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1일 서울대 총장은 시흥캠퍼스 철회 투쟁에 참여한 학생 12명에게 학교 당국이 내린 징계가 “무효”라는 1심 판결을 수용하고, 항소를 취하하기로 결정했다.
‘친박’ 인사인 성낙인 전 총장은 학생들과 논의하겠다는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2016년 시흥캠퍼스 실시협약을 기습적으로 체결했다. 학생들은 사업 추진의 비민주성과 대학 상업화, 등록금 인상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하며 시흥캠퍼스 실시협약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학생들은 학생총회를 두 차례나 성사시켰고 학생총회의 결정에 따라 2016년 10월부터 총 228일간 본부(행정관) 점거 농성을 벌였다.
점거 투쟁은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 요구를 성취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성낙인 전 총장의 비민주적 행정은 학내외에서 비판을 받았다. 대학 당국은 한겨울에 농성장의 전기·난방 공급을 끊고, 학생들에게 ‘물대포’를 쏘는 등 폭력적 탄압을 저질렀다.
성낙인 전 총장은 투쟁의 정당성을 깎아내리고, 학생들의 활동을 억누르려고 2017년 7월 20일, 나를 포함한 서울대 학생 12명에게 중징계를 내렸다(무기정학 8명, 유기정학 4명). 학생들이 이에 저항하려 하자 서울대 당국은 징계위원회 개최 장소를 몰래 바꿔가면서 부당한 징계를 강행했다.
결국 12명의 학생들은 시흥캠퍼스 반대 투쟁을 함께해 온 학생들과, 부당한 징계에 반대하는 광범한 학생들의 지지 속에 부당징계 철회 투쟁을 시작했다. 2017년 8월 23일 서울대학교를 상대로 징계처분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하고, ‘부당징계 철회! 시흥캠퍼스 강행 중단! 투쟁위원회’(이하 징투위)를 꾸려 활동을 이어나갔다.
서울대 학생 수천 명과 학생회 및 학생단체, 양심적인 서울대 교수들이 징계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학생들의 투쟁에 지지를 보냈다.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와 학생 탄압 중단을 위한 시민사회 공동대책회의’를 중심으로 2백 개가 넘는 시민사회단체, 노동조합, 정당들도 지속적으로 연대해왔다.
법원은 징계처분의 내용적·절차적 위법성을 지적하며 2017년 9월 5일 징계효력정지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연대가 확산되자 성낙인 총장은 2017년 12월 5일 징계를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징계가 완전히 철회된 것은 아니었다. 서울대 당국은 마지못해 법원 결정을 따랐을 뿐 학생들의 징계기록을 남겨 애초 목적한 바를 이루려 했다. 심지어 2018년 11월2일 “징계처분은 모두 무효”라는 법원의 1심 판결이 나왔지만 학교 당국은 결국 항소를 택했다.
한편 신임 총장 오세정 교수는 후보자 시절 “1심 판결이 혹시 학교에 불리하게 나오더라도 항소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징투위는 신임 총장에게 약속 이행을 촉구하고, 다시 징계하지 않을 것을 확약하라고 요구했다.
21일 서울대 당국이 결국 항소를 취하하기로 한 것은 1년 7개월 동안 투쟁의 대의를 지키며 끈질기게 싸워온 학생들의 투쟁과 연대 확산이 가져온 결과다. 학교 측은 그동안 회유와 협박을 번갈아 쓰며 학생들의 ‘사과’를 받아내려 압박했다. 징계를 철회하더라도 투쟁의 대의를 깎아내리려 한 것이다. 일부 학생들의 동요에도 학생들은 투쟁의 대의를 지키며 사과하지 않고 싸웠다.
징계 철회 투쟁에 대한 학생들의 지지, 그리고 전 사회적 세력관계도 학생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만이 확산되고 있고, 최근 서울대 시설관리 노동자들은 총장 취임 직후 6일간 점거 파업을 벌여 통쾌한 승리를 거뒀다. 이 투쟁을 보며 학생들의 사기와 자신감도 높아졌다.
정당한 저항에 나섰던 학생들을 징계하는 것 자체가 아무런 정당성이 없다. 서울대 당국은 혹시라도 명분 없는 ‘재징계’ 시도를 하려고 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