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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6일 총학생회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서울대 학생연대(이하 세월호 학생연대)가 대학 본부 앞에서 공동으로 ‘세월호 특별법 개정 촉구 1000인 서명 운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명 운동을 벌인 지 2주 만에 1천2백66명이 서명했다. 주말에는 학생들이 학교에 나오지 않는 것을 고려하면 하루에 1백30명꼴로 서명에 참여한 셈이다. 당초 목표한 1천 명을 훌쩍 넘은 수치다. 세월호의 진실을 파헤쳐야 한다는 열망이 아직도 굉장히 뜨겁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서명 운동은 5월 10일 세월호 학생연대와 서울대학교 총학생회가 함께 공동 성명을 낸 직후부터 시작됐다. 학생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지난 2주기 집회 때 1백 명이 넘는 서울대 학생들이 참가해 “차가운 빗속에서 외친 세월호의 진실”을, ‘세월호 특별법 개정 촉구 1000인 서명운동’으로 계속해서 요구해 나가자고 호소했다.
학내 곳곳에 서명대가 설치됐다. 학생회관, 중앙도서관, 주요 식당뿐 아니라 여러 단과대의 과방들에도 하나씩 놓였다. 세월호 학생연대에서는 매일 두세 명씩 짝을 지어 하교 버스 줄에서 직접 서명을 받았다.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전후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서명했을 텐데도 매일 수많은 학생들이 서명에 동참했다. 서명하는 학생들에게서 자신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가 밝혀낸 진실은 아직 너무도 부족하고, 특조위의 조사기간도 제대로 보장돼야 한다고 유가족들과 4 · 16연대 등이 여러 차례 공론화해 온 것과 20대 총선에서 세월호 참사 진실을 은폐하려던 세력이 패배한 결과가 잘 맞물린 덕분일 것이다.
학생회들의 의지도 돋보였다. 현재 세월호 학생연대에 참여하고 있는 단과대 학생회 3곳은 모두 올해 새롭게 가맹했다. 이 곳의 대표자들은 정부가 특조위 활동을 종료하려는 6월에 벌어질 대정부, 대국회 투쟁을 향한 열의를 갖고 서명운동을 조직했다. 단과대 과방들에까지 서명대를 설치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덕분이었다.
열망은 아직도 뜨겁다
이 날 기자회견에 참가한 학생들은 진상규명을 자꾸만 방해하는 정부·여당을 비판했다. 세월호 학생연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학생은 “1년 6개월의 조사기간과 특검 수사는 19대 국회 스스로가 약속했다. 이를 온전히 보장하라고 시민들은 외쳤지만 국회는 특별법 개정안과 특별검사 임명안을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이런 국회가 과연 민의를 대변한다 말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라며 강하게 성토했다.
세월호의 진실을 규명하는 데 있어 학생들의 구실을 강조한 발언도 이어졌다. 제58대 총학생회 김민석 부총학생회장은 “서울대 학우들은 영화 <나쁜나라> 상영회, 유가족 간담회, 서명전을 진행하고 분향소를 차리는 등 여러 활동을 벌였다. 이런 행동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 20대 국회에선 특별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며 세월호 특별법 개정을 위한 국회 밖 투쟁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특별법 개정을 처리하지 않은 19대 국회는 최근에 황당하게도 새누리당의 공천을 받으러 사퇴했던 황전원을 특별조사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선출했다. 비판이 일자 “심각성을 몰랐다”고 발뺌했지만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안건 상정에 합의해 줘서 가능한 일이었다. 학생들은 “이런 국회의 모습이 바로 우리 손으로 특별법 개정 서명운동을 벌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라며 “국회에 대한 기대만으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이루기는 요원하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특별법을 개정하려면 국회를 압박하는 대중 투쟁이 필요하다. 서명운동으로 확인된 뜨거운 열망을 발판 삼아 기층으로부터 강력한 운동을 건설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