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3일 한국노총이 복귀한 노사정위원회가 전면적인 노동시장 구조 개악에 합의했다.
노사정 야합안의 핵심 내용은 정부 뜻대로 ‘해고는 쉽게, 임금은 낮게, 비정규직은 많게’ 하는 것이다. 고용주 눈 밖에 난 ‘저성과자’를 쉽게 자를 수 있게 하고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회사 규칙도 노동조합의 동의 없이 사측 마음대로 변경할 수 있게 했다. ‘임금피크제’로 정년 연장 2년 간 ‘무료노동’을 시키고 통상임금 범위를 축소해 체불임금(38조)도 주지 않겠다고 한다. “비정규직 정규직화”는커녕 비정규직 양산 대책을 내놓았다.
이에 힘입어 16일에는 새누리당이 노사정 합의안을 토대로 노동 ‘개악’ 5대 법안을 발의하고 올해 안에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새정치연합도 노사정 합의안에 반대하지 않고 입법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노사정 대타협’으로 대화의 모양새를 갖추고 더 효과적으로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떠넘 기는 공격을 하려는 목적은 애초부터 자명했다. 그런데도 대다수 노동자들의 바람을 무시하고 노사정위에 복귀한 한국노총 지도부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더욱 용서할 수 없는 것은 ‘청년’의 이름으로 노동자 죽이기를 합리화한 것이다. 특히 ‘기득권 노조’의 양보를 강요한 임금피크제는 청년실업의 대안이 결코 아니다. 한국 기업들은 이제까지 신규채용은 가급적 하지 않고, 기존 노동자들을 혹사시키면서 비용을 줄여왔다. 그러므로 정년 연장으로 기존 노동자 고용을 유지하면서 절약한 재원만큼 추가로 고용할 리 없다.
정부의 뜻대로 대기업·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이 개악되면, 양질의 일자리는 더욱 줄어들게 된다. 이렇게 대기업·공공부문이 ‘뚫리면’ 노조도 없는 영세 사업장 같은 곳의 노동자들의 조건은 더욱 쉽게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노동시장 구조 개악은 인턴과 비정규직을 전전하며 불안한 일자리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미래도 앗아가는 일이다.
청년실업을 해결하려면 노동자를 향해 칼을 겨눌 것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국가는 부자들과 기업에게 부유세와 법인세를 걷어 마련한 재원으로 양질의 국가부문 일자리를 청년 실업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박근혜가 청년 일자리 운운하면서 공공부문의 노동조건을 공격하고, 시간제 일자리나 창출하는 것은 유체이탈 화법이다. 한편 박근혜 정부는 법정 근로 시간을 연장하려 하는데, 이는 청년실업 해결에 정확히 역행하는 짓이다. 조건 후퇴 없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반갑게도 박근혜의 막가파식 공격을 막기 위해 민주노총이 9월 23일 총파업에 돌입한다. 민주노총의 총파업이 강력하게 조직된다면 박근혜 정부의 공격에 제동을 걸 수 있다. 또한 민주노총의 투쟁에 청년•학생들의 연대와 지지가 단단하게 더해진다면 박근혜의 노동자•청년 이간질을 통한 경제위기 고통전가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노동자들의 기존 일자리를 지키는 투쟁과 청년들이 더 나은 일자리를 얻고자하는 바램은 연결돼있다. 노동자•청년이 단결하여 박근혜의 고통전가에 맞서자 !
2015년 9월 18일
노동자연대 학생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