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6일 오전 7시 밀양 세종병원에서 대형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제천 화재 사고의 악몽이 여전한데 말이다. 사망자 39명을 포함해 사상자가 190명에 이른다. 일부 부상자는 위독한 상황이다. 인명 피해가 역대 3번째로 큰 화재 사고다.
피해자 다수는 환자였다. 독감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참변을 당한 환자부터 요양병원 침상에 태권도 띠 등으로 결박돼 있었거나 혼자 힘으로 이동하기 힘들었던 고령의 환자까지, 안타까움에 말문이 막힌다.
병원인데도, 충격적일 정도로 건물 자체가 안전에 취약했다. 불법 증축으로 대피로 확보 상태가 엉망이었고, 규정을 어긴 과밀 병실이 많았다. 화재가 발생한 1층 응급실에는 유독 가스를 막아 줄 방화문이 없었다. 또, 제천 화재 건물처럼 대피가 어려운 필로티 구조[1]였다.
특히 스프링클러(자동으로 물 뿌리는 장치)와 옥내 소화전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건물 외장재가 급속도로 타면서 유독 가스를 내뿜었고, 사망자 전원이 질식사했다.
2014년 장성에서도 요양병원 화재로 2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났다. 이후 요양병원에는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건물 규모가 기준보다 작은 병원은 법의 적용을 받지 않았다. 밀양 세종병원이 그런 병원이었다. 그러나 피해 규모가 보여 주듯, 밀양 세종병원은 화재 당시 200여 명이 입원해 있던 5층짜리의 작지 않은 병원이었다.
이는 단지 행정적 허술함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방 중소 병원들은 많은 노동계급이 이용하는 시설이다. 그렇지만 안전 투자의 우선순위는 까맣게 잊혀지기 일쑤다.(일부 중소 병원들은 심한 적자에 허덕이지만 병원은 법적으로 매매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거의 폐허처럼 유지되는 경우도 많다.) 물론 수익률이 높은 병원이라고 해서 알아서 안전에 투자하는 것도 아니다.
병원장들은 적자가 많은 병원들을 사고팔 수 있게 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해 왔다. 정부도 병원에 대한 책임을 덜 지려고 규제를 느슨하게 하고 병원의 영리화를 갈수록 허용해 왔다.
가장 효과적인 대안은 이런 병원들을 공공병원으로 만들어 정부가 책임지는 것이다. 한국의 공공병원은 전체 의료기관의 6퍼센트밖에 안 된다.
정부가 나서라
병원의 영리화·민영화에 앞장선 대표적인 정치인이 바로 자유한국당 대표 홍준표다. 홍준표는 2013년 경남 도지사 시절, 진주의료원을 폐쇄해, 멀쩡히 있던 공공병원마저 없앴다.
따라서 홍준표가 밀양 화재 현장을 찾아 책임 운운하는 것은 여당을 공격하기 위한 역겨운 위선일 뿐이다(제천 화재 때와 마찬가지로).
한편, 문재인 정부의 대처가 실질적 효과를 내기에 턱없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2018년 공무원 충원 예산에서 문재인 정부는 소방 인력보다 경찰 인력 충원을 우선했다. 소방공무원 신규 채용 규모는 지난해에 견줘 비슷하거나 약간 적은 수준에 그쳤다.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던 의료 민영화도 멈출 생각이 없다. 여당은 규제프리존법을 일부 내용과 형식만 바꿔 다시 발의할 예정이다.
정부는 밀양 화재 유가족을 말로 위로하는 데서 더 나아가 병원에 대한 공공 투자와 안전 인력·훈련 예산을 대폭 늘려야 한다. 기업주·건물주·병원재단의 이윤을 침해하는 한이 있더라도, 즉각 안전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나아가 근본적으로 반복되는 참사를 끝장내려면 하나부터 열까지 이윤 중심으로 돌아가는 자본주의 사회를 끝장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노동계급의 구실이 중요할 것이다. 노동계급은 대형 참사의 큰 피해자일 뿐 아니라, 자본주의에 도전하고 대안 사회를 건설할 잠재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