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생활고 키우는 연세대 당국의 등록금 인상 규탄한다
연세대학교 당국이 2025년 등록금 인상을 결정했다. 최종적으로 학부 4.98퍼센트, 대학원 5.2퍼센트를 인상하고, 외국인 유학생들에게는 6.5퍼센트를 인상한다고 한다.
학부생의 경우 올해부터 한 학기마다 17만 6천원(인문∙사회 계열)에서 34만 8천원(IT융합공학)을 더 부담하게 된다. 이미 내국인 학생들보다 더 많은 등록금을 내고 있는 유학생들에게는 그 부담이 훨씬 클 것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연세대 한 해 평균 등록금은 919만 5천원으로, 이미 전국에서 두번째로 높다. 등록금 인상은 학생들의 생활고 압박을 더욱 키울 것이다. 지난해 대학생 학자금 대출 체납률은 16.5퍼센트로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신촌 대학가 평균 월세는 이화여대 인근 74만원, 연세대 인근 67만원에 달한다. 반면 올해 최저임금은 고작 170원 올랐다.
이미 많은 학생들이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저임금∙비정규직 일자리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하는 현실에서 등록금 인상은 학생들의 오늘뿐 아니라 미래마저 걱정으로 짓누를 것이다.
학교 당국은 재정 위기 때문에 인상이 불가피하며, 학생요구안을 일부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장학금 확충, 시설 개선, 교원 확충 등은 교육권 보장을 위해 마땅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부자대학교 연세대학교가 ‘재정난’에 놓여 교육환경 개선을 하기 어려웠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등록금을 올리지 않아도 연세대학교엔 이를 위한 재원이 이미 차고 넘친다. 지난해 연세대가 쌓아둔 적립금 총액은 6182억에 달했다. 적립금은 2023년 한 해에만 161억 증가했고, 그 중 24억은 등록금 회계에서 적립했다. 학교 당국은 등록금 수익을 학생들의 교육여건 개선에 투자하는 데에 쓰지 않고 재단 살림을 불리는 적립금으로 쌓아 두었던 것이다. 재정 위기가 아니라 교육의 질보다 법인의 수익성을 우선하는 대학 당국의 우선순위가 진정한 문제다.
더 높은 등록금이 교육의 질과 비례하는 것도 아니다. 2020년, 코로나 때문에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하고 교육권 침해 논란이 일었을 때도 연세대는 등록금을 환불하지 않았다. 2020년 1학기에 한해 고작 10만원을 특별장학금 형태로 돌려받거나 학교에 기부할지를 선택하게 해줬을 뿐이다.
연세대학교 총학생회는 등록금 인상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모으기 위해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학생들의 부담이 크다는 점을 옳게 지적했다.
총학생회가 실시한 등록금 인상 인식 설문조사에서 96%의 학생이 인상에 반대했고, 등록금을 인하해야 한다는 의견이 49.1%, 동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39.8%가 나온 만큼 학생들의 압도 다수가 등록금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고, 인상 그 자체에 반대한다는 것이 분명히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총학생회는 학교 측의 논리를 반박하며 등록금 인상에 분명히 반대하고, 학생들의 의사를 반영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총학생회는 등록금 인상이 확정된 등록금심의위원회 4차 회의에서 학교 측에 등록금 환원율을 높이기 위한 학생 측 요구안을 수용할 것과 등록금 추가 인상을 방지하기 위한 재정 건전성 제고를 요구했고, 교육부 등 유관 부서와 함께 사립대 재정 관련 대책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등록금 환원율을 높이는 일은 필요한 일이지만, 한편으로 대학의 재정 건전성 제고를 요구하는 것은 대학 재정이 어렵다는 당국의 주장을 일부 수용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면 대학 당국은 재정 위기를 근거로 또 다시 등록금을 인상하려 들 수 있다. 이미 대학 당국은 같은 이유로 수차례 유학생들의 등록금을 인상해왔다.
그러나 위에서 지적했듯이 연세대학교가 재정난을 겪고 있다는 당국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또한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의 투자 또한 필요한 것이지만 이것이 학생들의 고통은 외면한 채 법인의 수익성만을 우선하는 대학 당국에 대한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교육은 상품이 아니라 권리다. 연세대학교 당국은 학생들의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해 투자를 늘려야 할 책임이 있다. 학생들의 생활고를 심화시킬 등록금 인상을 규탄한다.
2025년 2월 6일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연세대 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