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는 학령 인구 감소를 이유로 대학 정원을 줄이는 한편, 대학을 더욱 기업의 수요에 종속시키는 방향으로 재편해 왔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14~22년을 3주기로 나눠 대학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최근 2주기 구조조정 계획 초안이 발표됐다. 한마디로 1주기 때 드러난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안이다.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은 곳곳에서 반발에 부닥쳤다 11월 29일 학생총회에 모인 고려대 학생들. ⓒ조승진
첫째, 대학 정원을 줄이는 “양적 구조조정”을 하위권 대학에 집중시키겠다고 한다. 1주기 대학 평가 때는 대학을 5등급으로 나눠서 최우수 등급을 제외한 나머지 등급들에서 모두 정원을 감축했다. 그런데 2주기 계획에서는 대학을 두 부류로 나눠서 상위 50퍼센트에는 정원 감축을 요구하지 않는 대신 하위 50퍼센트에게는 더욱 강하게 정원 감축을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1주기 때도 서울지역 대학(1.9퍼센트)보다 지방대학 정원 감축률(9.6퍼센트)이 5배 이상이었는데, 새 계획에 따르면 하위 대학들은 기존보다 정원 감축률을 1.5~2배로 높여야 한다.
부의 불평등이 교육 불평등으로 대물림되는 현실에서 하위권 대학 정원 감축은 노동계급과 가난한 가정의 자녀들에게 대학에 가지 말라는 메시지를 줘, “눈높이”를 낮추게 하는 효과를 낸다.
기업주들은 3D업종의 일손은 부족한데 대졸자들이 이를 기피하는 게 문제라며 대학 진학률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모든 노동자가 고등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9년에 77.8퍼센트에 육박하던 대학 진학률은 2016년 69.8퍼센트로 줄었다.
둘째, 기업 “수요 맞춤형”으로 대학을 구조조정하라는 압박도 계속할 계획이다.
1주기 때 정부가 ‘프라임 사업’(산업 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육성 사업)을 추진하면서 여러 대학에서 인문학, 기초 과학, 예술 등의 학문이 축소되고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실용학문들만 확대됐다. 이런 방향은 계속될 계획이다.
정부는 전체 대학을 글로벌 경쟁대학, 고등 직업교육 중심대학, 중견·강소대학, 한계대학으로 나누겠다고 한다. 그리고 한계대학은 퇴출시키고, 나머지 대학들은 기업들의 연구를 지원하거나 인력을 양성하는 곳으로 만들겠다고 한다.
그러나 대학을 기업 수요에 맞춰 구조조정할수록 대학 교육 과정은 실용학과 중심으로 협소화돼 종합적인 사고 발달 훈련이 더한층 방해받을 것이고, 자유로운 학문 탐구는 설 자리를 잃게 된다. 또한 경기변동에 따라 바뀌는 기업 수요의 변화에 따라 학과가 생기거나 사라지면 학생들은 자신이 다니는 학과가 언제 없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어야 한다. 대학에 성과 논리가 강화되고, 이에 따라 교수·직원들의 처지는 악화하기 십상이다.
정부는 마치 청년실업의 원인이 높은 대학 진학률 때문인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대학 구조조정이 진행돼 왔지만 청년 실업은 해결되지 않았다. 진정한 문제는 경제 위기에 노동자들을 공격하며 안정적인 일자리를 줄여 온 기업주들, 이들을 비호해 온 정부에 있다.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은 이런 진정한 문제를 가리는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낸다.
기업주와 지배자들은 모든 사람이 대학 교육을 받는 것을 낭비라고 생각할 테지만 교육은 인간이 누려야 할 권리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무상으로 대학 교육을 받지 말아야 할 까닭은 없다.
대학이 이윤 논리에 종속되지 말아야 한다는 요구와 투쟁은 끊임없이 벌어져 왔다. 지금도 탐욕으로 점철된 서울대의 시흥캠퍼스 추진에 맞서, 기업 맞춤형 프로젝트인 고려대 미래대학 설립을 반대해 학생들이 본관을 점거하고 싸우고 있다. 이런 투쟁을 확대·강화해 박근혜의 친기업 대학 구조조정을 중단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