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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KEC 분신 사태
점거 파업에 연대를!

전태일 열사가 산화해 가신 지 40주년이 가까와 오는 10월 30일, 또 한 명의 노동자가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사측의 노조 와해 공작에 맞서 열흘 넘게 공장 점거 파업 중인 금속노조 구미지부 KEC지회 조합원인 김준일 금속노조 구미지부장이 분신을 시도한 것이다. 이것은 이명박 정부와 경찰의 노동자 탄압이 낳은 비극이다.


김준일 지부장은 사측의 교섭 요청과 경찰의 신변 보장 약속을 받고 10월 30일 교섭에 참가했다. 이 교섭은 파업 1백36일 만에 처음 이뤄진 교섭이었다. 그러나 김준일 지부장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사측과 경찰이 공모한 함정이었다.


경찰은 노사 교섭이 끝난 직후 김준일 지부장과 노조 간부들을 체포하려 달려들었다. 노조 간부 5명이 그 자리에서 폭력적으로 체포됐고, 경찰에 저항하며 막다른 구석으로 몰리던 김 지부장은 결국 온몸에 시너를 붓고 불을 붙였다.


얼굴과 가슴 등에 큰 화상을 입은 김 지부장은 곧바로 신속한 치료를 받아 마땅했다. 그러나 경찰은 가족들도 모르게 김 지부장을 다른 병원으로 강제 이송하려 했다. ‘환자 납치’를 시도한 것이다. 결국 김 지부장은 가족들과 민주노총의 항의 끝에 새벽 늦게서야 화상전문 병원인 서울 한강성심병원으로 옮겨질 수 있었다.


10월 30일 밤에 김 지부장 체포를 시도하면서 동시에 경찰은 여경들을 포함해 전경 수천 명을 KEC 공장 주변에 배치했다. 노조 지도부를 체포하고 동시에 점거 파업 자체도 침탈하려고 한 듯하다.


△10월 31일 경찰의 만행과 분신 소식을 들은 노동자와 학생들 수백여 명이 한강성심병원 앞에 모여 촛불집회를 열고 김준일 지부장의 쾌유와 KEC 투쟁의 승리를 기원했다. ⓒ이미진


따라서 이 사건은 민주노동당의 지적처럼 ‘경찰과 사측이 공모해 교섭이라는 미끼를 던진 기획 체포 공모와 그것이 낳은 분신 사건’에 다름 아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가 말했듯이 “이것은 교섭이 아니라 함정”이었고 “경찰의 정당한 공무집행이 아니라 폭력배에 사주받은 돌격”이었던 것이다.


이 살인 미수 사건의 주범은 경찰총장 조현오다. 진보신당은 “쌍용자동차 파업 진압을 가장 자랑스러운 일로 기억하는 조현오 경찰총장 아래에서 전국 일선 경찰들의 반노동자적 행태가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했다.


노동자 죽이기


이미 경찰은 KEC 파업에 대한 폭력적 개입을 계속하고 있었다. 집안 사정 등으로 점거 파업장을 나온 노동자에게 ‘업무복귀확약서’를 강요하기도 했고, 헬기를 위협적으로 저공비행시켜 농성 천막을 날려 버리기도 했다. 이 와중에 임산부 등 여성 조합원 5명이 천막에 깔려 다치기도 했다.


사측과 정부의 압박에 밀린 김준일 지부장은 그동안 “구속은 이미 각오했지만 사태가 구속보다 더한 것을 결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해 왔다. 또 점거 파업이 온갖 위험 물질이 가득 찬 공장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제2의 용산참사’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있었다. 그런데도 정부와 경찰은 노동자 죽이기에 눈이 멀어 극단적 사태를 자초한 것이다.


정부와 경찰의 무리한 대응은 사회적 반발 여론과 노동자들의 분노를 낳고 있다. 운동도 대응을 시작했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야 5당은 즉각 정부를 규탄하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으며, 10월 31일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는 노동ㆍ사회단체에서 수백여 명이 모여 김 지부장의 쾌유와 KEC 투쟁의 승리를 기원했다.




△이번 사건의 배경에는 쌍용차 살인 진압이 자랑스럽다고 한 조현오와 그런 그를 경찰청장으로 끝내 임명한 이명박이 있다. ⓒ이미진


지금도 KEC 노동자들은 하루에 한 끼만 먹고 찬물로 머리를 감고 찬 바닥에서 비닐만 덮고 잠을 자면서도 투지와 용기를 잃지 않고 있다.


제2의 쌍용차 살인진압을 막고 KEC 투쟁 승리를 위해서는 투쟁과 연대가 더 커져야 한다. 강력한 투쟁에 나서겠다는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KEC 노동자들을 짓밟고 경제 위기 고통전가를 위한 G20을 성공시키려던 이명박 정부의 계획은 이미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제 우리의 투쟁과 연대로 그 계획을 완전히 무너뜨려야 한다.


11월 7일 전국노동자대회와 11월 11일 G20 항의 시위는 야만적인 반노동자 정부에 맞선 강력한 투쟁의 자리가 돼야 한다.


KEC 사측은 직장폐쇄를 철회하고 노동자들의 요구를 수용하라. 정부와 경찰은 점거 파업장에 배치된 경찰과 용역을 즉각 철수시켜라. 점거 파업 노동자들에게 의료진과 식량과 생필품을 제공하라.



△살인 진압을 막아내고 승리하려면 더 많은 투쟁과 연대가 필요하다. ⓒ이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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