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개정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고려대학교가 1학기에 이어 2학기 강의 수도 대폭 줄였다. 시간강사의 채용도 줄이고 있다. 이미 고려대 당국은 올해 2학기 전공 강의를 지난해에 비해 76개 줄였다. 전공 강의뿐 아니라 졸업에 꼭 필요한 핵심 교양 수업도 지난해에 비해 23퍼센트, 그 전 해보다는 46퍼센트나 줄였다.(고려대 총학생회 조사)
강사 구조조정도 심각한 수준이다. 고려대 비정규직교수협의회에 따르면 고려대 당국이 발표한 2019년 2학기 강사 채용 규모는 예년의 절반 수준이라고 한다. 즉 몇 년째 고려대에서 강의하던 시간강사들을 절반 가까이 구조조정한 셈이다.
지난해 겨울, 강의 수 축소 계획이 폭로된 이후 고려대 당국은 학생들과 강사들의 항의를 받았다. 특히 올해 6월 12일에는 학생과 노동자 약 500명이 고려대 당국의 회계 비리와 강의 수 축소, 시간강사 구조조정에 항의해 집회를 벌였다.
그러나 고려대 당국은 이 문제를 협의하기로 한 면담을 불과 2시간 30분 전에 일방 취소했다. 이에 고려대 총학생회와 고려대 ‘강사법 관련 구조조정 저지 공동대책위원회’가 7월 24일(수) 고려대 본관 앞에서 ‘사라진 과목을 복구하라! 강사들을 대폭 충원하라!’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 당국을 규탄했다. 이 자리에는 타 대학 해고 시간강사와 연세대 강사법 공대위 학생들도 참가해 연대를 보냈다.
기자회견에서 고려대 문과대학 황은진 비상대책위원장은 학문의 전당이어야 할 대학이 제 역할을 하지 않는 것을 규탄했다. “문과대는 강의가 총 26개 감소했다. 학생은 공부하려고 학교에 다니는데, 감당해야 하는 고액의 등록금에 비해 학생들의 교육권과 강사들의 생존권은 보장되지 않는 데 유감을 표한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강의 수 대폭 감소와 학교 당국의 시간강사 구조조정 시도를 규탄했다. 이진우 고려대 부총학생회장의 말처럼 “학생들과 강사들의 희생으로 만드는 대학이 어떻게 진정한 학문의 전당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공채 과정에서 많은 대학 시간강사들이 해고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고려대 강사들의 투쟁에 연대하며 기자회견에 참가한 ‘분노의 강사들’ 김어진 공동대표는 해고 불안에 떨고 있는 대학 시간강사들의 상황을 전했다. “강의에 주력해 왔는데 갑자기 연구실적을 내라는 통에 갈 곳 몰라 하노라. 보복형 탈락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갈 곳 몰라 하노라, 지원할 과목들이 없어 갈 곳 몰라 하노라, 왜 떨어졌는지 알 수 없어 갈 곳 몰라 하노라!”
고려대학교는 BK21 플러스 사업 등에서 타 대학보다 더 많은 점수를 얻으려고 대학 시간강사들을 애초 축소하려 했던 것보다는 더 뽑으려는 듯하다(강사 고용 연계 지표). 그러나 대폭 줄어든 강의와 강사 채용에 비하면 이는 매우 제한적이고 일시적인 효과만을 낼 것이다.
고려대는 올해 초 약 55억 원의 재정 부담을 이유로 들며 해고와 강의 수 축소를 정당화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돈은 학교 총수입의 0.8퍼센트에 불과하다. 시간강사들에게 지급되는 인건비를 모두 더해도 학교 총수입 대비 고작 1.5퍼센트에 불과하다.(2017년 회계 기준)
문제는 고려대 당국의 우선순위다. 고려대가 쌓아 둔 천문학적 규모의 누적 적립금 4000억 원을 강사 채용을 비롯한 학내 구성원들의 처우 개선에 사용해야 한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기자회견문에서 지적했듯 “학교 당국은 학생들의 학습권, 강사들의 처우 개선과 안정적 채용을 위해서 돈을 써야 한다. … 지금이라도 고려대 당국은 학생들의 수업권 보장과 강사들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조치를 결단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