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7일, 전국민주일반연맹 서울일반노조 서울대 기계·전기 분회 소속 노동자들이 행정관, 중앙도서관 등의 기계실을 점거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노동자들은 시중노임단가 수준 임금 인상, 상여금 지급, 기존 정규직과의 차별 없는 복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극히 정당하고 당연한 요구다.
그런데 파업으로 난방 공급이 중단되자 조중동 등 보수언론과 우파 정치인들이 연일 파업을 비난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노동자들이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인질”로 삼았다고 비난했다. 서울대 출신 우파 정치인 하태경(바른미래당)은 파업을 “반인륜적 패악질”이라고 비난하고, 자유한국당은 대변인 논평까지 내 “학생을 볼모로 잡은 억지파업을 당장 중단하라”고 윽박질렀다.
서울대 당국도 이에 호응하고 있다. 오늘 중앙도서관장은 〈조선일보〉에 “민노총은 사회악”이라는 말까지 인용해 가며 노동자들의 파업을 ‘인질극’으로 모는 글을 기고했다.
이들은 학생들을 위하는 척하며 온갖 도덕적 위선을 떤다. 그러나 우파들은 학생들을 위한 교육의 질 개선을 위해 아무것도 한 게 없다. 오히려 우파 정부와 ‘친박’ 총장 하에서 대학 구조조정이 추진됐고 서울대 법인화로 교육 환경은 더 악화됐다. 서울대 학생들이 대학 기업화·상업화 정책인 시흥캠퍼스 추진에 반대하며 본관을 점거했을 때도, 우파들은 입을 모아 학생들의 투쟁을 비난하기에 바빴다.
지난 우파 정부 동안 공공부문 신규 채용이 대폭 줄었고, 그간 보수 언론과 우파들은 청년 눈높이를 탓하며 저질 일자리를 강요해 왔다. 최근까지도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매우 불충분한)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정책마저 극렬히 반대하며, 청년들의 취업 문을 넓히는 데 반대해 왔다. 이런 자들이 학생들을 걱정하는 척하다니, 메스껍기 짝이 없다.
반면 학생들의 쾌적한 학습 환경은 시설 노동자들의 노동에 빚지고 있다. 노동자들이 일손을 멈추자 도서관의 난방이 꺼지고 불편함이 생기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를 증명한다. 오히려 이토록 대학에 꼭 필요한 일들을 매일 해 온 노동자들이 왜 제대로 된 처우를 받지 못하고 파업에 나서게 됐는지 물어야 한다.
우파들이 노동자들에게 “공동체에 대한 책임과 의무”는 어디 갔느냐고 훈수 두지만, 그 “책임과 의무”를 저버린 건 서울대 당국이다. ‘정규직’이란 허울만 주고 차별은 유지하려는 서울대 당국의 기만적인 태도가 사태의 원인이다. 우파들은 서울대 당국의 위선은 일언반구도 한 적이 없고, 오히려 그동안 비정규직 정규직화 자체가 “불공정”하다면서 반대해 왔다.
이미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은 학교 당국에 대해, 노동자들이 부당한 대우를 참을 수 없다며 노동3권에 따른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어째서 비난받을 일이란 말인가? 우파들의 논리는 노동자들은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억지로 일하라는 것밖에 안 된다.
시설 노동자들은 쾌적한 학습 환경과 대학의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들이다.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대우를 받아야 학교의 일상도 굴러갈 수 있다.
‘국내 최고 대학’이라면서 노동자들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학생 피해’를 노동자 파업 비난 소재로 써먹는 것은 매우 불순하다. 학교 당국과 우파야말로 자신들의 책임을 엉뚱한 데 돌리고, 노동자와 학생을 이간하려는 목적에서 서울대 학생들을 ‘이용’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러나 파업에 대한 학생들의 지지는 넓어지고 있다. 노동조합에 “도서관을 파업 대상 시설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던 서울대 총학생회도, 오늘(11일) 파업을 지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는 노동자 파업에 대한 학생들의 광범한 지지 여론을 반영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이간질에 반대하고, 서울대 시설 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에 적극 연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