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7일 3차 총시위를 마지막으로 전체학생총회에서 결정된 ‘이화인 3대 요구안’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이 마무리됐다.(이화인 3대 요구안은 총장 및 처장단의 사퇴와 책임 이행, 민주적 의사결정 제도 수립, 징계와 법적 책임을 묻지 말 것이다.)
수천 명이 참가한 학내 시위로 투쟁이 정점을 찍은 뒤에도 본관 농성 조직자들은 ‘운동권 · 외부세력 배제’ 방침을 고수했다. 이 폐쇄적 방침 탓에 투쟁은 확대되지 못하고 정체했다. 이는 총장 사퇴 운동을 ‘엘리트주의’, ‘순혈주의’라고 비난해 여론으로부터 고립시키려 했던 보수 언론에게 빌미를 줬다. 경찰 또한 주동자를 색출한다며 학생들에게 소환장을 발부해 운동을 위축시키려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회 대표자들이 학생 총회를 소집했고, 정족수를 훨씬 뛰어넘어 4천 명이 모였다.
9월 19일부터 23일까지 학생들은 채플 시간에 3대 요구안이 적힌 팻말을 들고 항의했고, 채플이 끝난 후 구호를 외쳤다. 9월 20일, 22일, 27일에는 세차례에 걸쳐 학내 행진과 시위를 벌였다. 시위마다 학생 2~4백 명이 참가했다. 여전히 많은 학생들이 총장 사퇴를 열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 것이다. 3번에 걸친 시위에서 학생들은 부쩍 쌀쌀해진 날씨에도 자리를 지키며 구호를 외치고, 함께 노래를 불렀다.
이전 총시위와 달리, 중앙운영위원회 학생회 대표자들이 조직한 3차례 총시위에선 학생들에게 발언 기회를 주려는 시도도 있었다.
그러나 ‘도전’이라는 진보적 학내 단체가 2차 시위 때 유인물을 배포하자, 일부 중운위원들이 미리 허락을 받지 않았다는 부당한 이유로 유인물을 회수하려 한 일이 있었다. 이는 시위 참가 학생들의 판단 능력을 무시하는 엘리트주의적 태도이자, 표현의 기회를 통제하려는 비민주적인 조처였다.
그럼에도 이번 총시위와 채플 피켓팅은 추석 연휴 이후 총장 사퇴 운동의 동력이 이어지게 하는 데 기여했다.
한편, 박근혜 정부의 심각한 정치 위기에 그동안 박근혜에 아첨해 온 최경희 총장도 빨려들어가고 있는 듯하다. 최순실의 딸 정모 씨에게 이대 당국이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이 국정감사에서 최경희 총장 증인 채택에 반대하자, 교문위 소속 야당 의원들이 최경희 총장을 직접 만나러 학교에 오기도 했다. 최경희 총장은 그 자리에서 정모 씨의 입학과 출석 인정을 위해 학칙을 바꿨다는 의혹에 대해 “우연의 일치”라며 부정했다. 그러나 최경희 총장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없다.
총장 사퇴 운동은 이런 부정 의혹들을 적극 제기하며 최경희 총장 사퇴 운동을 전진시켜야 한다. 그런데 본관 점거 농성 조직자들은 공상적인 “정치 배제” 논리에 집착하느라 이런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왔다. 국정감사 대응을 두고도 본관 농성자들 사이에 논란이 벌어져 왔다. 일부 조직자들이 겉으로는 정치 배제 논리를 고집하면서도 비밀리에 국회의원들을 면담해 온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반면 정치 배제 논리를 더욱 철저히 고수하려고 한 다른 본관 농성자들은 국정감사를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면 정치색을 띄게 될 것이라고 문제 삼았다.
정치 사상이나 종교적 신념까지 문제 삼으며 다른 이화여대 학생들을 마녀사냥하고, 연대를 가로막아 운동의 동력을 갉아먹고 있기도 하다.
늦게나마 29일에 총학생회와 본관 점거 농성자들은 각각 최순실 딸 특혜를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최경희 총장이 사퇴해야 할 이유가 하나 추가된 만큼 학교 당국을 압박하는 움직임은 더 강화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