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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건국대] 학교는 학생총회의 요구안을 수용하라
학사구조조정 중단이 학생들의 요구다

4월 2일 학생총회가 성공적으로 끝나고 총학생회는 두 개의 의결된 안건을 총장님께 전달했고, 동시에 총장님의 답변을 약속 받았다. 그런데 총회가 끝난 바로 다음 날(4월 3일) 학교 홈페이지에 학생들의 의견을 통폐합 학과 명칭에 반영했다는 공지글이 게시되었다. 같은 날 연합뉴스에 “’학과 통폐합’ 건국대 학교·학생 간 갈등 봉합”이라는 기만적인 기사가 보도됐다. 학생들이 총회를 열며 학사구조조정에 반대했는데, 바로 다음 날 학생들이 학교와 타협했고 통폐합안을 수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장 4월 4일 영화학과가 “학생들은 학교 측과 어떠한 합의도 한 적이 없습니다”,“예술학교를 탄압하는 건국대의 일방적인 학사개편에 영화과는 끝까지 맞서 싸우겠습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4월 8일 총학생회도 “학사구조개편에 대하여 어떤 합의도 진행한 적이 없음을 밝히는 바이다”하고 입장을 발표했다. 통폐합 당사자들과 총학생회가 합의한 적이 없다는데 학교는 도대체 누구의 의견을 수용했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외협력처 홍보실은 학생들의 분노를 살까봐 즉각 총학생회에 사과문을 보내야했다. 아마도 학생들을 떠보려다가 꼬리를 내린 듯하다.

학교는 꼼수 쓰기를 중단하고, 학생총회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 학생총회 요구안은 통폐합한 학과의 이름에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라는 것이 아니라, 예술계열이나 소수 학과가 수치상 평가에서 밀린다는 이유로 정원을 감축하거나 통폐합하는 구조조정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학생들이 선택해서 공부한 학문을 취업률 등의 잣대로 줄 세우지 말라는 것이다. 학문을 숫자로 평가하는 것을 그만두라는 것이다.

총회가 끝난 다음 날 바로 학교가 꼼수를 쓴 것을 볼 때 학생총회의 요구안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총학생회는 지금까지 잘 싸워왔던 것을 바탕으로 총회 결정사항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투쟁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성공적으로 개최된 학생총회

4월 2일 열린 학생총회는 2시54분을 기준으로 2345명이 참가해 약 1700명의 정족수를 무려 600여명이나 뛰어넘어 성사됐다. 총회 일주일 전에 열린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총학생회는 하루만에 2192명의 서명을, 예술디자인대학 학생회는 총 약 5000명의 서명을 받았다고 보고했다. 총회 이틀 전인 3월 31일에는 수백 명의 학생들이 행정관에 진입해 10시간 동안 점거 시위를 이어갔다. 학생총회는 이런 전례 없이 뜨거운 분위기에서 개최되었다. 학생총회에는 고려대, 국민대, 세종대, 연세대, 한양대, 홍익대 총·부총학생회장도 참가해 연대사를 했다. 학사구조조정이 건국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

을 보여준 타대학 총·부총학생회장들의 지지 발언은 학생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었다.

첫 번째 안건인 “학칙개정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규정화하라”는 정족수 2345명 중 찬성 2074명, 반대 1, 기권 270명으로 88.4%의 찬성으로 의결되었고, 두 번째 안건인 “2016학년도 학사구조조정 개편안을 반대한다”는 정족수 2346명 찬성 2213명 반대 2명 기권 131명으로 94.3%의 찬성으로 의결되었다. 두 안건 모두 2000명이 넘는 학우들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아쉬움과 과제

중앙동아리 노동자연대 김무석 학우는 “3월 31일에 행정관에 들어가 구조조정 계획을 연기시키는 성과를 얻었던 것처럼, 학생총회가 끝난 후 행정관으로 항의 방문을 가 총장님이 학사구조조정 중단한다는 답변을 들을 때까지 나오지 말자”는 행동안을 세 번째 안건으로 발의했다. 이 안건은 총학생회가 표결에 붙이지는 않았지만 많은 학우들의 지지와 박수를 받았고, 총회가 끝나고 총학생회가 행정관 항의 방문을 가자고 직접 호소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총회가 끝난 후 총학생회는 행정관 항의 방문이 아니라 행정관 앞 항의 집회를 열었다. 이미 31일에 10시간 점거로 학사구조조정 추진을 연기시킨 바가 있는데, 총회 당일 본관 앞 항의 집회로 투쟁 수위를 낮춘 것은 투쟁의 골든 타임을 놓친 것이라 매우 아쉽다. 구조조정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학교에 학생들을 힘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오히려 행정을 마비시키는 완전 점거와 같은 더 강력한 수단을 썼어야 했다.

학교는 올해 통폐합을 시행하는 학사구조개편안을 발표하면서, 2년마다 학사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계획인 학과평가제도 발표했다. 이 때문에 학과평가제를 폐기를 요구하는 것도 잊어선 안 된다. 학교가 은근슬쩍 학과평가제를 계속 추진하려한다면 우리는 투쟁을 멈춰선 안 된다.

 

대학구조조정이 불가피한 대세인가?

학사구조조정 반대 투쟁은 궁극적으로는 타대학들과 연대해 정부의 대학구조조정 정책을 폐기해 학생들이 마음껏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 받도록 나아가야 한다. 건대의 투쟁이 확대되면 다른 학교 투쟁들에도 자신감을 줄 것이고, 이런 투쟁이 모아지면 불합리한 대학구조조정에 제동을 거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 학생총회에서 있었던 타대학 총·부총학생회장들의 연대 발언들은 그런 가능성을 보여줬고,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예술 대학 학생 연합도 모임을 갖기 시작했다. 이런 움직임이 더 발전해야 한다.

정부가 학령인구 감소를 대학 구조조정의 불가피한 이유로 말하지만, 사실 학령인구가 준다고 무조건 대학이 축소되어야 하는 것은 교육을 시장 논리에 맡겨 놓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시장에 상품 수요가 줄면 공급을 줄이듯이 대학이 학생들을 교육 받을 권리가 있는 대상으로 보지 않고, 이윤을 내는 수단 혹은 기업에 내다 팔 상품으로 보니까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대학이 축소되는 것이다. 재단이 스스로 대학을 운영하기 어려운 경우면 국·공립화 시켜 국가가 교육을 책임지고, 재단이 재정적 여유가 있으면 그 동안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모은 돈을 교육에 투자해야 한다. 학교는 공장이, 학생들은 상품이 되는 현실을 막아내자.

 

2014년 4월 8일

중앙동아리 노동자연대

010-8308-2177 김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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