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하에서 무기는 누구의 이익을 위한 것인가?

이란 전쟁이 중단되기를 바라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아랍에미리트(UAE)에 천궁-2와 같은 ‘방어 무기’를 지원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의견이 나온다.

평범한 중동 민중이 이란의 반격 미사일에 맞아 죽거나 다치지 않길 바라는 사람도 이란 미사일을 요격할 천궁-2 지원은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방어 무기와 공격 무기는 잘 구분되지 않는다. 대인 지뢰는 방어용 무기로 분류되지만, 전쟁에서 적군의 다리를 절단시키거나 죽게 한다.

방어와 공격은 동전의 앞뒷면이자 분리할 수 없이 연결된 전투 행위이기도 하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말이 있다. 거꾸로 방어는 공격을 가능하게 하는 전제 조건이다.

최고의 방어 체계는 사소한 공격조차 그 효과를 극대화한다. 그래서 패트리엇이나 사드, 천궁-2 같은 ‘방어용’ 무기에 그토록 공을 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방어용’ 무기는 대개 민간인 거주지가 아니라 미사일 기지나 전투기 활주로 등 ‘공격용’ 무기를 지킨다.

현재 트럼프가 추진하고 있는 첨단 미사일 방어 시스템 ‘골든 돔’은 중국과의 경쟁을 위한 것이다. 성주에 배치돼 있는 사드(종말 고고도 지역 방어 체계)도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대중국 포위 전략을 위한 무기다.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은 방공 무기 체계다. 그러나 그것은 팔레스타인 식민 점령과 가자지구 학살, 그리고 아류 제국주의 국가 이스라엘의 ‘대이스라엘’ 야욕을 뒷받침하는 무기다.

이재명 정부가 UAE에 지원한 천궁-2가 요격 미사일일지라도, 이란 전쟁 전체를 놓고 보면 이란의 반격을 좌절시킴으로써 미국의 이란 공격을 뒷받침하는 데 쓰인다.

‘방어’라는 말이 가리는 것

지배자들은 군사적 경쟁과 전쟁에 대중의 지지와 동참을 이끌어 내기 위해 ‘방어,’ ‘방위’ 같은 이데올로기적 용어를 사용한다.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국민을 지킨다’는 관념을 퍼뜨리는 것이다. 실제로는 국민 중 일부(자본가들)의 이익을 위해, 그것도 선제공격을 할 때조차 말이다.

그 밖에도 각국 정부는 전쟁 준비 예산을 ‘방위’ 예산으로 포장하고, 전쟁을 준비하는 정부 부처를 ‘국방부’라고 부른다.

러시아 혁명가 레닌은 지배계급이 ‘방어 전쟁’ 운운하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사기 치는 것이라면서 이렇게 썼다.

“노예 100명을 소유한 노예 소유주가 노예 200명을 소유한 노예 소유주에 대항해 ‘공정한’ 노예 재분배를 요구하며 전쟁을 벌인다고 상상해 보라. 이런 사례에 ‘방어적’ 전쟁이나 ‘조국 방위’ 전쟁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명백히 역사적으로 오류일 것이다.”

무기와 계급

자본주의하에서 군사 무기가 방어용이냐 공격용이냐, 비살상용이냐 살상용이냐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한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군사 무기는 대중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도입한 F-35 전투기, ‘K-방산’이 개발한 K-2 흑표 전차가 어디에 어떻게 쓰일지 노동자들은 전혀 통제할 수 없다. 그 무기들은 (‘외환’ 유치 기도에 대한 수사에 반발한) 군부의 손아귀에 있다.

이것은 자본주의 국가와 그것이 독점하는 군사 무기의 계급적 성격과 관련 있다.

자본주의 국가는 겉보기에 중립적 기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본가 계급의 이윤과 권력을 보호하며 계급 질서를 수호한다. 그리고 세계시장에서 벌어지는 자본가들 간 경쟁에서 자국 자본가 계급의 이익을 수호한다.

그런 기능을 수행하는 데서 무장력은 필수다. 레닌은 국가를 “특수한 무장 집단”이라고 했다.

자본주의 초창기에 부르주아지가 생산수단을 독점하는 과정(시초 축적)에서부터 국가의 무장력이 동원됐다. 이후 기업의 이윤 축적을 위협하는 노동자들의 공장 점거 파업을 진압할 때 국가는 무장 경찰을 투입한다. 체제를 위협할 만큼 강력한 대중 저항이 일어나면 국가는 군을 동원하기도 한다.

지배자들의 필요

특히, 자본주의 국가들 간 경쟁 시스템 속에서 한 국가의 군사력은 그 나라 자본가들이 세계시장에서 벌이는 경쟁을 뒷받침한다.

그래서 각국 정부들은 어마어마한 자원을 무기 개발·생산에 쏟아붓는다. 미국은 공식 통계로도 노숙인이 77만 명(2024년 기준)에 달하지만, 올해 미국 국방비는 9,006억 달러(약 1,200조 원 이상)에 달하고 그중 상당 부분이 첨단 무기에 쓰인다.

20세기 초 독일에서 반전·반군국주의 운동에 앞장선 혁명가 카를 리프크네히트는 계급 사회인 자본주의 사회의 무기 생산에 대해 이렇게 썼다.

“경제적 지위에 따라 계급 구분이 결정된다 하더라도, 계급 간 정치적 권력 관계는 경제적 지위뿐 아니라 지적·도덕적·물리적 수단에 의해서도 결정된다.[강조는 인용자]

“이는 사회 투쟁에서 무기 기술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보여 준다. … 소수 집단이 다수 집단을 강제로 지배할 수 있는 위치를 유지할 수 있는지는 바로 이 무기 기술에 달려 있다.

“… 계급 분열은 무기 기술의 발전과 병행돼 진행된다. 따라서 무기 생산은 갈수록 전문적인 기술이 된다. 게다가 계급 지배는 원칙적으로 한 계급이 다른 계급보다 경제적으로 우위에 있음으로써 일어난다. 무기 기술의 향상은 무기 생산을 더욱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들게 하므로, 무기 생산은 점차 경제적 지배계급이 독점한다.”(《군국주의와 반군국주의》, 영어판)

그렇게 생산된 군사 무기들은 지배계급의 필요, 즉 계급 질서 수호와 국가들 간 쟁투에 쓰인다. 지배자들의 군사력이 강화되는 것에서 노동계급 대중이 얻을 이익은 없다.

UAE로 수출된 천궁-2는 이스라엘과 협력하는 UAE 왕정의 손아귀에 들어간다 ⓒ출처 국방홍보원

UAE를 비롯한 걸프 군주국들은 어마어마한 ‘국방’ 예산을 들여 각종 첨단 무기로 무장한다. 그 무기들은 노동자·빈민·이주노동자의 이익을 위해 쓰이지 않는다.

UAE로 수출된 천궁-2가 이란의 반격을 막는 데 쓰이지만, 그것은 UAE 지배계급의 이익(역내 정치적·경제적 영향력, 미국과의 동맹 유지 등)을 위한 것이다. 지금 당장은 이스라엘과 협력하는 짓을 하고 있는데, 천궁-2는 바로 그 목적에 기여한다.

걸프 국가들에 대한 한국산 무기 수출은 이란 전쟁의 장기화와 확전에 일조할 뿐이다. ‘평화’ 시기에는 역내 강국들 간 경쟁 격화와 걸프 군주들의 군사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다.

전쟁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재명 정부가 중동 국가들에 ‘방어용,’ ‘비살상용’ 무기를 포함해 어떠한 무기도 수출·지원해선 안 되고 트럼프의 파병 요구도 거부하라고 주장해야 한다.

출처:천궁-2 UAE 수출을 계기로 본다: 자본주의하에서 무기는 누구의 이익을 위한 것인가?(〈노동자 연대〉 577호、 2026-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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