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혜
이화여대 시설 관리 비정규직 노동자들(간접고용)이 이화여대 당국과 용역업체의 일방적인 전환배치에 반발하고 있다.
12월 초 국제교육관에서 근무하는 시설(기계·전기) 관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당장 1월부터 이하우스(E-House) 기숙사로 가서 근무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전환배치는 인력 감축과 비용 절감을 위해 벌어졌다.
이하우스 기숙사에는 원래 계약직 시설 노동자 4명이 근무했다. 그런데 내년 초 계약 만료 기간이 되자 학교 당국은 재계약하지 않고, 그 자리를 국제교육관 시설 노동자들(6명)을 전환배치 해 메우려는 것이다.
전환배치 되는 국제교육관 시설 노동자들의 노동조건도 악화된다.
노동자들은 수년간 국제교육관에서 근무하며 쌓은 노하우를 버리고, 당장 다음 달부터 익숙하지 않은 새 건물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현재 국제교육관 시설 노동자들이 관리하는 건물(3곳)에 비해 이하우스 기숙사는 상시 거주하는 학생만 2000명 가량에 7층짜리 건물이 8곳이나 된다.
들쑥날쑥한 근무체계와 임금 삭감
게다가 근무체계 변동으로 임금이 삭감되게 생겼다.
용역업체는 노동자들에게 기존 3교대(주간, 야간당직, 비번) 체계가 아닌, 6교대 체계로 근무하라고 통보했다. 이렇게 되면 원래는 두 명이 섰던 야간당직을 한 명이 맡게 된다. 결과적으로 야간수당은 물론, 근무시간도 줄어서 임금 수십만 원 가량이 삭감된다.
노동자들이 이러한 전환배치를 달갑지 않아 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하다.
노동자들이 임금 삭감에 항의하자, 용역회사는 “2020년까지는 기존의 임금을 보존해 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다음해인 2021년부터는 임금 삭감을 감수하라는 것이다.
바뀐 근무형태로 인해 노동자들은 어떤 날은 오전 7시에 출근했다가 또 다른 날은 오후 4시에 출근해야 한다(원래는 오전 9시 출근). 이 때문에 노동자들은 삶의 질이 훼손될 것이라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
학생과 노동자 안전 내팽개치나
더 큰 문제는 이런 노동조건 악화가 기숙사 학생들의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시설 노동자들은 기계 담당과 전기 담당으로 분야가 구분돼 있다. 이 때문에 야간에 문제에 대처하려면 담당 분야별로 적어도 1명씩은 필요하다.
그런데 학교 당국과 용역업체는 야간에 전기와 기계 노동자 중 한 명만 배치하려 한다.
이하우스 기숙사는 안 그래도 문제가 많은 건물이다. 학교는 이하우스의 멋들어진 외관을 내세워 학교를 자랑하지만, 〈이대학보〉는 이곳에서 지난 3년간 적어도 7번의 누수 사고가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많은 학생들이 거주하는 공간이기에 이런 사고가 나면 초동대처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누수가 발생했을 때 전기 기사만 있다면 제대로 대처하기 힘들 것이고, 누전이 발생했을 때 기계 기사만 있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노동자들의 안전도 위협받을 수 있다. 전기의 경우 가장 낮은 전압의 기계가 3300볼트다. 숙련된 전기 기사만이 조작할 수 있다. 기계도 마찬가지로 자칫 잘못 조작하면 보일러 가스 폭발 등 위험한 사고가 날 수 있다.
학교 당국은 ‘어떤 문제가 생기면 해당 분야 책임자에게 전화하면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심각한 경우에는 골든타임을 놓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런데도 학교 당국은 천하태평이다.
적립금 6413억 원을 손아귀에 쥐고 있는 학교 당국이 노동자들에게 주는 야간수당을 줄이겠다고 학생과 노동자의 안전을 내치는 것이다.
한 노동자는 답답한 상황에 분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김용균 같은 사고가 이화여대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거예요.”
기숙사에서는 학생들의 안전이 보장돼야 한다. 학생들의 안전은 단순히 통금 같은 규칙에서 오는 게 아니라, 노동자 인력을 제대로 충원하는 데서 온다.
학교 당국은 여태까지 학교가 하청노동자들의 직접 사용자가 아니라며 책임을 하청업체로 떠넘겼다. 하지만 이번 일방적인 근무지·근무체계 변경 시도는 이대 당국이 직접 관여하며 스스로 사용자임을 드러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이대분회는 학교 당국에 책임을 물으며 전환배치를 중단하라는 항의 공문을 발송했다.
이대 당국은 부당한 전환배치를 중단해야 한다. 또, 단 한 명도 사고로 다치지 않게 당장 인력을 충원해 학생과 노동자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
※ 이 글은 〈노동자 연대〉 신문 웹사이트에도 실렸습니다. ☞ https://ws.or.kr/article/23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