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신
6월 15일 서울경찰청 용산경찰서가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하 대진연)과 회원들을 수사 중이라고 언론에 발표했다.
경찰은 이들이 미국 대통령 바이든 방한 기간 때 수차례 ‘미신고 시위’를 벌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 바이든 방한 관련 행사나 사람들의 이동은 방해받은 적이 없다. 단순히 집시법을 위반해서만이 아니라, 바이든 방한을 반대하는 급진적 구호를 내건 점이 수사를 벌이는 진정한 이유일 것이다.
대진연은 반미·반우파·통일 운동을 해 온 단체다. 최근에는 특히 한·미·일 군사협력 움직임 등 윤석열 정부의 친미 행보를 집중 비판해 왔다.
경찰이 문제 삼은 시위도 바이든에게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킨 책임이 있다며 그의 방한에 반대한 것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제국주의 강대국들 간 갈등이 더 첨예해지고, 미·중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이런 배경 속에서 바이든은 미국의 패권 유지 전략에 한국이 적극 협력해 줄 것을 요구하려고 방한했다. 윤석열은 바이든의 요구에 적극 화답했다. 이를 통해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강화해 득을 보려는 것이다.
미국의 의도는 얼마 전 나토 정상회의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미국은 유럽에 있는 미군 전력을 대폭 증강하고, 중국 포위·압박에 나토도 활용하려고 한다. 그래서 나토 회원국이 아닌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을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 초청했고, 윤석열은 한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참가해 미국과 서방 편을 들었다. 나토 정상회의 자체가 우크라이나 전쟁 확대를 보여 주는 자리였다. 이는 세계를 더 큰 위험에 빠뜨리고, 전 세계 평범한 사람들의 생계를 위기에 몰아넣는 짓이다.
따라서 바이든의 방한을 환영할 이유가 없었다. 대진연 회원들에 대한 경찰 수사는 전적으로 부당하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친미 행보에 따른 정치적 단속이기도 할 테다.
경찰은 2019년 당시 주한 미국 대사 해리 해리스가 주한미군분담금 인상,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연장을 주장한 것에 항의해 미 대사관저 월담 시위를 벌인 대진연 회원 19명을 연행해 일부에게 구속영장까지 청구한 적이 있다. 당시 경찰은 월담 시위와 관련해 통일운동 단체 평화이음 사무실도 압수수색했다.
당시 시위를 벌인 대진연 회원들은 미국 대사를 향해 상징적 항의 제스처를 한 것일 뿐 그 누구에게도 폭력을 저지르거나 다치게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중 회원 4명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이라는 부당한 판결을 받았다.
문재인의 경찰이나 윤석열의 경찰이나 ‘질서 유지’를 내세워 여러 통제와 공안 수사에 앞장서는 것은 매한가지다.
경찰이 이번 수사 착수를 언론에 공개했다는 건 일종의 경고 메시지로 보인다. 안보 위기 속에서 운동을 위축시키려는 것이다. 서울 용산경찰서가 대진연 수사 착수를 발표한 지 보름 만인 6월 30일, 서울경찰청 안보수사대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를 출판한 민족사랑방 출판사와 인쇄소, 출판사 대표와 직원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수사를 즉각 중단하라!
※ 이 글은 <노동자 연대> 신문에도 실렸습니다. https://ws.or.kr/article/28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