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빈곤문제도 해결 못하는 ‘부자들의 말잔치’ G20
이명박 정부가 11월에 열리는 G20의 주요 의제로 삼은 것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 국제공조를 통한 금융규제 개혁과 국제금융기구 개편, 둘, ‘코리아 이니셔티브’라고 하는 개발이슈와 금융글로벌 안전망이다. 하지만 이 의제들은 서민들을 위한 것도 아닐 뿐 더러, 실현 가능성이 없다.
말만 무성한 국제공조– 금융구제개혁의 실패, IMF 악몽의 재현
이명박 정부는 “지난 2년간 (G20의) 정책 공조를 통해서 세계가 제2의 대공황에 빠지는 것을 성공적으로 막을 수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G20은 국제 공조에 거듭 실패해왔다. G20은 2008년 11월에 보호주의를 거부하겠다고 공언했지만, 20개 회원국 중 17개국 정부가 최소47개에 이르는 무역 규제 조처를 도입했다. 또 조세피난처 규제는 논쟁 끝에 합의하지 못했고, 은행세 도입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논의조차 하지 않기로 했다. 경제 위기가 심화할수록 각국 정부는 다른 나라를 희생시켜 자신이 살아 남으려 하기 때문에, 국제공조는 말만 무성할 뿐, 실제로는 진행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G20은 다시 한 번 IMF를 구제금융 채권자로 만들었다. 최근 IMF는 97년 한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긴축정책을 강조하면서 구제금융을 지원한 나라들에 교육·의료 등 사회정책예산 축소를 요구했다. 헝가리에 공공서비스 부문 노동자들의 임금을 해마다 7퍼센트씩 삭감하라는 긴축 조처 조건을 제시했고, 마이너스 12퍼센트의 성장률이 전망되는 라트비아에는 재정 지출 추가 축소를 이행하지 않으면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동시에 IMF는 그리스가 긴축정책을 도입하면 앞으로 2년간 성장률이 7퍼센트나 줄어들 거라고 말했다. 긴축정책이 경제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긴축정책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제 2의 IMF가 될 금융글로벌 안전망
글로벌 금융안전망은 쉽게 말하면, ‘급전’이 필요한 국가가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아니라 IMF가 유동성 위험이 있어 보이는 국가들에 돈을 빌려주겠다고 먼저 제안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돈을 빌려주고 구조조정을 강제하는 것과 사태가 벌어지고 나서 돈을 빌려주고 구조조정을 강제하는 것, 그 둘 중에 나은 것은 없다. 이건 아시아판 IMF를 만드는 데서 한국이 중심 구실을 하겠다는 야심이 표현된 것일 뿐이다.
개발도상국들의 악몽이 될 ‘코리아 이니셔티브’
이명박이 주장하는 개발이슈는 바로 빈곤국 지원이다. 그러나 G20의 빈곤 해결책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자유화’다. 그러나 아프리카 빈곤국들에게 필요한 것은 기업을 위한 ‘자유화’가 아니라 마을 곳곳에 안정적인 식수 제공을 위한 우물과 예방접종 주사 그리고 식량 무상 지원이다. 현재 원조는 빈곤국들의 필요에 맞춰져 있다기보다 선진국의 필요에 맞춰져 있다. 원조를 주는 나라의 상품만을 사용하고 차관도 포함되는 공공개발원조(ODA)의 구조 때문에 “실제로 원조국들은 원조의 평균 7퍼센트만을 인간발전의 가장 시급한 부분에 할애하고 있다.”(<유엔개발계획보고서>)
그나마 원조는 계속 줄고 있고 한국의 ODA 지출 수준은 OECD 국가 내에서 꼴찌다.
기후변화의 브레이크가 아닌 엑셀을 밟는 G20
앞서 말한 의제들이 실패작인 것처럼,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제3차 G20 정상회의 합의는 포함된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에 화석연료 보조금 철폐를 위한 구체적 실행 계획이나 강제 규정도 없고, 청정에너지 기술의 유포나 이전도 순전히 “자발성에 기반을 둬야 한다”고 못박았다. G20 국가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 세계 온실 가스 배출량의 4분의 3이 넘는데도 말이다. 심지어 G20은 경기부양 예산의 80.5퍼센트(4대강 예산)를 녹색 부문에 배정했다며 한국을 녹색국가로 칭송했다. G20의 기후변화 해결? 그것만큼 믿지 못할 얘기가 없는 것이다.
앞서 살펴본 G20의 의제들을 살펴보면 G20정상들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 진다. G20정상회의는 세계경제위기를 해결할 수도, 금융구조를 개편할 수도, 기후변화를 해결할 수도 없다. G20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경제위기 책임을 떠넘기고 가난한 사람들을 더 가난하게 만들 ‘부자들을 위한 말잔치’일 뿐이다. 따라서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살림이 나아지길 원하고 심각한 기후변화와 세계적 빈곤 문제가 해결되길 원한다면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는커녕 더 심화시킬 G20에 항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