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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노동자들의 삶과 투쟁

교권 보호: 생색내기식 간담회가 아니라 실질적 예산·인력 지원을 하라

교권 보호: 생색내기식 간담회가 아니라 실질적 예산·인력 지원을 하라

 

서이초 교사의 죽음에 분노한 교사 운동이 교권 보호에 일부 진전을 이뤄냈다. 9월 21일 ‘교권보호 4법’인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육기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교사들은 교육 현장에서 교권 보호 조처가 실제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 ‘교권보호 4법’은 대체로 교사의 교권을 재천명하는 상징적인 입법이라, 실효성 있는 교권 보호 조처가 시행되려면 인력과 예산 지원 대책이 반드시 마련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실효성 있는 후속 조처를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

밀실에서 준비된 생색내기식 간담회가 아니라 예산·인력 지원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출처 대통령실

예컨대, 교육부는 생활지도 고시안을 발표해, 수업 방해 등을 하는 학생을 일시 분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분리가 가능하다는 것만 명시했지 어떻게 분리해야 하느냐는 문제는 각 학교가 알아서 하라고 한다. 또한 분리 장소, 시간, 분리 학생 학습 지원 방안 등은 학칙으로 정하라고 해 각 학교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학교민원대응팀 구성 문제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교사, 행정직, 공무직 등이 포함된 민원대응팀 구성을 대책으로 내놨지만, 이를 위한 추가 인력과 재정 지원 방안은 없다.

이 때문에 그 대책들은 교사를 보호하지 못하고 오히려 추가적 업무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미 수업과 생활지도, 행정 업무 등으로 교사들의 업무 부담은 과중한 상태인데도 말이다.

교사와 행정직, 공무직 사이에서 업무 분담을 둘러싼 갈등도 심해지고 있다.

예산과 인력 지원이 절실한데도 정부는 세수 감소를 이유로 내년 교육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2024년 예산안에서 최대 삭감 분야는 교육과 일반·지방행정 분야다. 이에 따라 내년 교육부 예산은 올해보다 6조 원 넘게 감액된 95조 6254억 원에 그쳤고, 이 가운데 유·초·중등교육 예산은 무려 7조 1714억 원(8.9퍼센트)이나 삭감됐다.

교사 선발도 대폭 줄이고 있다. 교육부는 내년 교사 선발 인원을 올해 대비 유치원 교사 118명, 초등 교사는 404명, 중등교사는 380명을 줄이는 계획을 밝혔다. 교사들이 과중한 업무로 고통받고 있는 데다 교권 보호 대책으로 더 많은 교사가 필요한 마당에 인력을 줄이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실질적 대책 마련보다는 생색내기식 간담회 개최와 홍보와 선전에만 급급하다. 10월 6일에는 교사 20명을 초청해 윤석열이 직접 면담하고는 20여 년간 거의 동결돼 있던 몇몇 수당을 인상하는 안을 발표했다. 물론 수당 인상은 꼭 필요한 일이지만, 이미 수년간 물가인상률에도 턱없이 못 미쳐 온 임금인상률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없다.

윤석열은 또한 간담회에서 정부 부처와의 사전 조율도 없이 즉흥적으로 ‘학폭 업무 경찰 이관’ 방안을 제시했다. 물론 학교폭력 사안 중 일부는 사법적 절차가 필요한 일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업무가 교사에게 맡겨져 교사들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심지어 학부모들의 소송에 시달리는 일은 없어지거나 개선돼야 마땅하다.

그러나 학교폭력 업무를 전적으로 경찰에 넘겨 교육적 해결 기회를 없애는 방안에 대해서는 합리적 의구심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조처가 ‘공교육 회복’은커녕 학교 현장이 소송과 맞소송으로 몸살을 앓게 만들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부의 말뿐인 교권 보호 대책 때문에 교사들은 행동을 이어 나가기로 했다. 10월 14일과 28일에도 실효성 있는 지원 대책을 촉구하는 집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제대로 된 대책 마련을 위해 정부의 교육예산 긴축에 항의하는 목소리가 클 것이다.

10만여 명이 거리로 나온 9월 4일 ‘공교육 멈춤의 날’ 집회ⓒ조승진

아동학대에 대한 공정한 중재 기구가 구성돼야 한다

‘교권보호 4법’ 중에는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많은 교사들은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도 전면 개정해 교사들이 아동학대 처벌에서 면제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아동복지법 등이 개정되지 않으면 학부모의 무분별한 민원과 아동학대 신고를 근절할 수 없다.

그러나 이 법률들이 아동 보호를 위해 제정된 상황에서 교사만 예외로 해달라는 요구는 (소수 사례일지라도) 일탈 사례를 허용할 여지를 남겨둔다. 교사의 아동학대가 매우 드문 일일지라도 아동학대가 전혀 벌어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 면책은 공정한 조사를 방해하는 일을 초래할 수 있다.

게다가 이 법들이 개정되더라도 교사들은 큰 변화를 체감하기가 힘들 것이다. 법이 개정돼도 ‘정당한 생활지도’를 둘러싸고 학생·학부모와 교사 사이의 갈등과 분쟁이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교사를 소송 위협으로부터 막아 주는 효과적인 방파제가 될 수 없다.

또, 이미 법원은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아동학대로 보지 않고 있다. 아동학대로 신고되는 교사 중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비율이 극히 적은 까닭이다.

따라서 법 개정보다 더 실효성 있는 정책은 학부모들의 민원이나 문제 제기가 곧장 아동학대 신고나 수사 또는 소송으로 가기보다 교육계 안에서 논의되고 조정되도록 하는 중재 기구의 설치이다. 이미 여러 교원단체는 교육청 내에 아동학대 사례조사위원회 등을 설치하자는 제안을 한 바 있다.

많은 교사는 이런 위원회를 불신한다. 지금까지 경찰이 아동학대 수사를 하면, 소위 전문가들이나 민간 아동보호 단체들의 의견을 청취해 왔는데 여기서 교사의 의견은 대체로 무시돼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중재 기구가 없다면 교사는 곧장 경찰이나 검찰에서 수사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재 기구에 교사들을 반드시 참여시키는 식으로 공정한 기구가 되도록 요구하는 게 실효성이 높을 것이다.

이런 중재 기구는 학부모의 무분별한 신고를 줄이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교사의 권한(교권)을 명확히 정립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교사의 권한이 명확해지고 이 권한이 공정하게 사용될 때 학생·학부모의 신뢰도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교권 보호: 생색내기식 간담회가 아니라 실질적 예산·인력 지원을 하라, 〈노동자 연대〉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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