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전시내각이 내홍을 겪고 있다.
국방장관 요아브 갈란트는 ‘저강도 전쟁’으로 전환하라는 미국의 요청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 주려 한다.
“가자 남쪽에서도 고강도 단계가 곧 끝날 것[이고] 전후 가자지구는 팔레스타인 주민이 주도해야 한다.”
그러자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는 갈란트가 전후 처리 문제를 너무 일찍 제기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전쟁이 2025년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자지구에 투입된 병력 감축 문제도 전시내각을 분열시켰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 투입된 4개 사단 중 1개 사단(36사단)을 철수시키기로 했다. 철수 이유는 “재충전과 훈련”이다. 해당 병력은 1만여 명으로 추정된다.
또 다른 두 개 사단은 현재 가자시티와 칸 유니스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1월 22일(현지 시각) 올해 들어 가장 맹렬하게 가자지구 남부를 공격했다. 그곳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연합(친(親)파타 조직도 포함돼 있다)이 이스라엘군에 격렬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 한 개 사단은 “하마스 해체가 완료됐다”던 가자 북부에서 작전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하마스와 이슬라믹 지하드는 자신들이 가자 북부의 50퍼센트를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마스는 개전 이래 100일 동안 전차를 비롯해 이스라엘군 차량 1000대를 파괴했다고도 밝혔다.
미국 정보 당국은 10월 7일 개전 이래 전사한 하마스 대원이 20~30퍼센트라고 추정했다. 이스라엘이 전쟁 목표로 공언한 하마스 “파괴”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하마스는 여전히 “수개월 동안” 이스라엘 군대와 전쟁을 치르고 이스라엘 영토에 로켓을 발사할 능력이 있다(〈월 스트리트 저널〉, 1월 21일 자).
이스라엘의 국가통합 장관 기드온 사르는 “하마스는 결코 패배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전시내각의 강경파들은 가자지구에 투입된 군 병력 축소 움직임에 반발했다. 국가안보장관 이타마르 벤그비르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무기한 재점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경파들이 보기에,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수는 “하마스 파괴”에 실패했음을 자인하고, 결국 이스라엘의 군사적·정치적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음을 스스로 보여 주는 사례다.
“서안지구는 폭발 직전”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공격을 멈추지 않는 한편, 서안지구에서도 군사 작전을 강화하고 있다.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은 2000년 2차 인티파다 이래 최악의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7일 이후 이스라엘군과 시온주의 정착민들은 서안지구에서 360명을 살해했다(1월 17일 팔레스타인 보건부 장관의 발표). 이달 들어서만 41명을 살해했다.
그런 상황에서 이스라엘 특수부대 두브데반이 가자지구에서 서안지구로 이동 배치됐다. 두브데반은 아랍인으로 위장해 정보 수집이나 타격 임무 등을 수행하는 특수부대다.
이스라엘의 영자 일간지 〈하레츠〉(1월 15일 자)는 서안지구가 “폭발”할까 봐 이스라엘 정부가 우려한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의] 안보 관계자는 서안 상황이 ‘폭발 직전’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방위군은 두브데반의 이동이 가자 전투에서 중요한 병력을 빼는 것이지만, 서안 상황의 악화로 불가피하다고 본다.”
“소식통들은 정부가 팔레스타인의 재정 상태를 개선하기 위한 조처를 결정하지 않은 탓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팔레스타인 영토 내에서 거둔 세금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에 교부하지 않거나 줄였다. PA가 가자지구의 하마스 관리들에게 세금 일부를 떼어 준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스라엘은 오슬로 협정에 따라 1994년부터 PA를 대신해서 관세와 통행세 등 각종 세금을 징수해 PA에 매월 이체해 왔다.
한편, 미국 국무장관 앤터니 블링컨은 최근에 PA 수반 압바스를 만나 미국의 “두 국가 방안”에 부응하도록 PA의 “쇄신과 개혁”을 주문했다.
이 말인즉슨, PA가 팔레스타인을 제한적으로 통치하는 이스라엘의 꼭두각시 “정부”가 돼야 한다는 뜻이다. 미국에게는 압바스도 크게 미흡한 것이다. 그럼에도 PA는 미국이 유일하게 신뢰할 수 있는 팔레스타인 측 대화 상대이다.
미국 등 서방은 팔레스타인 대중에게 의견을 구하지 않고 팔레스타인인들 뒤에서 팔레스타인인의 운명을 결정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적 지지가 급감하다
네타냐후를 괴롭히는 것은 팔레스타인인의 저항만이 아니다.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도 네타냐후에 커다란 곤경을 안겨 주고 있다.
1월 13일 45개 나라 121개 도시에서 진행된 국제 행동은 글로벌 팔레스타인 운동의 에너지를 보여 줬다.
팔레스타인인의 대의에 대한 현재의 국제적 지지는 전례 없는 수준이다. 그에 반해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적 지지는 가자지구 침공 이래 극적으로 곤두박질쳤다.
여론조사 업체 모닝 컨설트가 43개국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9월에서 12월 사이에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는 미국만 빼고 모두 하락했다(〈타임〉 1월 17일 자).
그 기간에 이스라엘에 대한 부정 여론은 크게 늘어, 긍정 여론과 부정 여론의 격차가 (세계 평균) 18.5퍼센트포인트 벌어졌다.
한국에서는 전쟁 전에도 부정 여론이 긍정 여론보다 5.5퍼센트포인트 더 높았는데 12월에는 대폭 늘어 거의 7 대 3으로 나타났다. 팔레스타인 연대 행동들로 이스라엘에 대한 반감이 매우 가파르게 증가했다는 뜻이다.
시온주의를 반대하는 유대인 역사학자 일란 파페는 팔레스타인인의 대의에 대한 세계적 지지가 “시온주의 프로젝트의 종말의 시작”을 알리는 지표의 하나라고 지적했다(예멘 뉴스 에이전시, 1월 17일 자).
그리고 시온주의 프로젝트의 종말이 “장기적이고 위험한 국면이고 불행하게도 가까운 미래가 아니라 장기적 미래를 말하는 것이지만, 팔레스타인 독립 운동은 대비해야 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이 국제사법재판소에 이스라엘 국가를 제소한 것도 이스라엘 국가를 반대하는 국제적 항의 운동의 힘을 반영하는 것이다.
남아공에서 아파르트헤이트 국가가 종식된 지 꼭 30년 만에 이뤄진 이번 제소는 이스라엘의 인종차별주의 아파르트헤이트 국가를 해체할 필요성을 상징적으로 웅변한다.
물론 국제 기구들의 결정은 이스라엘 국가가 팔레스타인에서 저지르는 반인륜 범죄를 막지 못할 것이다. 네타냐후는 “[국제사법재판소가 있는] 헤이그도, … 그 누구도 우리를 막을 수 없다”고 장담했다.
그가 더는 큰소리치지 못하게 하려면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국제적·국내적으로 더욱 강화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