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박근혜 게이트의 핵심 조력자인 최순실의 학력이 허위임이 밝혀졌다.
최순실은 로스앤젤레스의 퍼시픽 스테이츠 대학교(이하 PSU) 출신 유아교육학 박사로 등록하고, 1988년 3월부터 1993년 2월까지 5년간 영진전문대학교 부설 유치원에서 부원장으로 근무했다. 그러나 PSU에는 유아교육학 전공이 없을 뿐 아니라, 최순실이 학위를 취득했다는 1980년대에는 정식으로 인가 받은 대학도 아니었다는 점이 드러났다.
미국에서는 한국과 달리 법인명에 손쉽게 ‘College’나 ‘University’를 넣을 수 있다. 그래서 이른바 ‘학위 공장’ 문제가 자주 불거진다. 이 때문에 미국 연방정부가 승인하는 학위과정 인정기관들이 학교를 심사해 인증을 해 주는데, PSU는 1996년에서야 ‘에이식스(ACICS)’라는 기관으로부터 인증을 받았다. 결국 최순실이 학위를 취득했다는 1980년대에는 정식으로 인가 받은 대학이 아니었기 때문에 최순실의 학위는 명백히 가짜다.(게다가 ACICS는 주로 원격 강의, 온라인 교육을 통해 취득하는 학사와 석사학위 과정을 인증하는 기관인데, 이 기관 자체가 매우 부실하게 인증해 온 문제 때문에 올해 9월 미국 연방정부가 자격을 박탈했다.)
숨쉬는 것 빼고는 모두 위선인 최순실의 뻔뻔함을 보고 있자면, 학위 위조 정도야 놀랄 만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더 충격적인 점은 최순실의 학위 위조에 건국대 학교 당국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최순실이 학위를 취득했다는 PSU의 소유주가 바로 건국대 학교 당국이기 때문이다.
첫째, 건국대 학교 당국은 최순실의 학위 위조와 자신들은 무관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최순실은 1987년에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주장하는데, 건국대 학교 당국은 1988년부터 PSU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했다면서 말이다.
하지만 건국대 학교 당국은 1987년에 PSU를 인수했고, 인수 협상은 그전부터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최순실의 학위 취득과 전혀 무관하다고 보기 힘들다. 실제 2011년에 당시 PSU 김진성 총장대행은 “PSU는 1987년[최순실이 박사 학위를 받았다는 해] 건국대가 인수했고 지금에까지 이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LA중앙일보> 2011년 3월 5일치). 따라서 건국대 학교 당국은 최순실의 학위 취득 시기와 관련이 없다며 모르쇠로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둘째, 최순실이 한국연구업적통합정보 시스템에 PSU에서 학위를 취득했다고 기재한 시점이 2007년이므로 건국대 당국과의 연관성을 부인할 수 없다고 일부 언론은 날카롭게 폭로하고 있다.
최순실은 PSU가 아니라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또 다른 대학인 퍼시픽 웨스턴 대학(이하 PWU)에서 논문을 썼다고 주장해 왔다. 물론 PWU에도 유아교육과는 없을 뿐 아니라, PWU 자체가 ‘위조 학위 공장’으로 유명해 2006년에 폐쇄됐다.(“최순실, LA코리아타운서 가짜 학위를 받았다”, <선데이저널USA> 2016년 11월 3일치.) 그런데 2007년에 고위층들의 학위 위조가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고 학위 위조자 색출 돌풍이 일자, 최순실은 PSU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한국연구업적통합정보 시스템에 등재한 것이다. 김경희 이사장 재임 시기인 2007년에 최순실이 PSU 학위를 공개 등록한 것인데, 이때 건국대 학교 당국의 비호가 없다면 과연 가능했을까?
일각에서는 ‘진리와 양심을 가르치는 대학에서 학위 위조가 웬 말이냐’ 하고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2007년에 고위층 일부의 허위 학위가 한창 폭로되던 시점에 김경희 이사장 자신이 학위를 위조한 것이 들통나 학교 명예에 먹칠을 한 바 있다.(<조선일보> 2007년 8월 29일치.)
김경희 이사장이 1970년에 취득했다는 한양대 건축학과 졸업장은 “청강생으로 다녀 졸업증명서만 받은 것이지 학사 학위는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김경희 이사장은 캘리포니아 코스트 대학에서 학점을 채우지 못해 1991년 제적됐음에도 학위 취득으로 둔갑시켰고, 로스앤젤레스 시티 유니버시티에서는 석사학위(MFA)를 받았지만 이 대학이 ‘비인가 대학’이라고 실토했다.
‘청강생이 졸업자 행세하기’, ‘비인가 대학에서 학위 취득하기‘ 등 김경희 이사장의 학위 날조 사기극은 최순실의 학위 위조 수법과 판박이이다.
돈벌이와 횡령 수단-PSU
그렇다면 도대체 왜 건국대 학교 당국은 학위 장사와 횡령 사건에 연루돼 건국대의 이름에 먹칠을 할 수 있는 PSU를 운영해 왔는가?
미국 내 고등교육기관 정보를 제공하는 ‘스타트 클래스’의 자료를 보면, PSU의 등록금은 1만 6천30달러(약 1천8백만 원)다. PSU 전교생 1백72명이 이 금액을 낸다고 가정하면 매년 30억 원을 벌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짭짤한 돈벌이에 혈안이 된 건국대 학교 당국은 의혹투성이인 PSU를 인수한 것이다.
게다가 건국대 학교 당국은 PSU 인수와 운영 과정에서 이미 불법적 행위가 적발됐다. 이사회 의결과 교육부 허가도 없이 PSU 경영권을 인수했고, 총장을 PSU 총장으로 임명∙파견해 급여 8천4백여만 원을 교비회계에서 집행한 것이다. 이 때문에 2013년에 교육부는 이사장에게 경고를 하고 급여 회수를 명령했다.
이처럼 PSU는 건국대 학교 당국의 실세들이 자신들의 호주머니를 채우는 데 이용됐다. 이런 탐욕적인 학교 운영 과정에서 ‘비선 실세’인 최순실이 연계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김경희 이사장은 현재 학교법인의 재산을 유용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 중이다.
해외출장비와 판공비 3억 6천여만 원을 개인 여행 비용 등으로 쓰고, 학교 소유 펜트하우스에 법인 자금 약 5억 7천만 원을 들여 인테리어 공사를 한 뒤 2007년 5월부터 5년간 주거 공간으로 사용했다. 또한 학교 돈을 자신과 딸의 채무 변제에 사용했고, 지난 4년간 유력 정관계 인사 3백 명에게 ‘공짜 골프 접대’를 하며 ‘전방위적 로비’에 나서기도 했다. 이 골프 접대에 학교 돈 약 2억 원이 뿌려졌다.
김경희 이사장의 비리들은 건국대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라 할 만하다. 박근혜와 최순실이 나라 곳간을 사유화했듯이, 김경희 이사장도 학교 돈을 개인 금고처럼 사용했다. 따라서 김경희 이사장의 비리와 악행을 보건대, 그가 최순실의 학위 위조에 연루됐다 하더라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건국대학교 당국은 최순실 학력 위조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
만일 박근혜처럼 사태 파악 못하고 침묵과 어설픈 변명으로 의혹을 덮으려 한다면, 건국대학교가 최순실 비호 세력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학위 장사’와 비리의 온상으로 의심되는 PSU 인수와 운영 과정도 투명하게 밝혀져야 한다.
2016년 11월 8일
노동자연대 건국대 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