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7일 외교부와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TF(이하 TF)의 검토 결과가 발표됐다(관련 기사: ‘박근혜의 이면 합의를 폭로하면서도 폐기는 말하지 않는 문재인 정부’). 이에 대해 28일 문재인이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은 합의 과정과 결과에 “중대한 흠결이 있”고 “빠른 시일 안에 후속 조치를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역사는 역사대로 다뤄 갈” 것이고 그와 별개로 “한·일 간의 미래지향적인 협력을” 위해 애쓰겠다고 했다.
우파들은 “한일 관계는 이래도 괜찮나”(〈조선일보〉 사설 제목)며 흥분해서 반발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정쟁으로 몰고 가지 말라”는 지겨운 레파토리를 또 꺼내 들었다.
반면 언론과 진보 진영 일각은 추가 협의부터 폐기까지 가능성을 내비쳤다며 환영했다. 〈한겨레〉 등은 문재인 발표에 들어간, “이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음을 밝[힌다]”는 표현을 주목했다.
그러나 이는 삼척동자도 다 알 만한 당연한 말일 뿐 아니라, 추가 협의나 국회 국정조사 가능성은 회자되지만 그 이상의 실질적 개선을 약속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양쪽의 호들갑과 달리, 실제 문재인이 밝힌 내용을 뜯어보면 문재인은 “폐기”는커녕 “재협상”조차 언급하지 않았다. 안 그래도 문제 투성이인 합의에 추악한 이면 합의까지 있었다는 게 폭로됐는데 말이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기자들의 질문에 “(이번 문재인의 발표를) 협상 파기로 본다면 ‘오보’가 될 것”, “대통령이 소회를 밝힌 것뿐”이라고 했다. 반면 일본은 “1밀리미터도 양보할 생각 없다”는 입장을 쏟아 내고 있다.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반복돼 목격해 온 방식이다. 사드 문제, 세월호 문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사면·석방 문제 등등. 당사자들을 대하는 태도는 달라졌지만, 이전 정권들이 저질러 놓은 문제들은 (심해지면 심해졌지) 거의 해결되지 않고 있다.
결국 역사와 한·일 관계를 별개 문제로 다루겠다는 문재인의 입장은 기존의 “투 트랙” 기조를 온화하게 돌려 말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과거사 문제에 발목 잡히지 않겠다는 뜻이다. 한미일 동맹 강화를 바라는 미국이 핵심적으로 요구해 온 바다.
문재인 정부가 근본적으로 한미 동맹을 중시하는 한, 미국 제국주의의 뜻을 거슬러 합의 폐기까지 나아가기는 불가능하다. 사실상 그럴 의지도 별로 없어 보인다. 문재인 정부 자신이 일본과 협력해 북핵에 대응하려 하니 말이다.
한일 ‘위안부’ 합의 폐기는 문재인이 “계승”했다고 말해 온 촛불의 염원이자 퇴진 운동의 주요 요구였다. 대부분 대중의 마음에서 일찌감치 버려진 이 쓰레기 합의에 대해, “신중한 태도” 운운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배신이자 공약 파기일 뿐이다.
문재인은 ‘위안부’ 피해자들과 일본 사이에서 줄타기 하면서 시간 끌지 말고, 즉각 ‘위안부’ 합의를 폐기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