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촛불과 학생들의 지지로 당선한 김혜숙 총장은 학내 비정규직 문제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7월 3일 오전 10시 이화여대 정문에서 이화여대 비정규직 청소·경비·주차·시설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학생 기자회견이 열렸다. 빨간 투쟁 조끼를 입은 이대분회 조합원들과 학생회, 학내 진보 단체들이 함께 김혜숙 총장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를 높였다.
학내 진보 단체들과 학생회들은 지난 일주일 동안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서명을 받아 이날 기자회견에서 발표했다.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일주일 동안 학내 단체 58곳과 학생 6백 명 이상이 서명에 동참했다. 진보 단체뿐만 아니라 ‘비운동권’ 학생회, 스포츠 동아리, 발명 동아리 등도 연서명에 동참할 정도로 학생들의 지지가 광범했다.
하청업체들이 뻔뻔하게도 시급 1백 원(!) 인상안을 내놓고 버티자, 노동자들은 ‘진짜 사장’ 대학 당국이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하라며 본관에서 매일 집회를 열고 있다.
그러나 김혜숙 총장은 미온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총장 선거 때에도 이화여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김혜숙 총장에게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관한 질의를 보냈지만 다른 후보들과 마찬가지로 답변하지 않았다. 당선 직후 김혜숙 총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만나겠다고 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6월 내로 만나기 어렵다고 하더니 이제는 아예 하반기 중에 보자며 기약 없이 면담을 미루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우지수 총학생회장과 김지윤 사범대 학생회장, 김혜린 동아리연합회 회장 등은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며 김혜숙 총장에게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했다. 이은혜 노동자연대 이대모임 회원은 “김혜숙 총장은 당장 총장실 문을 열고 노동자들과 만나야 한다. 학내 노동자들을 지지하는, 6백 명이 넘는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말했다. 또 “마곡에 병원까지 짓고 있으면서 노동자들 임금 올려줄 돈이 없다는 변명을 들어줄 학생은 없다”고 꼬집었다.
유재희 서경지부 이대분회 분회장과 박정운 서경지부 부지부장도 마이크를 잡고 학생들의 연대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계절학기 수업을 들으러 가는 학생들 중 몇몇은 걸음을 멈추고 유심히 발언을 듣기도 했다. 한 학생은 “힘내세요” 하며 ‘비타500’ 한 상자를 건네기도 했다.
기자회견 후 참가자들은 학생들의 서명을 총장에게 직접 전달하기 위해 총장실이 있는 본관까지 행진했다. “김혜숙 총장은 학내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앞장서라”, “최저임금 1만 원 지금 당장 인상하라” 하는 구호를 외치며 본관에 다다르자, 집회를 위해 본관에 먼저 자리잡고 있던 노동자들이 환영의 함성을 보냈다.
그러나 학생들이 서명을 전달하려고 김혜숙 총장을 부르자 총장 비서가 와서 총장실에는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애타는 마음으로 본관에서 매일 집회를 열고 있는 노동자들을 피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은 비서에게 서명 용지를 전달하면서, 학생 한 명 한 명의 소중한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학생들은 뒤이어 시작된 집회에도 참가했다. ECC 건물을 청소하는 한 조합원이 김혜숙 총장을 재치있게 비판하는 발언을 해 큰 호응을 얻었다.
“오늘 김혜숙 총장님이 ECC에서 신입사원들을 위한 기도회에 참석하셨어요. … 그 기도회에서 신입사원들을 위한 기도만이 아니라 ‘하나님, 저 빨간 조끼 입은 노동자들에게 제가 줄 수 있는 게 고작 시급 1만 원 밖에 없습니다. 이 어린 양을 용서해 주십시오‘ 하고도 꼭 기도하셨길 바래요.”
노동자들은 학교 당국이 충분한 임금 인상안을 가져오지 않는다면 계속 투쟁을 이어나갈 것을 다짐했다. 학생들의 연대도 더 넓어져야 할 것이다.
최경희 전 총장과는 다른 이화여대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김혜숙 총장은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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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을 지지 연서명] 학내 비정규직 청소·경비·주차·시설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투쟁을 지지한다 – 김혜숙 총장은 노동자들의 요구에 즉각 응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