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0일(월) 오후 5시 고려대학교 민주광장에서 고려대 당국의 회계 비리를 규탄하는 2차 월요 집회가 열렸다. 일주일 전에 열린 1차 집회보다 많은 100여 명이 참가했다. 거의 모든 단과대 학생회가 참가했다.
총학생회는 10대 요구안을 발표해, 재정 투명성을 높이고,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고, 학내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라고 주장했다. 부정 운용된 등록금을 학생을 비롯한 학내 구성원들에게 제대로 쓰라는 것이다.
그동안 고려대 당국은 ”돈이 없다”는 핑계를 대며 등록금 인하를 반대하고 외국인 학생 등록금은 인상시켰다. 개정 강사법 적용을 앞두고 강의 수를 축소하고 시간강사를 해고했다. 청소 노동자 인력 충원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강의실이 부족해 다른 단과대 건물을 전전해야 하는 문과대와 정경대 학생들에게 건물 신축을 약속했지만 돈이 없다며 착공을 미뤘다.
이 모든 것이 거짓말임이 들통난 지금, 학생들은 학교 당국의 거짓말에 분노하면서도 자신들의 요구가 정당했음을 확인했다. 총학생회가 집회에 참가한 단과대 ‘출석 체크’를 할 때 학생들은 자랑스럽게 자신의 소속 단과대와 학부를 외쳤다.
집회는 활력 있었다. 학생들은 배너에 자신들의 요구안을 직접 적었다. “우리는 수업이 듣고 싶다”, “등록금 책정 근거 확실히 하라”, “외국인 등록금 인상 철회”, “이공계 실험 환경 개선하라”, “철철새는 등록금 학생에게 반환하라”, “인문사회관[문과대, 정경대에 약속한 건물] 하루 빨리 착공하라”, “학생 자치공간 보장하라” 등.
집회 참가자들은 본관으로 행진했다. 본관에 들어가 구호를 외치고 자유발언을 이어 갔다. 학교를 향한 분노의 함성이 본관에 울렸다.
5월 7일 교육부의 회계 감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 총장은 빠르게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었다. 학생들은 “번지르르한 사과문만 낼 것이 아니라 실제로 책임자를 처벌하고 우리에게 돈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대신문〉에 따르면, 고려대 당국은 교육부의 징계 절차를 따라 비리가 적발된 교직원을 모두 처벌했다고 한다. 그러나 학생들은 실제로 처벌이 있었는지, 환급됐다는 10억 원 가량의 돈이 어디로 갔는지는 모른다.
학생들은 다음 주 3차 월요 집회에는 더 많이 참가하자고 결의를 모았다. 학생들의 행동이 커질 때 요구 실현의 가능성도 커질 것이다.
그리고 총학생회가 옳게도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 확대를 요구한 것처럼, 학내 구성원들이 함께 싸운다면 더 큰 힘을 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