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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
2015년 30대 공기업 신규채용 인원을 분석한 결과 새로 채용한 직원 10명 중 8명이 남성이었다. 남성의 비율은 78.1퍼센트(3천3백82명)로 여성보다 3.6배가량 많았다. 공기업 신규채용 중 여성 비율은 박근혜 정부 집권 이래로 2012년 25퍼센트에서 2015년 19.6퍼센트로 떨어졌다. 심지어 2014년에 한국동서발전을 비롯한 11곳은 전원 남성만 신규 채용했다.
박근혜 정부 초기에 공기업 여성임원을 30퍼센트로 늘리겠다는 법률 개정안까지 나왔지만 채용과 승진에서 여성 비율은 오히려 낮아졌다. 공기업에서 부장급 여성 임원 비율은 0.1퍼센트로 조사됐다. 이것은 10대 대기업의 10분의 1 수준밖에 안 되는 수치이다. 공기업에서 사기업보다 더 두터운 ‘유리천장’이 존재하는 것이다.
1987년 제정된 남녀고용평등법은 고용과 채용에서 여성과 남성의 평등한 기회를 보장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공기업에서조차 이런 ‘여성 홀대’ 고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청년 여성 구직자들은 결혼, 임신 · 출산, 육아 등을 이유로 회사를 그만두기를 강요하는 일반 사기업과 달리 공기업은 고용을 보장해 주리라는 기대를 품는다. 이런 이유로 요즈음 대학가에서는 ‘공기업 취업 특별반’이 만들어질 정도로 공기업의 인기가 높다. 그러나 현실은 이런 기대와 정반대인 것이다.
여성 홀대 고용은 곳곳에 존재한다. 사기업 면접 때 “결혼은 언제 할거냐?”, “임신 계획이 있느냐?” 등 전혀 상관 없는 질문을 들었다는 여성 구직자들의 하소연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것이 바로 “준비된 여성 대통령” 박근혜 정부 하의 여성 고용의 실체다. 국가가 여성 차별적 관행들을 용인하는 분위기에서 대기업, 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여성차별적 고용 관행이 지속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얼마 전 프랑스 방문 당시 중소기업청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한 행사의 진행요원 채용 광고에 ‘용모단정’, ‘예쁜 분’을 기준으로 내걸었다가 빈축을 샀다.
박근혜 정부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운운하며 여성들에게 저질 시간제 일자리를 강요하고는, 스스로 약속한 ‘무상보육’ 정책도 후퇴시켰다.
공기업 채용의 여성 차별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 또한 국가가 나서서 공공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대폭 확충해야 한다. 국가로 하여금 차별적 정책과 관행을 해결하도록 강제할 힘은 여성 노동자들과 남성 노동자들의 투쟁에 있다. 이런 노동자들의 투쟁이 강화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