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학생들이 민주적으로 선출한 ‘함께이화’ 총학생회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라
지난 1월 12일 학생처는 ‘총학생회의 파행적 운영에 대한 입장’이란 글을 발표해 제 47대 총학생회 ‘함께이화’를 불인정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혔다. 박유진 총학생회장이 학칙이 규정한 학생단체 임원의 자격(임기 개시 시 4학기 이상 이수한 자, 입후보 당시 총 평균성적 2.00 이상으로 징계를 받지 아니한 자)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게 그 이유다.
지난 총학생회 선거 기간 도중, 학교는 갑자기 ‘함께이화’ 정후보의 자격 조건을 꼬투리 잡으며 선거에 어떤 지원도 할 수 없다고 어깃장을 놓았다. 학생들의 자체적인 선거에 개입한 것이다. 그러나 학교의 이런 공개적인 방해에도 불구하고 ‘함께이화’ 선본은 재적 인원 과반 이상이 참여한 선거에서 72.31%라는 지지율을 얻으며 당선했다. 많은 학생들이 학교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은 것이다. 학교는 이런 학생들의 민주주의를 마땅히 존중해야 한다.
학생회 후보자 등록 자격을 왜 학점으로 제한해야 하는가?
학생처는 “국가의 공직 선거 시에도 최소한의 입후보 자격을 관련 법령에 명시”한다며 자신들의 비민주적 행위를 정당화한다. 그러나 한국의 공직선거법도 대통령과 국회의원직 출마 자격을 학력 따위로 제한하지 않는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중·고등학교 임원선거에 성적 기준을 둔 것이 차별적 조항이므로 삭제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학점은 총학생회장직 수행 능력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총학생회장은 매년 등록금을 올릴 기회만 노리고, 학점 경쟁을 강화시키며 수업권을 제약하는 학교와 맞서야 한다. 부당함에 굴하지 않고 학생들의 권익을 지키는 것이 총학생회장에게 요구돼야 할 진정한 자격이다.
학생회 후보자 등록 자격을 학점으로 제한하는 학칙(2006년에 만들어짐)은 억지스러운 악법이다. 학교는 학칙에 근거해 ‘함께이화’ 총학생회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등록금 인하나 수업권 개선 문제를 학교에 요구하려는 총학생회를 첫 발부터 넘어뜨리고, 학생들의 자치 활동 전반에 개입하려 한다.
비민주적 학칙으로 협박하는 학교
학교는 학칙을 근거로 들어 총학생회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하지만 학생회는 학교의 부속기구가 아닌 학생들의 자치기구다. 선거권도 피선거권도 오로지 학생이 가질 수 있으며, 선거를 진행하기 위한 선거세칙도 학생들이 만든다. 선거세칙에 따르면 ‘함께이화’ 선본의 자격은 문제가 없다.
반면에 학칙은 학교가 일방적으로 정한 규칙이다. 이 때문에 학칙에는 학교의 입맛에 맞게 학생 자치를 제한하고 학사 경쟁을 강화하는 내용들이 포함될 수 밖에 없다. 2014년에만 이화여대 학칙은 5번 개정됐는데 학생들의 어떠한 실질적 동의도 거치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학점포기제’가 일방적으로 폐지됐다. 2013년에는 상대평가와 학점 기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학칙이 개정되기도 했다.
비민주적 학칙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도, 우리학교만의 일도 아니다. 학생들의 정치 참여, 자치 활동을 검열·제약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시 징계하는 학칙은 일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 조차 문제 제기할 정도로 학생들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 우리 학교의 유명한 ‘금혼 학칙’(재학 중 결혼할 수 없다는 규정)은 2008년에서야 57년 만에 개정됐다. 그런데 대학들은 학생 운동이 강력했을 때는 은근슬쩍 사문화했던 규칙들을 지금 들고 나와서 학생 자치를 공격하는 데 쓰고 있다.
이간질
학교는 총학생회를 계속 고집한다면 “선량한 일반 학생”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며 엄포를 놓고 있다. 이미 학교는 총학생회가 마땅히 가져야 할 권한을 부당하게 제약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마치 지금의 사태가 ‘함께이화’가 총학생회 자리를 ‘고집’해서 벌어진 일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이간질이다. 학생들의 선거로 선출된 모든 단과대학 대표자들이 포함된 제 47대 중앙운영위원회는 제 47대 총학생회의 권한과 지위를 인정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학교가 이렇게 분명한 학생들의 민주주의를 무시하는 것이야 말로 “선량한 일반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다. 향후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피해의 책임은 학교 당국이 져야 한다. 학교는 학생들이 민주적으로 선출한 제 47대 총학생회 ‘함께이화’의 활동을 더 이상 방해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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