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3일 한 기업주가 우리 학교 수업에 와서 추태를 부리고 망언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10월 13일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공통전공과목인 ‘창업103:21C기술경영 ’이란 수업에 초청 강연을 온 구두회사 ‘바이네르’ 김원길 대표는 학생들에게 리액션을 하는 대가로 돈을 주는가 하면, 여성에 대한 역겨운 성적 대상화 발언까지 일삼았다.(<한겨레>, “[페친토크] “여자몸은 보너스” “연대생에 환장” 희롱 쏟아낸 CEO대학특강”, 16.10.14)
<한겨레>에 제보를 한 학생에 따르면, 김원길 대표(이하 호칭 생략)는 학생들에게 “강의에서 ‘와우’라고 호응을 해주면, 힘이 난다”면서 학생들이 ‘와우’ 하고 외칠 때마다 몇몇 학생을 지목해 1인당 현금 5만~10만 원씩 총 ‘50만~60만 원 정도와 고객들에게 제공되는 사은품 가방 5개를 학생들에게 줬다’고 한다. “마치 물개쇼의 ‘조련사’ 같았”다고 제보 학생은 표현하고 있다. 김원길은 학생들을 ‘자신의 재력 과시를 위한 들러리’나 장차 자신의 이윤을 만들어줄 ‘잠재적 피착취자’ 정도로 여기는 것 같다.
김원길은 “여자는 몸을 원하면 안 된다. 마음이 중요하다. 마음을 얻으면, 여자들은 다 주더라. ‘보너스’로 몸을 준다”며 성차별적 망언도 거침없이 해댔다.
해명한답시고 내놓은 말도 기가 찬다. 그는 “연세대는 학생들이 엘리트라는 의식이 있어서 리액션이 적은 편이라 강의가 힘들다. 강의에 집중하고 호응을 끌어내기 위해 5만 원과 가방 등을 줬다”고 해명했다.
수업에 참가한 학생들이 전하는 바로는 김원길은 돈을 뿌린 것 말고도 끊임없이 재력 과시를 하며 자기 자랑만 늘어놓았다고 한다. 그동안 창업 관련 수업에 초청강연을 온 기업주 대부분이 ‘열심히 노력’해서 ‘자기처럼 되라’는 헛소리나 늘어놓아 학생들의 불만을 샀다.
이 수업을 듣는 여러 학생들에게서도 ‘이 강연을 듣는 내내 불쾌했으며, 이 수업 자체도 기업인들의 매출액 자랑, 자식 자랑, 노력해서 자기처럼 성공하라는 공허한 얘기 뿐’이라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김원길을 포함해 한국의 기업주들은 이윤을 뽑아내려고 오늘도 온갖 수단과 방법을 궁리하고 있을 것이다. 이들은 청년 실업이 극심한 현실을 이용해 오히려 그나마 안정적인 일자리를 공격하고 성차별 현실을 이용해 여성 노동자들의 저임금을 정당화하고 여성과 남성 노동자들을 이간질한다.
기업주들의 강연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
연세대 학우들은 이번에 알려진 창업 수업 외에도, 채플이나 동아리 간담회 등에서 기업주들로부터 천박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들을 들어왔다. 경제 위기와 청년실업의 책임을 청년들과 학생들에게 전가하려는 온갖 ‘노오력’ 담론들부터 망언까지 … 기업주들이 들려 주는 창업 ‘노하우’는 정작 평범한 학생들의 삶과는 유리돼 있는 이야기들뿐이다.
애당초 온갖 부정과 부패를 ‘성공’이라는 이름 아래 정당화하고 정경유착과 노동 착취, 노조 파괴 등을 일삼으며 그 자리까지 올라갔을 한국의 기업주들에게서 다른 무언가를 기대할 수 있을까?
일각에서는 어차피 공대가 응용학문을 다루는만큼 산업과 무관할 수 없지 않냐고 한다. 그러나 자본주의 체제에서조차, 더 많은 사람들에게 진정한 혜택을 줄 기술을 개발하는 것과, 그 기술을 이용해 상품을 생산 · 판매하려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기업 논리는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연세대학교 당국은 기업주들의 강연을 더 이상 수업에 넣지 말라. 우리는 천박한 이윤 지상주의 강의를 대학에서 듣고 싶지 않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서 보듯 이윤 지상주의는 대학 교육과 연구를 무책임한 시장 논리에만 내맡길 뿐이다.
둘째, 이번 ‘창업103:21C기술경영’ 수업을 담당하는 이상조 기계공학과 교수는 학생들에게 사과하라. 이 수업을 맡는 이상조 교수도 학생들이 모욕감을 느끼게 한 데 책임이 있다.
셋째,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및 학교 당국은 구두회사 ‘바이네르’ 김원길 대표가 학생들에게 공개사과하도록 조치를 취하라. 만약 그가 거절한다면, 학교 당국은 법적 대응을 해서라도 공개사과를 받아야 한다.
넷째, 연세대학교 당국은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방지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2016. 10. 16
노동자연대 연세대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