의의 시간과 장소를 회의 직전까지 교수들에게도 공개하지 않은 채, 설립을 ‘몰래’ 강행하려 했던 것이다.
학교 당국은 학생들을 따돌리기 위해 실제 회의가 열리지도 않을 장소에서 회의를 할 것처럼 어설픈 연막을 치기도 했다. 또 교무위원회가 열리는 건물 앞에 직원 수십 명을 동원하고 철창까지 내려놓은 채 학생들을 가로막았다. 학교 당국은 이를 위해 사전에 직원 교육까지 시켰다고 한다.
그러나 학생들은 용감하게 저항했고, 이런 방해를 뚫고 교무위원회가 열리는 회의실 앞까지 들어갔다. 가장 많았을 때 2백여 명이나 모였다. 학생들은 “교무위원회 취소하라”, “날치기 중단하라”, “미래대학 전면 철회”, “학교는 돈벌이 전당이 아니다”를 외치며 항의했다.
△고려대 학생들이 학교와의 1차전에서 통쾌한 승리를 거뒀다. ⓒ사진 제공 고려대 학생
일부 교무위원들과 직원들은 교양 없이 학생들에게 ‘이놈’, ‘저놈’ 하면서 욕설과 반말을 하고, 삿대질을 하는가 하면, “징계” 운운하며 위협하기도 했다. 염재호 총장은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내내 팔짱을 끼고 앉아 있었다.
연은정 학생(국어교육11)은 “염재호 총장이 친이명박 인사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친박근혜 인사이기도 하다”는 점을 폭로하면서 “오늘 국회에서는 박근혜 탄핵이 가결됐는데, 미래대학도 날려 버려야 한다” 하고 주장했다.
염재호 총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정부업무평가위원회 위원으로서 ‘4대강 사업’을 찬양했던 것으로 악명 높은가 하면, 박근혜 정부 초기에는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 경영평가 단장으로 일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단은 철도·의료 민영화와, 공공요금 인상, 성과연봉제 추진 등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곳이다.
학생들이 수시간 동안 거세게 항의하자 학교 측은 더 회의를 진행하지 못하고 해산해야만 했다. 학교 측은 ‘첫째, 오늘 교무위원회는 취소한다, 둘째, 미래대학에 대한 안건 논의 여부를 임시 처장회의에서 재논의하고, [교무위원회 논의시] 총학생회를 통해 사전 공지한다, 셋째, [오늘 학생들의 항의 행동과 관련해] 일절 징계하지 않는다’ 하고 약속했다. 학생들은 교수들이 회의장에서 “불명예스러운 퇴장”을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며 환호했다.
학생들이 1라운드에서 학교 측을 저지했지만, 학교 당국은 꼼수를 부리며 반격할 기회를 노릴 것이다. 이를 경계하며 투쟁을 이어가서 “미래대학” 설립 시도를 완전히 주저앉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