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대에서 학교 측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던 학과 통폐합 계획이 철회됐다. 12월 19일 서울여대의 대학구조개혁위원회는 ‘서울여자대학교 구조개혁 추진 계획’을 철회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11월 초 서울여대 당국은 전체 학과의 15퍼센트를 통폐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었다. 내년부터 취업률과 입학 경쟁률 등을 기준으로 전체 학과를 평가해 2019년에 하위 15퍼센트를 통폐합하겠다는 것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하위 순위 대학들에게 정원 감축을 압박하는 구조조정을 지속할 계획인데, 이런 상황에서 서울여대 당국은 학생들과의 소통도 없이 구조조정을 강행하려 했다.
이에 반발한 학생들은 세이빙슈(SAVING SWU)라는 단체를 꾸려서 11월 말에 3차례 시위를 벌였다. 가장 많이 모였을 때 1000명이 넘었다. 학생들의 호응은 뜨거웠다.
12월 11일부터는 총장실 앞 점거 농성도 들어갔다. 학생들 대부분에게 점거는 처음 경험하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자발적으로 점거 진행팀에 자원해 시험 기간인데도 질서 있게 농성장을 지키며 점거를 이어 나갔다. 점거를 하는 학생들에게 끊이지 않고 들어오는 치킨, 빵, 과자 등 지지 물품들은 투쟁에 대한 큰 지지를 보여 줬다.
서울여대에서는 2015년에도 학사구조개편이 추진됐었다. 그 과정에서 많은 학생들이 학과 통폐합으로 고통을 겪었다. 이 경험은 이번 학교 측의 통폐합 계획에 학생들이 더 거세게 반발하는 계기가 됐다.
“[수업의 질을 떨어뜨리는] 대형 강의는 늘어 왔고, 전공 수업은 수강 정원이 부족해 못 들을 정도로 교육 여건이 후퇴해 왔습니다.”(국어국문학과 17학번)
12월 13일(수)에 열린 학교 측과의 공청회에서 학생들은 불만을 터트리며 학교 측을 성토했다.
“콘텐츠디자인학과와 컴퓨터 공학과가 합쳐진 디지털미디어학과 친구들 말을 들어 보면 불이익이 매우 많습니다. 학과 수업이 없어져서 휴학을 하면 안 되는 상황이 됐고, 졸업 프로젝트를 더 열어 주기 힘들다고 하면서 4학년 1학기까지 휴학하지 못하고 쭉 다녀야 한다고 합니다. 이미 통합된 학과들도 이렇게 문제가 많은데 앞으로 통합할 과에서 생길 문제들에 대한 해결 방안이 있습니까?”(수학과 16학번)
“진정한 학교 발전을 위해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학사구조개편을 통한 통폐합이 아니라 친일 바롬(친일파였던 초대 총장의 호를 딴 합숙 교육) 폐지, 대형 강의 축소와 개선, 그리고 교수 충원과 커리큘럼 개선 등입니다.”(교육심리학과 16학번)
학과 통폐합 철회 소식에 많은 학생들이 기뻐하고 있다. 이번에 점거에 열의 있게 참가한 한 국어국문학과 17학번 학생은 아직 “얼떨떨”하다며 “생각보다 학우들의 움직임이 크게 일어”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에 철회시키긴 했지만 아직 바꿀 것은 많습니다. 학교 측이 기존 계획을 철회시켰지만 다시 추진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후에도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죠. 여태껏 학교 측은 소통이 아니라 통보를 해 왔는데 앞으로는 학생들과 진정한 소통을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