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경 연세대 학생, 노동자연대 청년학생그룹 회원
나는 서울에서 대학에 다니는 학생이다. 나는 8월 17일 하이트진로 화물 노동자들의 본사 점거 농성을 지지하는 행동에 참가했다.
하이트진로 화물 노동자들의 투쟁이 정당하고, 이 투쟁이 이 나라의 평범한 청년과 학생, 다른 부문의 노동자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고 얘기하고 싶다.
나는 학생이라 방학 중엔 돈을 바짝 벌어 놔야 해서 열심히 살고 있지만, 현실의 굴레가 삶을 옥죄어 오고 있다. 물가가 많이 올라서, 자취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 가장 줄이기 쉬운 지출인 식비를 줄이는 청년들이 나를 포함해 참 많다.
금리도 엄청 올라서 내 코딱지만 한 반지하 자취방 전세 자금 이자가 최근에 월 5만 원도 넘게 올랐다. 금리가 더 오른다고 하는데 막막하다. 정부가 대학 등록금도 올리려 한다는 소식에 한숨만 나온다.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숨 쉬고 살아가려면 돈을 버는 만큼 써야 하니 목구멍이 아주 대검찰청이다.
물가와 금리가 오르는 것도 답답한데 수입이 그대로인 것이 더욱 힘들게 한다. 하이트진로 화물 노동자들의 운임이 15년 동안 제자리였다고 들었다. 15년 전이면 짜장면 한 그릇이 3000원이던 시절이다. 지금은 짜장면 한 그릇에 7000~8000원이다. 열악한 운임에 말문이 막힌다.
말이 안 되는 낮은 수입은 단지 하이트진로 화물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나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이다 보니 최저임금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최저임금은 전에 딱 한 번 좀 올랐던 기억이 있어서 그렇지, 사실 지난 5년간 인상률은 박근혜 정부 4년의 인상률보다 못했다. 물가 인상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정치인들이 너도나도 최저임금 1만 원을 공약했던 게 5년 전인데 아직도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평범한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투쟁을 통해 임금 인상을 강제하고 우리 삶을 방어해야 한다. ‘그런 식으로 나오면 너희도 돈 못 벌게 해 주겠다’고 해야 한다.
하이트진로 화물 노동자들의 투쟁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우리의 윗사람들과 지배자들에 맞서 싸우는 것이 이 위기의 시기에 유일한 대안임을 보여 주고 있다.
기업주들, 정치인들의 위선에 맞서 싸워야 한다. 그들은 임금이 오르면 물가가 오르고 경제가 침체된다면서도, 기름값과 공공요금을 올리고 금리를 올리며 평범한 사람들의 피를 쪽쪽 빨아먹고 있다.
그러면서 정부는 기업주와 부자들의 세금을 낮춰 주고 국유재산을 헐값에 팔아 넘기며 물심양면 지원해 주고 있다. 이런 정부가 하이트진로 화물 노동자들이 홍천 공장 앞에서 투쟁할 때 경찰력으로 무자비하게 탄압한 것이 너무 분노스럽다.
하이트진로 화물 노동자들의 투쟁이 승리하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우리도 투쟁하자! 승리하자! 삶의 조건을 지키자!’ 하면서 노동자들이 싸움에 나설 용기를 얻을 것이다. 청년과 대학생, 그리고 수많은 미조직 노동자들에게도 자신감을 줄 것이다. 이것이 이 땅의 지배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일 것이다.
하이트진로 화물 노동자들의 투쟁은 생계비 위기에 맞선 세계적인 저항의 연장선에 있다. 이 투쟁이 꼭 승리하기를 바란다.
※ 이 글은 <노동자 연대> 신문에도 실렸습니다.https://ws.or.kr/article/28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