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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부대〉
권력의 여론 조작에 대한 영화적 고발

김민규,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회원

“모든 것을 의심하라.” 이 말은 데카르트의 명언으로 유명하지만, 마르크스도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았다고 한다.

이 말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흔히 ‘진실’로 규정되는 것들에도 유효하다. 최근 개봉한 영화 〈댓글부대〉는 권력자들이 온라인 여론을 어떻게 조작하는지 흥미롭게 풀어낸다.

소설 《댓글 부대》: 현실에서 소설로, 다시 소설에서 현실로

영화는 장강명 작가의 동명의 원작 소설 《댓글부대》를 원작으로 한다.

이 소설은 제3회 제주 4.3평화문학상 수상작으로, 이명박 정권이 벌인 국정원의 2012년 대선 여론 조작을 모티브로 따왔다.

소설은 국정원의 2012년 댓글부대에 이은 2세대 댓글부대인 ‘팀-알렙’에서 활동했다고 밝히는 찻탓캇의 회고 인터뷰로 시작된다.

가짜 구매 후기와 경쟁 업체 비방 같은 바이럴 마켓팅을 하며 댓글 알바를 하던 팀-알렙은 우연히 노동 영화 악평을 댓글로 다는 작업을 맡게 된다. 기발한 방법으로 여론을 조작하며 영화에 대한 거센 비판 여론을 형성하자, 이후 실력을 인정받아 진보 사이트 공격 등 본격적인 여론 조작 댓글부대로 활동한다.

이 과정에 핵심에 있던 찻탓캇은 신문사와 인터뷰하며 자신의 만행을 털어놨고, 기자는 특집 기사를 낸다.

그러나 이 인터뷰 내용 자체가 가짜 고백이었다. 가짜 인터뷰를 통해 진보 커뮤니티와 진보 언론을 무너뜨리기 위한 공작이었던 것이다.

소설이 고발하는 부분은 적나라한 인터넷 커뮤니티 여론 조작의 현장이고, 그 여론 조작의 배후가 정치·경제 권력이라는 점이다. 이미 국정원과 재벌 대기업들의 댓글부대를 경험했으니, 음모론처럼 여겨질 일은 없다.

독자들은 잘 몰랐던 교활한 심리 공작의 현장을 간접 경험하거나, 자신이 부당하게 당했던 게시판 왕따가 이런 공작 때문이었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영화 〈댓글부대〉의 스틸컷ⓒ출처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원작의 주제 계승과 언론 비리

영화 〈댓글부대〉는 2016년 박근혜 퇴진 촛불을 조명하며 시작한다. 원작이 2015년에 출간된 소설이라 이후의 사회상을 추가적으로 다룬 영화는 박근혜 퇴진 운동을 통해 전경련과 삼성의 비리를 고발한다.

전체적으로 소설과 유사한 방향으로 줄거리가 진행되지만, 소설이 댓글부대 활동에 주목하는 것과 달리 영화는 기자 임상진에 더 큰 비중을 둔다.

특히 영화는 삼성에 주목한다. 영화 속 대기업 ‘만전’은 삼성이라고 볼 수 있다. 삼성SDS의 하이패스 방해 전파 사건, 김용철 변호사의 댓글부대 폭로, 〈한겨레〉 기자의 삼성 이직 등 삼성의 여론 개입과 비리를 반영한 사건을 등장시킨다.

소설이 권력의 온라인 여론·심리 조작의 적나라한 고발에 초점을 뒀다면, 영화는 더 나아가 대자본에 굴복하는 언론의 문제를 중하게 다룬다. 열린 결말이라는 점에 대해서 관객들의 반응은 엇갈리지만, 진보적 시선에서 본다면 관객들의 현실 참여에 달려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로 보인다.

단지 허구일까?  여전한 국가기구의 공작

소설과 영화가 주목하는 권력의 공작, 즉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의 역겨운 공작은 현실에서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촛불행동이 폭로한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을 비롯해 온라인 여론 조작, 블랙리스트 작성 등 국가기관들은 수 틀리면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법률들의 허점을 맘껏 이용한다. 때로는 맘대로 어기기도 서슴지 않는다. 이 지점이 영화의 결말이 다소 허무할 지라도, 영화 자체가 여전히 시의성 있는 이유이다.

영화는 진실과 허구를 섞는다. 끝내 어디까지가 가짜 이야기인지 명확히 밝히지 않는다. 단지 ‘의심하라’는 말을 우회적으로 한다. 이 영화를 급진적으로 해석한다면, 영화 초반에서 보여 주듯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통한 진실 규명보다 스스로 발화하며 빛을 내는 거리의 촛불을 믿으라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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