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 3월 16일부터 이틀간 일본을 방문해 일본 총리 기시다 후미오와 정상회담을 한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내친 윤석열 정부의 ‘해법’이 발표된 지 열흘 만이다.
윤석열이 걸림돌을 뽑아 버리듯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무참히 걷어치우자, 한일 양국이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는 강제동원 문제에서 파생된 양국 간 경제 갈등 사안이었던 일본의 대한국 수출 규제 해제 문제가 논의될 것이다. 그와 함께, 안보 협력 문제도 논의될 것이다. 북한 핵 문제 대응과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의 법적 지위 정상화 문제가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보수 언론은 한일 정상회담을 비롯한 양국의 협력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정말 그 ‘국익’이 우리 모두의 이익일까?
대중국 전선 구축
미국과 중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을 둘러싸고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고 압박하는 데 일본이 더 적극적인 구실을 해 주길 바란다. 일본도 그것을 통해 군사대국화로 다시 나아가려고 한다. 미국은 한국이 이런 일본과 서로 협력해 대중국 전선에 적극 동참하기를 바란다. (물론 미국은 그 이전부터 한일이 더 가까워지기를 재촉해 왔다.)
한국 지배자들은 지난 수십 년간 한미동맹을 통해 미국 중심 국제 질서 속에서 경제 성장을 이루고 정치적 위상을 높여 왔다. 중국과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미국 중심 제국주의 질서를 더 중시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은 미국의 대중국 전선 구축에 적극 힘을 보태려고 한다. 윤석열은 그것이 한국 자본주의의 위상을 높이고 이익을 늘리는 길이라고 본다. 그래서 그 방향의 걸림돌인 과거사 문제를 미국과 일본에 유리한 방향으로 서둘러 해결해 버리려 한 것이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 또한 미국 주도의 대중국 전선 구축 프로젝트 일환이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내친 한일 합의가 이뤄지고, 한미 연합 전쟁 연습을 하고, 연이어 한일∙한미(4월)∙한미일(5월)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제주도 제2공항 건설을 통해 제주를 미국의 대중국 전초기지로 만들려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한미일 3국 정부의 이해관계와 계산 때문에 강제동원 문제를 강제로 ‘해결’해 버리는 방안에 한미일 지배자들이 모두 환영하고 나선 것이다.
윤석열은 합의 전부터 일본이 “침략자 아닌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기시다는 이렇게 화답했다. “한국 정부가 옛 조선반도 노동자(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에 관해 조치를 발표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 윤석열과 기시다는 양국 국가 수반으로서는 2011년 이후 12년 만에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중단됐던 셔틀 외교(양국 정상이 매년 상대국을 방문하는 외교)도 재개하기로 했다. 강제동원 합의가 발표된 날, 미국 바이든은 “한국과 일본의 발표는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 간의 협력과 파트너십에 신기원적인 새 장을 장식할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전쟁 위기를 키우는 자들은 환영, 과거 전쟁 범죄 피해자들은 피눈물
그러나 과거 전쟁 범죄의 피해자들 눈에는 또다시 피눈물이 나고 있다. 게다가 이런 협력은 제국주의적 갈등에 책임이 전혀 없는 평범한 사람들의 안위와 평화를 위협한다.
미중 갈등이 첨예해지며 대만에서 군사적 충돌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일 3국 정부가 대중국 공조를 강화할수록 동아시아는 위험천만한 화약고가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인도-태평양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더욱 커질 것이다.
이처럼 제국주의적 동맹은 평화 유지를 위한 필요악이 아니라 동아시아 일대의 긴장과 위기를 키우는 핵심 요인이다. 냉전 초기 한반도는 미소 대결의 최전선이 돼야 했다. 오늘날에도 한미 동맹은 한반도를 미중 갈등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따라서 과거 전쟁 범죄의 피해자들을 내치면서 오늘날 전쟁 위기를 키울 한일 정상회담에 반대하자. 그리고 한반도를 미중 간 각축전에 몰아넣고 있는 윤석열에 함께 맞서자!
2023년 3월 14일
노동자연대 청년학생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