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육적 기준으로 대학 줄 세우기, 정부 지원금이라는 ‘돈줄’을 쥐고 협박하기, 고액 등록금 정당화하기, 국공립대 법인화… 박근혜와 교육부의 ‘대학 공공성 파괴’ 정책들에 맞서 부산대학교, 경북대학교, 인천대학교, 강원대학교, 부산교육대학교, 전남대학교를 비롯한 전국의 19개 국공립대학 총학생회가 뜻을 모았다. 이들은 오는 10월 2일 서울에 집결해 ‘10.2 전국 국공립대학생 공동행동’(이하 10.2 공동행동) 집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10.2 공동행동은 지난 8월 17일 부산대학교에서 총장직선제 폐지를 반대하며 목숨을 끊은 고(故) 고현철 교수님의 뜻을 받아 안고, 9월 18일 대학 자율성 회복을 강력하게 촉구하며 여의도 거리로 나왔던 교수님들의 행동을 이어가는 학생들의 집회다.
대학구조’개혁’ 평가
지난 8월 31일, 교육부가 대학구조’개혁’ 평가 결과를 발표했고 이에 따라 하위 그룹에 속한 66개 대학은 정부의 재정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거나 일부 제한을 받고 정원도 대폭 축소하도록 강요됐다.
이런 대학구조’개혁’ 평가는 대학을 교육의 장이 아니라 기업의 사원 훈련소로 전락시킨다. 이명박 정부의 ‘부실 대학’ 선정 정책으로부터 이어져 온 박근혜의 대학 평가 때문에 대학 곳곳에서는 비인기 학과(주로 인문, 예술 계열) 학과가 통폐합돼 점점 사라졌고, ‘학사 관리 엄정화’라는 이름으로 안 그래도 죽기살기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성적 경쟁을 강화했다. 이것은 낮은 취업률의 고통을 고액 등록금을 내며 학교 다닌 죄밖에 없는 학생들에게 떠넘기는 것에 다름없다.
게다가 특히 이번 대학 평가에서 정부는 국가가 책임졌어야 할 국공립대에도 낮은 등급을 매겨 교육 투자 부족의 책임을 애꿎은 국공립대 학생들에게 전가했다. 대표적으로 강원대 같은 지역거점국립대학이 하위 그룹(D등급)에 포함됐다. D등급을 받은 강원대뿐만 아니라 국공립대의 절반 가량인 13개교가 B등급을, 2개교가 C등급을 받은 데서도 다시 확인된다. 정부가 국공립대 정원을 감축하고 정부 지원금을 줄이는 이러한 방향성은 나아가 국공립대 법인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총장직선제 폐지
국공립대의 공공성은 신자유주의의 고등 교육 정책과 함께 교육에 대한 국가 투자가 줄어들면서 대학 구조조정과 학과 통폐합과 법인화 등으로 끊임없이 공격 받았다. 국공립대를 온갖 ‘나쁜’ 대학 정책의 ‘제물’로 삼아온 정부에게, 총장직선제는 걸리적거리는 장애물이었다.
교육부는 이명박 정부 때부터 “총장직선제를 고수할 경우 불이익을 주겠다”며 총장직선제를 고수하는 대학의 지원금을 삭감했다. 많은 대학들이 투쟁했지만 안타깝게도 끝까지 남은 대학은 고(故) 고현철 교수님이 계셨던 부산대학교였다. 부산대학교 역시 2012년 총장직선제를 고수한다는 이유로 교육역량강화사업에서 배제되고 수십억 원의 지원금이 삭감되고, 대학특성화사업(CK1)에서도 총장직선제를 유지한다는 이유로 사업비 감액 협박을 받았다. 그러나 이런 협박에도 불구하고 부산대는 교수님들과 학생들이 저항을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고 교수님의 안타까운 희생 이후 총장직선제를 고수하겠다는 학교 당국의 답변을 얻어냈다.
그러나 악랄하게도 교육부 장관 황우여는 총장직선제 폐지 정책을 철회할 뜻이 없음을 밝히면서 부산대가 직선제를 유지하면 재정적·행정적으로 반드시 불이익을 주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대학 구조조정에 반대하고 정부의 비민주적 행태에 반대하는 학생이라면 부산대의 총장직선제를 끝까지 사수하는 투쟁에 동참하고 이것이 확산될 수 있도록 애써야 한다.
국립대 재정회계법
교육부는 이렇게 총장직선제를 폐지하고 간선제를 통해 정부 측에 유리한 인사를 총장으로 임명해 대학을 교육부에 예속시키고, 자신들의 정책을 도입하기 쉽게 만들려고 한다. 그 ‘정책’에서 대학구조’개혁’ 평가와 함께 추진되고 있는 또 하나의 축은 ‘국립대 재정회계법’이다.
‘국립대 재정회계법’은 국공립대 등록금의 80퍼센트를 차지해 온 기성회비가 불법임이 드러나자 교육부와 학교 당국이 기성회비를 합법화하기 위해서 부린 꼼수다. 회계상에서 명목상 기성회계와 교비회계를 통합해 실제 금액은 유지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눈 가리고 아웅’이다. 게다가 이 법에는 국립대의 적립금 축적과 수익 사업을 허용하고 총장직선제 폐지 이후 재정 운영에 대한 총장의 권한을 강화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국립대 법인화를 촉진하는 법이기도 하다.
‘반값 등록금’을 운운하면서 당선한 박근혜 대통령은 구멍이 숭숭 뚫린 국가장학금으로 생색을 내면서, 실제로는 뒤에서 불법으로 판결 난 국공립대 기성회비를 법으로 정당화한다. 이런 작태는 대졸자의 학자금 대출 빚이 1인당 1천 5백만원 시대, 청년 실업 1백 만 시대에 학생, 청년들의 고통은 완전히 나몰라라하는 것이다.
단결을 유지하고 확대해서 더 큰 투쟁을 만들자
지난 9월 24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제14차 재정전략협의회에서 “교육 개혁에 속도감을 내겠다”며 “재정 지원을 중심으로 대학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10.2 전국 국공립대학생 공동행동은 이러한 정부의 핵심 정책에 반대하며 “교육을 돈으로 협박하는 행동을 당장 중단하라!”하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경기가 안 좋고 세수가 적어서” 교육에 투자할 돈이 없다고 하소연하는 것은 변명일 뿐이다. 부유층과 기업들이 쥐꼬리만큼 내는 세금을 늘리면 재원은 있다. 등록금을 없애고 무상교육을 실현하려면 최대 14조원 정도가 필요한데 이미 사립대학들이 누적적으로 적립한 돈이 12조에 육박한다.
이렇게 부자 증세와 교육 재정 확충을 강제하기 위해서는 거대한 대중 투쟁이 필요하다. 박근혜 정부의 대학 교육 정책으로 고통 받는 대학들 간의, 그리고 대학 구성원들 간의 단결이 필요하다. 국공립대 학생들의 이번 항의 행동이 지방대와 수도권 대학, 국립대와 사립대 간의 차이를 넘는 단결의 자극제가 되길 바란다. 더욱 큰 단결로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대학 정책에 제동을 걸고 대학의 공공성을 지켜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