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국민의힘)은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을 폐지하고 등록금을 ‘정상화’ 해야 한다며, 11월 1일부터 진행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의에서 이 문제를 다루겠다고 밝혔다.
사실 이미 학교 당국의 등록금 인상 움직임이 있었다. 올해 외국인 학부 신입생 등록금을 두 배로 올렸고 외국인 대학원생 등록금도 20퍼센트 인상했다. 지난 몇 년간 등록금심의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인상 요인’이 있다며 학부 등록금도 언젠가 올려야 한다는 논의도 계속돼 왔다. 학교 당국은 등록금뿐 아니라 학생식당 가격도 올리고, 주차공간이나 연구공간에 대한 사용료를 징수하는 등 수익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등록금 인상 논의는 오세훈 서울시와 국민의힘 주도 서울시의회의 전반적 복지 삭감 맥락 속에 있고, 무엇보다 윤석열 정부의 긴축 기조에 보조를 맞추는 것이다.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돌봄서비스를 제공해 온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출연동의안을 보류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는 전기•가스 공공요금을 올리고 복지재정 등은 삭감하며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 등 서민에게 떠넘기고 있다. 대학 등록금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립대의 ‘반값등록금’이 폐지되면, 등록금 규제를 없애라고 요구해 온 대학 당국들의 목소리는 더 커질 것이다. 또 단지 등록금 인상만이 아니라 대학 운영 전반에서 수익성 논리가 강화될 수 있다.
열악한 교육여건이 낮은 등록금 탓이라고?
김현기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학교에 돈이 없어 학업 수준의 질이 떨어진다는 불만이 나온다’고 했다. 물론 교육여건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은 있다. 지난해 서울시립대의 기숙사 수용률은 11.6퍼센트로 국공립 평균 28.9퍼센트에 한참 못 미쳤다. 매 학기 수강신청 대란이 일어나고, 전임교원이 담당하는 강의 비율도 서울소재 대학 중 뒤에서 5위를 차지할 정도로 낮다(2021년 기준).
그러나 등록금을 더 내면 이런 문제가 해결될까? 2019년 OECD 평균 고등교육 교원 1인당 학생수는 15명이었지만, 한국의 경우 26.4명으로 매우 높았다. 반면 같은 해 국공립대 등록금은 OECD 8위, 사립대의 경우 4위를 차지했다. 등록금 동결 이전에 한국 사립대들은 등록금을 천정부지로 올렸으나 교육의 질은 그에 비례해 좋아지지 않았다. 지금도 사립대 학생들이 등록금 몇 배 더 낸다고 우리보다 몇 배 더 좋은 교육 여건을 제공받고 있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문제는 전반적인 정부의 지원 부족이다! 한국은 고등교육 정부지출이 OECD 평균 대비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등록금이 아니라 정부와 서울시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김현기는 재정 지원을 줄이려고 등록금을 인상한다고 하니 얼마나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인가!
반값등록금 정책은 운동의 성과
또 김현기는 ‘박원순의 포퓰리즘 정책’을 되돌려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반값등록금은 단지 박원순 전 시장 개인의 아이디어가 아니었다. 2011년 반값등록금을 요구하는 운동과 거대한 염원의 압력을 받아 정치권이 실행하게 된 정책이다. 당시 서울시립대 학생이던 고(故) 황승원 씨가 등록금을 벌다 사망한 사건도 공분을 샀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부담을 줄여 주는 이런 정책은 오히려 더 확대돼야 한다.
누구를 위한 ‘형평성’ 논리인가
서울시립대의 반값등록금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우파들의 오랜 레퍼토리이다. 다른 학교 학생들이 등록금을 더 내니 서울시립대 학생들도 그만큼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값등록금 운동으로 도입된 정책은 오히려 다른 학교의 등록금도 동결하는 선한 효과를 냈다. 반대로 서울시립대 등록금이 인상되는 것은 타 학교 등록금 인상의 나쁜 초석이 될 것이다. 또 우파들은 ‘서울시 세금인데 서울시민만 혜택을 보는 게 아니’라는 주장도 하는데, 모든 복지에 이렇게 수익자 부담 논리를 적용한다면 결국 어떤 사회복지도 필요 없는, 모두가 각자 필요한 서비스를 구매하는 각자도생 사회가 될 것이다.
김현기는 ‘내년 신입생부터 적용’하자며 재학생과 내년 신입생을 이간질하려 한다. 그러나 일단 어느 한쪽에 등록금 인상이 허용되면 나머지로 확대되는 압박이 커질 것이다. 또 학생들의 부담을 늘리는 것은 수익자 부담 논리를 강화해 재학생들의 각종 학내 복지혜택에도 악영향이 갈 수 있다.
경제 위기와 고물가•고금리•청년실업 시기에 생활비에 허덕이며 ‘밥 굶는’ 청년이 늘어 간다는 뉴스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허리를 더욱 휘게 할 반값등록금 폐지 시도에 반대하자.
2022년 10월 24일
노동자연대 서울시립대모임
(문의: 010-7435-5254 국관 양선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