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학생 기자회견
“기간제 교사·비정규직 강사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라!”
9월 1일 11시 서울정부청사 정문에서 ‘기간제 교사·비정규직 강사 정규직화 지지! 청년·학생 연대 기자회견’이 열렸다.
문재인 정부는 9월 초에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대상과 규모를 발표할 계획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기간제 교사와 비정규직 강사들은 여전히 차별받고 배제되고 있다.
이에 긴급하게 기간제 교사와 비정규직 강사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청년·학생 연대 기자회견이 추진됐다.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사회변혁노동자당 학생위원회, 전국학생행진이 초동단체로 참가했고 거의 하루만에 40곳 가량의 학생회, 동아리, 학생 단체 등이 참가했다.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연은정(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활동가, 고려대학교 사범대 학생)은 “우리는 문재인 정부가 기간제 교사와 비정규직 강사 선생님들, 그리고 청년·학생들을 이간질하는 데 반대하면서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위해 연대할 것”이라며 힘 있게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첫 발언을 한 허성실 사회변혁노동자당 학생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공공 일자리를 늘리겠다, 정규직화 하겠다고 하더니 노동자 간의 갈등만 양산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최근에] 임용고시를 통과하지 않는 선생님에 대한 자격 논란도 있습니다. 임용고시 경쟁률이 80대 1, 심하면 1백20대 1이고, 2수, 3수까지 해야하는 고통을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임용고사 제도를 만든 것은 역대 정부입니다. 교사 선발 수를 줄인 것도 현 정부입니다. 교육재정을 가둬 놓고 내부적인 갈등을 꾸준히 유발하는 것도 문재인 정부입니다. 그런데도 왜 분노의 대상은 교육 현장에서 함께 평등한 교육, 차별 없는 교육을 꿈꾸는 동료교사여야 합니까. 우리의 분노의 대상은 그들을 향해서는 안 됩니다.
“정규직 교사와 기간제 교사, 그리고 예비교사 모두가 함께 단결해야 합니다. 평등한 교육 현장을 위해 함께 싸워 나갑시다.”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의 김덕영 정책실장도 발언했다.
“어제 교육 통계가 발표 됐습니다. 정규 교원이 1천2백 명이 감소했고, 기간제 교사 수는 지난해 4만 6천66명 보다 1천 명이 늘었습니다. 왜 정규교원을 뽑아야 하는 자리에 기간제 교원을 뽑고 있는 것일까요. 나중에 자르기 쉽기 때문입니다. 자르기 쉽게 하기 위해서 정부는 교사를 충분히 충원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 학교 현장에서는 기간제 교사와 정교사 간의 대화가 줄었다고 합니다. 어제는 동료였고 오늘은 적이 돼 버린 현실을 누가 만든 것입니까. 기간제 교사들이 만들었습니까. 임용을 준비하는 학생들, 교대 학생들, 사범대 학생들이 만들었습니까. 우리 모두는 정부 교육 정책 실패에 따른 피해자들입니다.
“만일 전환위에서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를 배제한다면 이 싸움을 끝까지 전개해 나갈 것입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안명자 본부장은 정부를 규탄하며 투쟁을 결의했다.
“저희 학교 비정규직 강사들은 10년을 일하면 임금이 정규직의 50퍼센트가 되고, 일하면 할수록 차이가 더 벌어집니다. 지금 학교 현장은 학생들에게 차별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오히려 차별에 맞서는 우리가 진정한 노동의 가치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안명자 본부장은 “예외 없는 정규직 전환 실시! 무기계약직 차별해소!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 촉구”를 위해 오늘부터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무기한 노숙 농성에 돌입”한다고 선언했다.
“이제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들어 주지 않는다면 총파업, 총력 투쟁도 결의할 것입니다. 학생 여러분의 좋은 일자리를 위해서라도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노동자들의 결의에 이어 학생들도 연대 발언을 이어갔다.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학생회 직무대행 연석회의 김희지 의장은 서울대에서 비학생 조교 분들이 불안정한 고용으로 고통받고 있는 현실을 말하며 “정부가 사용자인 교육 부문도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다음 학기면 잘리지 않을까, OECD 국가 중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평균보다 많은 상황에서도 교사를 더 뽑아서 교육의 질을 높을 생각은 하지 않고 오히려 계약직 교사와 비정규직 강사를 전환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철학 없이, 전망 없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대충 교육을 때우겠다는 생각이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같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경쟁 사회의 적폐를 가장 약한 사람들 탓으로 돌리고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는 비정규직 정책은 폐기돼야 합니다. 현재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은 정규직화 해야 합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인하인 모임’ 활동가이자 사범대에 다니는 석중완 학생은 죽어서도 차별받아야 했던 기간제 교사들의 처지를 말하며, 김초원, 이지혜 선생님의 순직이 인정됐지만 이조차 “예외적 인정”이라는 것을 분명히 해 여전히 기간제 교사들은 같은 사고가 나도 차별받아야 한다고 폭로했다. 이런 차별을 없애는 것이야말로 “참교육”이라며 “기간제 교사, 비정규직 강사 선배님들의 정당한 투쟁을 적극 응원하며 끝까지 연대 확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학생들은 농성을 시작한 교육공무직본부 노동자들과 간담회를 했다.
간담회에서 안명자 본부장은 학교의 비정규직 선생님들을 사실상 내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며 청년·학생들의 연대가 이번 농성 투쟁에 나서는 데도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한 영어전문강사는 눈물을 글썽이며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는 학교 안의 차별을 멈춰야 한다. 정부가 교육 재정을 확충하고 비정규직 교사·강사들을 정규직화 해야 한다.
비정규직 교사·강사들의 투쟁에 청년·학생들의 지지가 더욱 확대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