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9일 저녁 6시 연세대학교 신촌 캠퍼스에서 ‘학생 저항과 팔레스타인인들의 투쟁’을 주제로 한 공개 간담회가 열렸다.
연세대학교 학생들뿐 아니라 고려대학교·서울대학교·성균관대학교 등 여러 대학교 학생 70여 명이 참가했다. 지난 학기 한국, 미국, 독일, 덴마크 등에서 캠퍼스 농성을 조직했던 내외국인 학생이 한데 어우러져 연대를 다지는 자리였다.
간담회는 백양로 독수리상 앞 야외에서 열렸다. 팔레스타인 깃발과 쿠피예로 장식된 캠퍼스 뜰에서 학생들이 둘러앉아 토론하는 모습은 1960년대 베트남 전쟁 반대 운동과 지난 학기 미국 캠퍼스 농성에서 볼 수 있었던 ‘티치인(Teach-in, 농성장에서 강연 등을 진행하는 것)’을 떠올리게 했다.
팔레스타인인, 독일인, 미국인 학생의 발표로 간담회가 시작됐다.
팔레스타인인 유학생 A 씨는 팔레스타인 디아스포라 가정 출신으로 겪었던 아픔을 얘기하며 발표를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학기 자신의 대학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동아리를 성공적으로 만들며 희망을 느끼고 “팔레스타인인이어서 자랑스럽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지난 학기 독일에서 대학 점거 활동을 하다 한국에 온 독일인 유학생 B 씨는 독일 학생 운동이 반나치 투쟁과 1968 반란에서 주도적 구실을 했던 역사를 소개하며,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서도 학생이 중요한 구실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캠퍼스 점거 활동을 했던 유학생 C 씨도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서 학생의 중요성을 얘기했다. 그는 미국 대학생들이 이스라엘을 “이데올로기적·물질적으로 지원하는” 대학 당국에 맞서 싸운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발표자들의 발표가 끝나고 많은 학생들이 마이크를 잡았다.
서울대학교 팔레스타인 연대 동아리 ‘수박’의 공동의장 이시헌 씨는 동아리 건설과 6주간의 텐트 농성 경험을 전하며, 소수일지라도 캠퍼스에서 행동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유학생은 BDS(보이콧, 투자 철회, 제재) 대상 기업을 보이콧하는 데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며 작은 실천이라도 시작해 보자고 호소했다.
이어서 한 한국인 학생은 한국 정부와 대학, 기업들도 이스라엘과 교류하고 있다고 폭로했고, 한 유학생은 자본주의·식민주의·제국주의가 서로 연결돼 있음을 알게 됐다며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해 계속 싸워나가겠다고 힘차게 발언했다.
우연히 리플릿을 받고 간담회에 참석한 한 한국인 학생은 “그냥 지나치려고 했지만 사람이 죽어 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 하고 말하면서 9월 25일 열릴 팔레스타인 연대 대학생 공동 행동 집회·행진에 참가하겠다고 했다.
다른 한국인 학생은 “좋은 대학 나오고 돈 잘 벌어야 한다는 경쟁 때문에 두려움이 크지만, 개인일지라도 운동에 참가해 스스로를 해방하고 싶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독수리상 앞을 가득 메운 서로를 보며 한껏 고무됐다. 이들은 간담회가 끝나고도 한참 동안 머무르며 인사를 나누고 연락처를 교환했다.
이날 간담회는, 한국의 대학가에서 1년 가까이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건설해 온 학생들과 각국에서 캠퍼스 농성을 경험한 유학생들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음을 보여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