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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기업이 아니다
구조조정에 맞선 중앙대 학생 점거투쟁을 지지한다!
지난 14일, 중앙대 학생들이 학교 당국의 일방적인 학과 구조조정에 맞서 총장실 로비 점거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중앙대 당국이 비교민속학과, 아동복지학과, 청소년학과, 가족복지학과 폐과를 비민주적으로 밀어붙이는 데 항의해 정당한 투쟁에 나섰다.
지난 4월 15일 <중대신문>에 학과 구조조정 계획이 발표된 이후, 해당 학과 학생·동문·교수 들은 이에 항의하며 학교 당국에게 소통을 요구했다. 그러나, 중앙대 당국은 어처구니 없게도 “더 이상의 후퇴는 없다”, “구조조정 대상과 무슨 합의를 하냐? (구조조정이 일방적이지) 그럼 쌍방적이냐?” 하며 일체의 대화를 거부했다.
중앙대학교 두산 재단이 내놓은 4개 학과 폐과 이유도 가관이다. “100만 원 대의 월급을 받으며 일하는 분야의 전공을 지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언제는 “아이가 미래다” 라는 공익광고까지 만들더니, 정작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질 사회복지 분야 학생들의 미래는 안중에도 없다.
사회복지 노동자들이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노동자나 관련 전공 학생들 탓인가? 사회복지 노동자들은 복지 서비스 제공이라는 우리 사회에 필수적인 매우 중요하고 가치있는 일을 하고 있다. 이 노동자들이 그에 따른 처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윤 추구에 눈이 멀어 복지 확대를 반대하는 기업들과 정부 때문이다.
따라서 복지 서비스 확대를 위해 사회복지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관련 전공 학생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도 모자랄 판이다. 그런데 두산 재단은 어이없게도 아예 해당 과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큐레이터의 꿈을 키워오던 비교민속학과 학생들도 중앙대 당국이 돈벌이 잣대로 자신들의 꿈을 짓밟는 것에 분개하고 있다.
중앙대의 이번 학과구조조정은 두산 재단이 중앙대를 인수한 직후부터 강행된 기업식 구조조정의 연장선에 있다. 중앙대는 2010년에 18개 단과대와 77개 학과를 10개 단과대와 46개 학과∙학부로 통폐합시키고 전공을 불문하고 회계학을 필수 과목으로 지정했다.
이 과정에서 저항하는 학생들을 징계하고, ‘새내기 새로 배움터’를 폐지하고 재단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학내 자치 언론인 교지를 강제회수했다. 총장 직선제도 임명제로 바꾸며 학내 구성원들의 민주적 권리도 강도 높게 공격했다.
이번에 폐과되는 4개 학과도 2010년 학과 통폐합 과정에서 학부제로 전환하면서 정원이 줄었고 전공 선택 ‘쏠림’ 현상의 피해를 입었다. 중앙대 당국은 학과제를 학부제로 바꾸면서 경쟁을 부추겼고 그 결과 상대적으로 소수의 학생들이 선택한 학과를 돈벌이 논리로 폐과시키는 것이다.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으로 인해 중앙대뿐 아니라, 곳곳에서 구조조정 칼바람이 거세다. 취업률 낮은 기초학문과 예술계열 학과를 통폐합시키고 취업률이 높고 기업선호도가 높은 학과를 신설하고 있다.
올해 연세대와 한국외대는 자유전공학부를 폐지시키려 했고 인하대는 아태물류학부를 단일학과로 격하시키고 예술/체육학부를 분리하여 각각 문과대학과 생활과학대학으로 통폐합하려다 학생들의 즉각적인 투쟁으로 철회됐다.
청주대학은 회화과를 폐과했고, 주시경 선생과 시인 김소월을 배출했다고 자랑하던 배재대는 국문학과를 통폐합하고 프랑스어문화학과, 독일어문화학과도 통폐합하기로 했다.
우리는 대학을 취업학원으로 전락시키고 이윤 논리에 대학을 종속시키는 것에 반대한다. 정부와 대학 재단들은 구조조정을 통해 낮은 교육의 질과 청년실업의 책임을 평범한 학생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중앙대 역시 마찬가지다.
교육은 누구나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다. 더 좋은 교육과 양질의 일자리는 대학생들의 희생이 아니라 국가와 재단의 지원으로 얻어져야 한다. 중앙대 당국은 지금 당장 구조조정을 중단하고 교육에 대한 지원을 더 확대해야 한다.
대학 기업화에 맞서고 학문의 다양성과 교육받을 권리를 지키기 위한 중앙대 학생들의 점거투쟁은 너무나 정당하다. 이 투쟁의 전진과 성과는 대학 구조조정에 맞서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가져다 줄 것이다.
2013년 6월 17일
노동자연대학생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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