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가 촉발한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포털 사이트 검색어 1, 2위에 ”하야”와 “탄핵”, “촛불시위”가 오르내리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지지율은 드디어 10퍼센트 대로 떨어졌다. 최근 리얼미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20대 중 58.6퍼센트가 박근혜가 하야•탄핵돼야 한다고도 응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에서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는 시국선언들이 번지고 있다. 이는 고려대학교를 비껴가지 않았다. 고려대에서도 시국선언이 제안됐고, 총학생회를 비롯한 학내 정치 • 좌파단체, 동아리들이 이에 응해 “박근혜 정부 퇴진” 시국선언을 결정하고 준비하고 있었다. 시국선언문 초안을 작성하고 학생회를 비롯한 학생 단체들에게도 제안이 시작됐다.
총학생회가 시국선언을 공지해 JTBC를 비롯한 언론에도 고려대 시국선언이 보도되기도 했다.
그런데, 인터넷 커뮤니티와 페이스북 등에서 일부 학생들이 시국선언을 비판하는 글들을 올렸다. 민주적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 정치 단체들이 포함돼 있다, 시국선언문 초안에 최순실 게이트뿐 아니라 세월호 참사와 백남기 농민 사망도 포함돼 있다 등. 대부분 동의할 수 없는 내용이다.
민주적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이미 논의 단체들이 시국선언을 광범하게 제안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학생회 대의기구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학생들의 주장이 반드시 학생회 논의를 거쳐야 하는 것도 아니다. 이미 진지하고 열의 있게 논의하고 추진하고 있던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취소하고 연기하라는 것이 비민주적 주장일 뿐이다.
정치 단체 배제 논리는 군색하기 짝이 없다. 정치 단체들은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박근혜 정부에 맞서 투쟁해 왔고, 더 광범한 단결과 연대라는 측면에서도 부적절한 주장이다.
그리고 최순실 게이트로 폭발한 민심의 이면에는 박근혜 정부의 온갖 악행에 대한 누적된 반감이 존재한다. 세월호 참사나 백남기 농민 사망 문제가 왜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에 빠져야 하는가? 오히려 이런 분노를 모아 내야 박근혜 퇴진 흐름이 강화될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총학생회는 이런 압력에 굴복해 시국선언 기자회견 연기를 수용했다. 시국선언을 함께 준비하던 고려대 학생행진 등도 기자회견 연기를 주장한 것은 아쉽다.
그러나 박근혜 퇴진 분위기는 쉽게 사그러 들지 않을 것이다. 더 많은 대학에서 시국선언들이 준비되고 있고, 민주노총도 민중총궐기 때 거리로 나오라고 호소하고 있다.
오늘 임시 중앙운영위원회는 항의를 이어나가기 위한 논의와 결정을 해야 한다. “박근혜 퇴진” 시국선언은 준비되던 대로 추진돼야 하고, 더 많은 학생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확대해야 한다. 이런 학내 흐름을 수용하는 것이야 말로 민주적인 과정일 것이다. 아울러 시국선언뿐 아니라 거리시위와 투쟁에 더 많은 고대생들이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야 말로 시국선언을 뒷받침하는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는 결론일 것이다.
2016.10.27
노동자연대 고려대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