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월 세브란스 병원 본관 청소노동자들은 민주노총 서경지부 산하의 노조를 설립하고 투쟁에 나섰다. 노동자들은 기존의 한국노총 소속 노조가 자신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대변하지 못한다고 여겼다.
민주노총 소속 노조가 설립되자 사측은 즉각 탄압에 나섰다. 3개월 단위 단기계약서를 들이밀고서 ‘민주노총이면 다시 계약 안 해 준다’고 노동자들을 압박하기도 했다. 한 노동자는 반장이 조합원들의 신체적 약점까지 들먹이면서 인신공격과 모독을 가한 일이 있었다고 전했다.
청소노동자들을 고용한 용역업체 태가비엠과 원청 세브란스 병원은 복수노조(한국노총 철도사회산업노조 연세세브란스관리지부)까지 이용해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려 한다. 지난 10월 7일 서경지부는 기자회견을 열어서 이런 사실을 폭로했다.
태가비엠이 원청(세브란스 병원) 측에 매일 보고하는 업무일지를 보면 세브란스 병원 사측이 태가비엠에 노동조합 사찰과 탄압을 지지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 “철산노 위원장에게 실시간 전달하여 ‘노노 대응” 유도 바랍니다.” “민노 집회에 따른 대응전략 보고해 주세요.” “사무부장님도 지시하신 민노 불법행위 조치 대안 신속히 보고 바람.” 원청이 이런 식으로 노조 탄압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노동조합법 제81조에 따른 부당노동행위이다. 태가비엠 이사 이종현은 “노조탄압을 지시한 것이 아니라 병원보안 차원에서” 이러한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했다!(<연세춘추> 10월 8일치)
서경지부가 10월 12일 세브란스 병원 측에 면담을 요청하고 병원장실로 찾아가자 10여 분 만경찰이 노조 간부들을 ‘업무방해’라며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일도 벌어졌다.
학생들도 대학 부설 병원에서 벌어진 불법적이고 부정의한 노동탄압 행위에 분노했다. ‘연세대학교 비정규노동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 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와 노동자연대 연세대모임 등은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공대위가 주축이 돼 만든 ‘세브란스병원 민주노조 지킴이모임’에도 순식간에 수십 명이 참가의사를 밝혔다. 그 후 점심 선전전에도 적지 않은 학생들이 꾸준히 참가하고 있다.
공대위와 ‘민주노조 지킴이모임’은 시험기간에도 학생들에게 노조탄압에 대한 사실을 폭로하고 노동자들의 투쟁에 지지를 호소하는 선전전을 진행할 예정이다. 시험 이후에 열릴 사회과학대학 축제에서도 세브란스 노동자 투쟁을 알리는 부스가 배치될 예정이다. 사측이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을 멈추지 않는 한, 민주노조 사수를 위해 연대하는 학생들의 움직임은 계속될 것이다.