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하고 썩어빠진 정부를 향한
세월호 유가족들의 항의는 정당하다
세월호 참사는 한 달간 이 땅의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을 천 갈래로 찢고 있다. 살릴 수 있었던 2백7십여 명의 생때같은 아이들 생각에 다른 일을 하다가도 비통해진다.
이제 슬픔은 점차 끓어오르는 분노로 변하고 있다. 유가족들은 영정사진을 끌어 안고 항의에 직접 나섰다.
유가족들은 지난 8일 저녁 “세월호 사고는…교통사고로 죽는 사람 수를 생각하면 그리 많은 게 아니”라는 망언을 한 김시곤 KBS 보도국장에게 항의하러 서울 KBS 사옥을 찾아간 뒤, 새벽에는 대통령을 만나러 청와대로 향했다. 유족들은 “우리는 아이가 죽은 죄밖에 없는데 왜 허위보도로 우리를 괴롭히는지 모르겠다”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기어서라도 들어가게 해 달라”고 호소했지만, 그들을 맞이한 것은 13개 중대 9백여명의 경찰과 경찰 버스, 살수차였다.
결국 유가족들은 해가 뜨고 늦은 오후가 다 될 때까지도 길거리에 주저앉아 농성했다. 유가족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경찰들을 보며 “구조 작업을 이렇게 (신속하게) 했으면 우리 애도 안 죽었다”, “그냥 갈 바에는 여기서 죽겠다”고 오열했다.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
유가족들이 행동에 나서자 새누리당과 우파 언론들은 유가족의 상처를 후벼팠던 더러운 펜대와 세치혀로 다시금 유가족을 비난·왜곡하고 있다. 새누리당 정미홍은 추모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일당 6만 원짜리 알바’라고 했다가 사과했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유가족들의 대통령 면담 요구를 거부하면서 “순수 유가족 요청이면 얘기 듣겠다”는 망언을 지껄였다.
조선일보 등 우파 언론들은 “좌파 세력들이 ‘분노팔이’를 하고 있다”며 세월호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박근혜를 공격한다고 한다.
그러나 어떻게 참사의 책임을 지라는 요구가 정치적이지 않을 수 있는가? 이번 사고는 안전보다 이윤을 앞세우는 자본주의 체제가 낳은 비극이었다. 18년 된 노후한 배를 사들여 과적을 하고, 접대비로는 6천만 원을 쓰면서도 안전교육에는 겨우 54만 원을 지출한 청해진 해운. 이 모든 것이 가능하도록 규제 완화를 밀어붙인 이명박과 세월호 사건으로 열린 긴급 민생회의에서도 규제 개혁 추진을 재차 주문한 박근혜. 이들이 만들어 낸 참사가 다시 반복되지 않으려면, 박근혜의 미친 규제완화를 저지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또한 유가족들은 박근혜에게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정부 고위 관료란 자들은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 하고, 사망자 명단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유가족들의 울음이 가득한 곳에서 느긋하게 라면을 먹었다. 모두 책임을 회피한 상황에서 유가족들은 “책임을 지고 결정을 하신 분들이 ‘내 결정권이 아니다’라며 자꾸 답변을 회피하고, 책임질 사람을 찾고 찾다 보니까 결국에는 끝에 청와대가 나오더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근혜는 지난 9일 열린 긴급 회의에서 “사회불안이나 분열을 야기시키는 일들은 국민경제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며 “자칫 여행, 숙박, 운송 등의 업종에서 소비심리 위축이 장기화될 경우 실물경제 회복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기업주들의 주머니 걱정을 하다니, 정말이지 돈에 미친 사이코패스가 따로 없다.
유가족들은 말한다. “오늘은 우리 아이들이 죽었지만 내일은, 모레는, 몇 년 후는 당신의 아이들… 당신이 죽을 수 있습니다. 이 사회가 이렇게 썩어있습니다. 이걸 그냥 두고 보실 겁니까?”
깊은 슬픔을 넘어
생명보다 돈이 먼저인 이 체제에선 제2, 제3의 세월호 사태가 언제 터질지 모른다. 얼마 전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일어난 열차 추돌사고의 원인도 세월호와 똑같이 노후한 시설에 대한 투자 부족, 인력 구조조정이었다.
유가족들은 진상규명을 위한 서명을 받고 있다. 안산에서 시작된 촛불집회는 전국으로 번지고 있고, 서울 도심에서도 촛불 집회와 행진이 계획되고 있다. 지난 8일 오후에는 감리교신학대학교 학생들이 박근혜의 사퇴를 요구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들고 광화문 세종대왕상을 점거했다가 전원 연행되기도 했다.
이런 목소리와 행동들은 커지고 있다. 이번 유가족들의 농성이 자칫 박근혜 책임론과 청와대 앞 대규모 농성으로 번질까 두려운 정권은 KBS 사장 길환영을 압박해 보도국장을 사임시키는 꼬리자르기를 했다. 더 많은 변화를 위해서는 더 많은 행동이 필요하다. 깊은 슬픔을 넘어 분노를 느끼는 학생들이라면 유가족들의 항의에 함께 하자.
2014. 5. 10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함께가요!
세월호 희생자 추모와 진실을 밝히는 국민촛불 행동
5월 10일 저녁 6시
안산문화광장
세월호 침몰사고 문제해결을 위한 안산시민사회연대
문의 : 010-5678-8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